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 48호(2020년 상반기)

책 소개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사유하기
  2020년의 전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이 바이러스 재난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는 저마다의 진단과 예측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인문학의 입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재난을 사유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이 재난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가늠하고 이를 감성적으로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한 이 재난이 ‘재난’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애초부터 우리의 사고와 기술의 체계가 이러한 재난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어쩌면 끊임없이 발생했던 재난의 신호들을 애써 무시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유가 진행되어왔다는 것에 대한 전면적 반성과 성찰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호의 ‘특집’과 ‘쟁점’에서는 각각 종래의 논리와 이성을 중심축으로 하는 접근을 비판하고 정동과 감성의 작동을 통해 사회를 조명하려는 정동론,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비인간 물질/객체가 가진 역량에 주목하는 신유물론을 다룬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염과 확산을 통해 작동하는 정동, 그리고 물질의 역동에 대한 사유에 초점을 맞춘 신유물론에 대한 논의는 바이러스 재난의 시기에 반드시 점검해야 되는 인문학의 화두들이라고 하겠다.
 
  [특집] 정동이론과 문학비평
  김성호는 「정동적 미메시스: 정동 순환의 매체로서의 소설」에서 정동의 외부적/역사적 움직임과 내부적/개별적 운동의 공존, 또는 모순에 기인한 역동을 주시하며 미메시스의 본령을 이미 사회적으로 표상된 정서나 감정의 모방이 아니라 정의상 재현/표현이 불가능한 정동운동의 (실패한) 재현/표현임을 강조함으로써 정동적 사건으로서의 미메시스론을 펼친다.
  김영아의 「『리어왕』과 정동의 정치성」에서는 정동이라는 화두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대한 비평사에 노정된 한계를 지적한다. 더 나아가 김영아는 『리어왕』이 정동의 미결정성과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희구 사이에 놓여 있는 긴장을 보여줌으로써 정동의 정치적 가능성과 함께 그 위험성도 함께 보여주는 극이라고 평가한다.
  박여선은 「종말적 정동의 서사를 비틀기: D. H. 로런스의 『아포칼립스』」에서 자본주의에 의한 정동의 강탈에 대항하는 방법으로서 기존의 (이성적) 비판과 부정의 정치학에서 눈을 돌려 (정동적) 긍정과 생성의 정치학에 주목할 필요를 역설하며 로런스의 글쓰기에서 보이는 독특한 정동적 리듬, 텍스트의 질감, 감각화된 신체들의 현존, 현실화되지 않은 힘들의 배치와 배열 등이 이데올로기에 정향된 논리와 포획된 감성을 탈구시켜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박여선의 글이 긍정적인 면에서 문학적 정동 경험에 다가서고 있다면 황정아의 글은 정동이 강탈되는 부정적 사례를 통해 정동론에 접근한다.
  황정아의 「자유주의의 정동으로서의 감상주의」는 이데올로기론과 정동론을 상반된 것으로 보는 구도에서 벗어나 정동적 요소들의 도입을 통해 이데올로기론을 보완 및 심화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세계사적 맥락과 한국적 맥락을 병치시키며 황정아는 자유주의가 지배의 영속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민중의 긍정적 정동을 징발하고 이를 체제에 복무하게끔 재배치해왔던 주요한 방식이 감상주의였음을 논증한다.
 
  [쟁점] 인문사회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신유물론
  ‘쟁점’에서는 현재 학계에서 새로운 철학적 방법론으로 급부상한 신유물론을 그 주요한 논쟁이 벌어지는 지점들을 중심으로 점검한다. 김환석의 「사회과학과 신유물론 패러다임: 사회학 분야를 중심으로」는 대략 2000년대 이후 급부상한 신유물론을 기존의 사회과학 패러다임과 비교하면서 소개하며 이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이 특히 사회학 방법론에서 가지는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김환석의 글이 신유물론과 다른 철학적 입장과의 비교에 초점이 있다면 유선무의 「신유물론 시대의 문학 읽기」는 신유물론 내부의 지형을 탐색하여 그 이론적 쟁점들을 부각함으로써 신유물론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와 성찰을 도모하는 글이다. 이 글은 인간중심주의와 사회구성주의에 반발하여 등장한 신유물론의 갈래들을 정리하며 행위자-연결망 이론, 생기론적 유물론, 객체지향 존재론, 행위적 실재론 등이 부딪치고 갈라서는 이론적 지점들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비판을 제공하고 있어 독자들이 이 논의를 따라가면서 신유물론의 지도를 어느정도 그릴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문화비평/재조명] 다시 쓰기와 다시 읽기
  이번 호의 ‘문화비평’에 실린 이나라의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독립)여성으로 다시 쓰기: 「벌새」와「공사의 희로애락」」은 최근 한국영화에 새로운 물결로 등장한 여성감독들의 독립영화를 바라보면서 이들의 행보가 가지는 의미를 설명한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장윤미 감독의 「공사의 희로애락」이 표면적으로 분석의 대상이지만 사실 이 글은 한국 영화의 지형에서 여성 영화와 독립 영화를 포괄적‧이론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묻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올해 1월 31일, 영국이 57년 만에 유럽연합과 결별하는 브렉시트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호의 ‘재조명’에서 윤석민은 제임스 해링턴의 『오시아나 공화국』을 다시 읽음으로써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관계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하고, 그 이해를 발판으로 오늘날 브렉시트 논쟁이 가진 의미를 살펴본다. 브렉시트가 일시적이고 우연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라 영국의 오랜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현상임을 정치한 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보여주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공화주의: 제임스 해링턴의 『오시아나 공화국』다시 읽기」는 새롭고 참신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텍스트 다시 읽기의 가치를 증명한다.
 
  [동향/서평]
  ‘동향’에는 장미정의 「영미 현대시와 동아시아 전통」이 실렸다. 동아시아 문화가 현대 영미시에 끼친 영향과 이를 둘러싼 비평의 흐름을 개괄하는 이 글은 특히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시금석으로 삼아 기존의 영향사 서술의 다양한 갈래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서평’에서는 세권의 책을 소개한다. 오길영은 미치코 카쿠타니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 실린 쟁점들을 간결하게 정리하며 삶과 현실의 실재라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책의 동력임을 알려준다. 최원은 진태원의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를 비판적으로 소개하면서 “애도의 애도”라는 표현이 주체의 나르시시즘적인 실천으로서의 애도를 애도한다는 의미로 쓰였다는 것, 즉 “애도의 애도”를 통해 자아의 탈구축을 통한 타자의 환대를 지향한다는 점을 짚어준다. 김정하는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프로이트 세미나』에서 강우성이 하고 있는 작업을 프로이트에 대한 해체적 재구성으로 소개한다.

목차

[책머리에]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사유하기|강의혁
[특집] 정동이론과 문학비평
정동적 미메시스: 정동 순환의 매체로서의 소설|김성호
『리어왕』과 정동의 정치성|김영아
종말적 정동의 서사를 비틀기: D. H 로런스의 『아포칼립스』|박여선
자유주의의 정동으로서의 감상주의|황정아
[쟁점] 인문사회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신유물론
사회과학과 신유물론 패러다임: 사회학 분야를 중심으로|김환석
신유물론 시대의 문학 읽기|유선무
[문화비평]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독립)여성으로 다시 쓰기: 「벌새」와 「공사의 희로애락」|이나라
[재조명]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공화주의: 제임스 해링턴의 『오시아나 공화국』 다시 읽기|윤석민
[동향]
영미 현대시와 동아시아 전통|장미정
[서평] 오길영 최원 김정하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연구회

    영미문학연구회는 소장 영미문학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1995년 6월 3일에 창립되었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2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우리 연구회는 상설 연구조직으로, 영미문학의 연구와 성과의 교류 및 대중적 확산을 통하여 우리의 문학·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영미문학이 학문에서는 물론이고 문화 전반에서도 무시 못할 파급력을 갖는 우리의 현실에서 영미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더구나 영어권의 영향력이 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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