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맛

책 소개

시대와 어린이문학의 관계를 조망한다!

아동문학평론가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어린이문학 감상법

 

아동문학평론가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현장 감각이 돋보이는 비평 활동을 펼쳐 온 이충일의 첫 평론집 『통증의 맛: 어린이문학의 현실과 미래』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어린이문학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앞으로 어떤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하는지를 모색한 글을 묶었다. 교과서 속 어린이문학과 어린이 주변 환경의 변화를 꼼꼼히 분석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성을 키워드로 사회와 문학의 관계를 탐구하는 등 어린이문학 작품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을 선보인다. 교육 현장에서 바라본 생생한 시선을 통해 우리 어린이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파악하고, 내일을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어린이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충일은 지난 10여 년간 어린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비평가다. 그는 어린이 문예 잡지인 『창비어린이』 『어린이와 문학』 『어린이책이야기』 등에서 명료하고 깊이 있는 평론을 발표해 왔다. 이충일은 성실한 비평가답게 『통증의 맛』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어린이문학이 어떤 길을 거쳐 오늘에 도달했는지 살핀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루어 내는 동안에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민주주의’라는 담론을 담아내 왔는지, 독자인 ‘어린이’를 바라보는 어린이문학계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시대 변화에 따라서 교과서 속 문학 작품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꼼꼼하게 짚어 낸다.

이충일의 분석은 어린이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 어린이문학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할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가족 서사에서 아버지의 위치는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 비극적인 과거를 소환하는 방식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동화들이 나아가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살핀다. 또 청소년 역사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넘어서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동 추리물은 현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이충일의 분석은 문학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어린이들의 생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에 대한 정밀하고 세심한 분석과 깊은 애정이 담긴 평가를 통해 독자들은 2000년대 어린이문학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우리 어린이문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교육 현장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린이문학

 

어린이문학은 교육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는 한편으로 어엿한 문학으로의 기대를 동시에 받는다. 비평 역시 교육과 문학이라는 두 가지 프리즘으로 어린이문학을 분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어린이문학 비평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비평가인 이충일은 적임자다. 이충일의 비평은 교사의 글답게 생생한 현장 감각이 돋보인다. 그는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문학이 독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린이문학이 교과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작품 분석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학교 도서관 사서에게 직접 문의해서 인기 대출 도서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어떤 책에 매력을 느끼고,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라는 독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한 이충일의 정치한 분석은 ‘어린이’라는 독자 대상의 중요성을 깊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이충일의 섬세한 비평은 어린이와 어린이문학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이책 작가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 학기 한 책 읽기(온작품 읽기)’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고, 교과서에 어린이문학 작품이 소개될 때 일러스트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제언은 학교 교육에 관한 깊은 고민을 촉발한다. 어린이를 가르치면서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허구의 세계는 내가 현실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창(窓)이자 거울이었다.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훌륭한 중개자였던 셈이다. 상상을 끌어안는 현실과, 현실을 끌어안는 상상이 한 몸으로 존재하는 텍스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자 성찰이었다. 상상력은 현실과 욕망의 차이를 지우는 게 아니라 좁히는 것임을 증명하는 텍스트, 그곳엔 여지없이 ‘진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상처에 대해서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책머리에」 중에서

 

어린이문학을 읽는 밝은 눈

 

문학 작품에 대한 새로운 분석은 비평가의 중요한 소임 중 하나다. 이충일은 성실하고 꼼꼼한 비평가답게 민첩하고 선명한 분석으로 새로운 문학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한다. 이금이 장편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 2016)에서는 청소년 역사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의 넘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정재은의 『내 여자 친구의 다리』(창비 2018)를 통해 SF가 어린이문학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지 가늠해 본다. 빼어난 작품이 널리 인정받기 전에 먼저 주목하고 그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이충일의 비평이 가진 큰 미덕이다.

문학 작품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하는 것 또한 비평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이충일은 비극적인 과거를 소환하는 방식의 모델로 권정생 장편동화 『몽실 언니』(창비 1984)를 다시 불러내고,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지역문학의 전범으로서 임길택의 동시집 『탄광마을 아이들』(실천문학사 1990)을 소환해서,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의 현재적 가치를 다시 정립한다. 어린이문학을 어떻게 읽고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교사, 사서, 부모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

민주주의와 시민, 그 모순에 대한 문답

어린이 독자라는 비평적 과제

젠더로 풀어 본 교과서 속 문학 이야기

통증의 맛

 

2

최근 아동 가족서사에서 아버지가 놓인 자리

청소년 역사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넘어야할 것들: 이금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중심으로

비극적인 과거를 소환하는 아주 솔직한 방식: 권정생, 그리고 『몽실 언니』

청소년 가족서사에 던지는 윤리학적 질문

아동 추리물을 탐문하는 세 가지 단서

2000년대 다문화동화가 남긴 과제

탄광마을, 그 삶에 대한 기억: 임길택 『탄광마을 아이들』을 중심으로

 

3

소년의 발자국: 창비아동문고 속의 소년 주인공을 중심으로

홀로 자라는 게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동시: 성명진 『오늘은 다 잘했다』

SF로 가는 새로운 다리: 정재은 『내 여자 친구의 다리』

망태 할아버지와 잭이 만났을 때: 차나무 『호로로 히야, 그리는 대로』

복서가 돌아왔다!: 김남중 『싸움의 달인』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존재에 대한 증언: 김해원 「최후 진술」(『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너구리 물리학자와 만나다: 유승희 『참깨밭 너구리』

허구, 역사가 되다: 하은경 『백산의 책』

거인을 응시하는 두 가지 시선: 위기철 『우리 아빠, 숲의 거인』

동심의 결을 읽는다는 것: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겁이 날 때 불러 봐 뿡뿡유령』

거짓말로 들춰내는 성공의 만화경: 전성희 『거짓말 학교』

어린이의 삶을 추적하다: 고재현 『귀신 잡는 방구 탐정』

아이러니는 나의 힘: 유은실 『멀쩡한 이유정』

매력적인 서사가 엎어진 지점: 김리리 『나의 달타냥』

열일곱 살 아이들이 그곳을 떠난 이유: 이현 『장수 만세!』,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언니가 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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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충일
    이충일

    아동문학평론가. 『해방 후 아동문학의 지형과 담론』을 썼다. 계간 『창비어린이』 기획위원.

책머리에
후기와 서문 사이

어린이와 문학, 상당히 난해한 조합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어린이문학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들의 관계성은 나에게 중요한 숙제였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나는, 이들을 목적어 자리에 배치하는 것이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를 위한 문학, 그러한 문학을 실천하는 교육. 뭔가 고결하면서도 호기가 느껴지는 이 문장이 한동안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는 표현이 자꾸 거슬렸다. 문학은 ‘쓸모없음’을 통해 ‘진짜 쓸모’가 무엇인지를 오롯이 드러내는 양식일진대, 도대체가 이 말은 목적성이 지나치게 뚜렷하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도덕적인 훈계를 늘어놓거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순진무구한 세계를 노래한 텍스트조차도 어린이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온 점도 마음에 걸렸다.
단단한 구심력을 갖기 위한 새로운 배열이 필요했다. ‘어린이’와 ‘문학’을 주어의 자리에 놓았더니 현실에 발 디딜 수 있는 중력이 생겨나는 듯했다. 이 중력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린이란 어떤 존재인가?’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들을 끌고 왔다. 언뜻 보기엔 너무 빤해서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두 질문에 답하고, 기어코 상관관계를 산출해 내는 것이야말로 비평의 소임일 터. 요컨대 ‘어린이’와 ‘문학’이 서로 충돌하고 겹치며 만나는 지점을 탐문하고, 둘이 조우할 수 있는 꼭짓점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는 것이 비평가의 역할인 것이다.
이 평론집은 앞의 두 질문 사이에서 찾아낸 불완전한 답변들이다. 돌이켜 보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으니 일종의 오답 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믿는 구석인 ‘어린이’에 대해서도 허방에 빠지기가 일쑤였다.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는 속담처럼, 가까이 있다고 더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들을 잘 모른다’고 고백할 용기가 필요했다. 겉모습으로 예단하지 않고, 이면을 응시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깨달았던 것 같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보다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여지지 않은 것을 듣고, 보이지 않은 것을 가만히 응시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것은 텍스트를 대하는 비평가의 자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구의 세계는 내가 현실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창(窓)이자 거울이었다.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중개자였던 셈이다. 물론 모든 텍스트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상상을 끌어안는 현실과, 현실을 끌어안는 상상이 한 몸으로 존재하는 텍스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자 성찰이었다. 상상력은 현실과 욕망의 차이를 지우는 게 아니라 좁히는 것임을 증명하는 텍스트, 그곳엔 여지없이 ‘진짜 아이’가 있었다. 내가 보고 싶은 아이, 내가 바라는 아이가 아니라 현실 어딘가에 생생하게 숨 쉬고 있는 박 아무개 김 아무개 말이다. 그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상처에 대해서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딱 하나로 비끄러매기 어려운, 다층적인 매력을 품고 있었다. 흥성거리는 축제인가 싶은데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담고 있기도 하고, 희희낙락한 인물과 웃긴 상황들 속에 잘팍한 슬픔이 배어 나오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싸느랗고 서늘한 이야기인데, 깊은 아랫목에는 따뜻한 밥 한 공기가 슬며시 놓여 있기도 했다. 나는 이 오묘한 지점 위에서 서성이길 좋아했다. 그곳에 건실한 희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헛된 낙관이 아닌 희망으로 충일한 서사에서 느끼는 긍정의 힘 말이다.
이렇게 온축된 긍정과 희망이야말로 현실을 이기는 힘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장이 갖추어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아동문학을 흔히 ‘성장의 서사’라 일컫는데, 이 성장은 불가불 통증을 동반한다. 엎드려 기던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다시 기어 다니던 시절로 회귀하지 않는다. 무릎이 까이는 아픔을 통해 제대로 걷고 뛰는 법을 터득해 나갈 뿐이다. 상처가 없는 성장은 거짓인 셈이다. 또한 통증은 일종의 신호이다.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 준다. 아픔을 동반하니 당장에는 반가울 리 없지만 이것이 아니면 고장이 났다는 사실조차 알기 힘들다. 통증이 없는 병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 않은가.
이 평론집의 제목인 ‘통증의 맛’은 성장으로 나아가는 ‘진통’과 우리 삶을 향한 ‘신호’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1부에는 일상이 얼버무린 문제들, 그중 가장 긴급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주제들을 모았다. 민주주의와 시민성, 어린이라는 독자, 교과서와 젠더 등은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가야 할 과제들일 것이다. 2부는 시대상과 장르론 등을 다룬 글이 주를 이룬다. 가족과 역사 서사가 아동문학의 보편적 영역에 가깝다면 추리동화, 다문화동화 등은 2000년대 아동문학의 특수한 단면을 보여 주는 글이라 하겠다. 3부는 서평 형식으로 쓴 글을 모았다. 평론에 비하면 비록 짧은 글이지만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 등 당시에 주목할 만한 작품을 한 권 한 권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일 것이다.

평론은 남의 글을 숙주 삼아 쓰는 글이다. 남의 글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게 평론의 숙명인 것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정확한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앎과 실천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는, 내 의지만으로 좁혀지는 것은 아니다. 첫 평론집이다 보니 그 거리가 여간 넓지 않다. 캄캄한 밤에 쓰는 서문임에도 부족한 지점들이 한낮처럼 떠오르니 부끄러움을 감출 곳이 없다. 기왕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 이 거리를 조금씩 좁혀 나가는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감사한 분들이 참으로 많다. 살면 살수록 쌓이는 게 사람 빚인가 보다. 별을 바라보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신 선생님들, 가난하지 않게 사는 법을 일깨워 준 문우들, 웅크리는 나를 뒤에서 꼭 안아 주는 가족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모두가 내 인생의 빚이요 빛이다. 어수선한 글을 정연한 책으로 담아내 준 창비와 담당 편집자께도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어른이 된 나의 제자들, 녀석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가 어기차게 걸어가고 있음을, 부디 잊지 말기를!

2019년 10월
이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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