갈라진 마음들

책 소개

분단이 파고든 일상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분단의 흔적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노골적으로 어기고 그 방역활동을 방해함으로써 다시금 전국민을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에 빠뜨린 어느 개신교 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은 자신들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북한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처럼 ‘북괴’에 맞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태극기를 휘두르는 어르신부터, 북한을 한국 경제의 ‘먹거리’로 해석하는 중장년층, 북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성원 모두는 분단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70년간의 분단은 단순히 정치적‧경제적 분단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식과 감정의 분단을 만들어냈으며, ‘종북’ ‘빨갱이’ 등의 기표가 지칭하듯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근원에 분단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껏 북한/분단 관련 담론이 주로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다뤄진 것에 비해 『갈라진 마음들』의 저자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분단 문제를 사람들의 경험, 인식, 감정 등의 층위에서 분석하면서, ‘분단적 마음’이 현 상태를 재생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힌다. 분단체제가 한반도 주민에게 남긴 영향을 일상과 정동의 영역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분단 문제에 무감각해왔던 독자들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분단체제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외교적·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왔던 분단 문제에 심리/문화/여성의 관점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책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 분단의 사회심리학

분단을 살아간다는 것

분단이 만들어낸 마음

분단적 마음을 어떻게 포착할까

 

2장 분단의 감정과 정동

분단에 대한 무감각

과잉된 분단 감정, 적대감

북조선을 향한 무시와 우월감

상상된 남북 화해와 협력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성경

    영국 에섹스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성공회대학교, 싱가포르국립대학교를 거쳐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 사회/문화, 이주, 여성, 청년, 영화 등을 주요 연구주제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단의 문제를 마음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저로 『분단 너머 마음 만들기』『새로운 북한 이야기』『분단된 마음의 지도』『탈북의 경험과 영화 표상』 등이 있다.

처음으로 먼발치에서나마 북조선 인민들을 본 것은 2001년 여름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조·중 접경지역에서 강 너머 까맣게 그을린 삐쩍 마른 아이들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너무나 낙후된 환경에 이미 할 말을 잃은 나는 그들이 왜 저렇게 말랐는지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저쪽은 못 먹어서 저래요.” 함께 간 중국 동포 가이드는 일상인 듯이 말했다. 지난밤 온갖 중국음식으로 배불리 먹었던 나와 일행은 수치심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상태가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무엇보다 막상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별다른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연길을 떠나면서 뭐든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그때 본 북조선 인민들의 얼굴이 희미해졌다. 잠깐의 충격이 사그라지는 속도는 찰나였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다시 연길에 간 것이 2011년이다. 강 건너는 1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똑같아 보였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 또한 변함없었다. 곳곳이 민둥산이었으며, 살림집은 녹슬고 낡았다. 여전히 그들은 못 먹고 있었다.
북조선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는 내 마음속에 잔흔으로 남겨진 그들의 얼굴 때문이었던 것 같다. 북조선과 분단에 관련된 기존 연구가 정치체제와 권력구조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정작 궁금한 사람들의 삶이나 문화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도 동인이었다. 독재체제에 신음하는 사람들로 단순화하기에는 그들의 삶이 너무도 치열하다. 그렇다고 여느 누구와도 비슷한 보편적 존재로 설명하기에는 이들의 사회문화적·역사적 맥락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무지는 편견을 만든다. 편견은 오해를 낳는다. 그렇게 남북의 사람들은 멀어져갔으며, 분단된 시간 동안 북녘에 사는 이들은 생존의 고통을 그들끼리 오롯이 견뎌내고 있다.
북조선 인민들에 주목하면 할수록 나머지 반쪽으로 존재하는 이곳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불쑥불쑥 등장하는 분단이라는 폭력에 허우적거린다. 태극기를 들고 나라 걱정을 하는 어르신부터, 북조선을 한국 경제의 ‘먹거리’로 해석하는 회사원들, 젊은 시절 기억을 반추하며 통일 문제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 중장년층, 북조선에 관심 없다는 청년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분단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과잉된 혐오와 적대감으로, 아니면 무관심과 무시로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게 나름의 대응방식을
체화하고 있다. 분단은 그렇게 남북 모두의 삶을 비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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