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일

책 소개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아직 그림을 그린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한 현실 속에서 닮아 있는 

너와 나의 오늘을 그리는 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사람 ‘성민’을 통해 불확실한 삶 속에서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만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출간되었다. 만화 속 성민의 삶은 가까운 친구나 이웃의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괴리, 좋아하는 일을 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좌절과 압박,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선택한 삶의 행로에 대한 불안과 회의. 성민의 고민을 따라가다보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단순히 붓이나 펜을 들고서 캔버스에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 이상을 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 ‘삶을 살아내는 일’을 감당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비친다. 

초록뱀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만화로는 처음 독자들을 만난다. 따뜻하면서도 유려한 그림체에 일일이 손으로 쓴 대사를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치 한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차분한 연출은 독자를 자연스럽게 몰입으로 이끈다. 특히 작품 곳곳에 심어놓은 디테일들은 독자로 하여금 추억 속의 공간을 떠올리게도 하고, 지금 우리의 모습을 작품 속 공간에 대입해보게도 하며 작품을 가까이 느끼게 만들어준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만화 대여점에 가서 『드래곤볼』을 빌려보고 대학에 입학해 동아리방에서 밤새 술을 마시던 추억과, 홍대 어귀에서 버스킹을 구경하거나 PC방이나 편의점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니는 지금의 현실은 모두 ‘우리’의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 성민은 단순히 만화 속 주인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가 되고, 어려운 시절을 같이 살아내는 동료가 되며, ‘오늘을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 ‘나’가 된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거야.”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 계속되는 삶

 

그림책 작가로서 첫 작품을 준비 중인 성민은 출간작업 과정에서 출판사와 갈등을 겪는다. 아직 데뷔하지 못한 작가다보니 다음 달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성민은 단지 낙서하는 것이 좋던 어린 시절만 해도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몇번의 선택을 거쳐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떤 삶의 고민도 해결되지 않았다.

성민은 대체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문과였지만 친구를 따라 공대에 진학하고, 이내 전공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림 동아리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배운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망치듯 미대로 전과했고, 졸업해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기는 하지만 처음의 설렘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같이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다른 진로를 택하기도 하는데, 성민은 좀더 ‘이기적이었던 탓에’ 그림 그리는 일을 계속한다. 하지만 그림으로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과, ‘작가’라는 정체성을 자기가 먼저 어색해하는 상황 속에서 ‘왜 그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현실에 대한 성민의 고민이 도드라지는 것은 선배 명식과 친구 재훈을 만날 때이다. 둘은 성민과 같이 그림을 그리며 성민의 그림 그리는 삶을 누구보다도 응원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성민의 현실적 고민에 대한 첫번째 선택지이기도 하다. ‘왜 그리는지’를 알고 계속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는 명식, 같이 미대로 전과해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보여줬지만 그림을 그만두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재훈은 성민의 눈으로 보기에는 나름의 답을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성민은 그들에게서 도움과 지지를 받는 동시에 자극을 느끼기도 하며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흘러가는 대로 산다’며 자조한다. 성민은 이 흐름을 멈추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도망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애씀은 친구 재훈의 말처럼 도망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임을 성민도, 독자들도 깨닫기를 작가는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 그리자. 그냥 그리자. 답을 찾은 것처럼.”

우리 같이, 오늘을 그립시다

 

끊임없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은 부유하거나 침전할 뿐, 제대로 헤엄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곤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맞는 걸까? 이러한 의문들은 모두를 스쳐가는 탓에 우리의 현실, 나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고민 자체가 배부른 남의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 고민의 한가운데 놓인 우리의 삶은 정말 잘못된 것일까? 

작가는 성민을 안쓰러워하며 위로하거나, ‘정답’을 찾아주려 들지 않는다. 다만 성민이 삶 속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넘겨가며 나름의 길을 찾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그래, 그리자. 그냥 그리자. 답을 찾은 것처럼”이라는 대사대로 성민은 그리고, 좌절하고, 또 그린다. 작가는 언뜻 무책임해 보일 만큼 지금에 집중하는 무덤덤함을 성민이 찾아낸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성민의 선택이 독자의 마음에 길게 남는 것은 삶의 정답이라는 먼 이상보다, 답을 찾은 것처럼 ‘살아내는’ 모습이 우리와 더욱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기 전과 후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는 제목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작품은 “당신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온다. 그리고 성민의 삶이 그렇듯, 살아내는 일을 감당해내는 모든 과정이 슬프거나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턱대고 희망적인 말을 더하거나 피상적인 위로를 건네려 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오늘을 그리는 일을 잘 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다른 오늘을 그려낼 한발짝만큼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 꿈을 서랍에서 꺼내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이후의 하루하루를 견디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지금껏 무대 뒤에 가려져왔던 그 하루하루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자신이 특별한 예술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성민은 홀로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끝없이 흔들리고 자책한다. 내가 정말 작가일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거지? 이젠 그만 놓아야 하지 않을까? 담담하지만 점점 깊어지는 감정선을 따라가다 마지막 장면에서 속수무책으로 가슴이 뻐근해졌다.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품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김세희(소설가)

  • 초록뱀 작가가 어느날 자기도 만화가가 꿈이었다며 그동안 작업한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 두 눈이 만화처럼 동그래졌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그렸을까.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만화는 긴 작업이라 이렇게 열심히 그리다가는 끝까지 그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조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완성된 원 고를 받아 보니 나의 조언이 무색하게도 모든 컷이 열심히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그렇지, 너무 좋아하니까. ‘그림을 그리는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에도 작가는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은 행운일까?’ 고민하고 질문한다.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그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포기하지 않은 덕에 우리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만큼은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 수신지(만화가)

목차

그림을 그리는 일

 

에필로그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초록뱀

    2012년부터 그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있습니다. 늘 마음 한구석에 있던 만화를 이제야 꺼내 만들어보았습니다.

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에 느끼던 불안감과 데뷔 후 작가라는 호칭을 달고 나서 겪는 불안감은 그 종류가 다른 것이었습니다.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바닥과 마주했고, 주변의 좋은 그림과 글을 늘 내 것과 비교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모르는 새 마음속 어둠이 너무 커져 혼자 힘이나 주변의 응원만으로는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게 다 그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날이 이 만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그림 같은 창작 분야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모든 사람이 품은 고민이라 생각되어, 어딘가로 나아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제일 먼저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마무리하고 나서 다른 이야기를 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계속 ‘그림을 그리는 일’을 이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어떤 이유로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돌아봤을 때 꽤 괜찮은 기억이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저에게 주셨던 에너지만큼 이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가닿기를 바랍니다. 앞이 막막하고 알 수 없을 만큼 캄캄할 때 어딘가로 한발짝 내딛는 정도의 힘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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