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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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잊혀가고 소외된 곳으로

나는 오늘밤도 푸른 편지를 쓰리

푸른 그리움으로 빚어낸 투명한 언어의 선율

 

 

삶의 근원적 슬픔과 고통을 정갈하고 투명한 언어에 담아 노래해온 노향림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푸른 편지』가 출간되었다노향림 시인은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뒤 시력 49년간 묘사시의 정석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시세계를 일구어온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다시쓰기를 필생의 작업으로 여기며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오로지 시 창작의 외길만을 걸어온 시인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빼어난 묘사력으로 시를 풍경화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최근(2016) 11회 박두진문학상을 수상하며 느릿한 걸음으로 올곧이 자신만의 시학을 갈고 다듬어온 원로 시인으로서의 관록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실천문학사 2012)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삶의 밑바닥을 투시하는 예민한 감각과 세상을 관조하는 그윽한 시선이 깃든 시편들이 아름답게 녹아 있다. “존재론적 원적(原籍)으로서의 사랑의 기억”(유성호해설)과 삶의 다양한 표정이 오롯이 담긴 고즈넉한 풍경에 흐르는 애틋한 슬픔의 정조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서경과 서정의 눈부신 결합

 

노향림의 시는 삶의 경험을 명징한 언어의 세필로 그린 시간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아직도 환히 부신 기억(「돌아온 첫 시집」) 속에 어른거리는 시대의 초상과 찬란한 생명의 무한한 시공간을 직조해”(김승희추천사)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난 시간들의 아련한 기억의 바다에서 섧디설운/이름 하나/기억 하나(「동백숲길에서」)를 건져 올려 잃어버린 시간들을 복원해내고 삶의 근원적 의미를 새겨나간다인간 존재의 슬픔과 고독한 생의 이면에 깃들인 허무와 절망 속에서 시인은 특히 소외되고 단절된 것들가난하고 외로운 영혼들의 고단한 삶에 연민의 눈길을 건네며 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가난한 가을」) 한줌 던져준다

시는 불가능을 꿈꾸고시인은 낯설고 다른 하늘을 꿈꾼다(「시인의 본적지」). 7년에 한권꼴로 시집을 펴내는 과작임에도 시인은 시집을 낼 때마다 늘 겸손해진다는 마음을 여민다등단 50주년을 앞둔 연륜의 깊이만큼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끊임없이 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인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백지의 시 몇줄에 필생을 건(「단 한 사람의 숨은 독자를 위하여」) 시인은 시간 속에서 잊혀가고 소외된 시의 본적지(‘시인의 말’)로 언제나 사랑의 푸른 편지를 띄워 보낸다풍경 속에 서린 삶의 고통과 비애를 투명한 언어로 빚어낸 이번 시집은 오래도록 우리 식은 가슴속에서 출렁일 것이다.

추천사
  • 노향림 시인의 시는 묘사시의 정석과 같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에서 시작한 그의 시는 후기로 올수록 그 맛깔스러운 묘사에 인간의 서사를 녹여내면서 어느덧 시대의 초상을 실감나게 그리는 원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의 일곱번째 시집 『푸른 편지』에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시학을 연마해온 독보적인 장인(匠人) 의식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페넬로페의 베 짜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대적 의미로 쉴 새 없이 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킨다. 노향림 시인의 ‘베 짜기’는 현재의 시간 속으로 유년의 기억을 불러오고 사막 같은 도시 공간 속에 푸르른 바다를 불러와 찬란한 생명의 무한한 시공간을 직조해내는 것에 있다. 그에게는 ‘페넬로페의 베 짜기’가 곧 무한히 열린 세계로 ‘푸른 편지’를 쓰는 언어적 구도인 셈이다.
    김승희 시인

목차

제1부 이름 하나 기억 하나

도원에 이르는 길

동백숲길에서

누군가 내 몸을 다녀갔다

둔황은 골목 끝에도 있다

소금꽃

무녀도

물새알들의 꿈

무량리

푸른 편지

낙원, 그 하루

혼의 축제

손금에 관한 비망록

낙원 가는 길

금빛 기차역

봄날 한채

 

제2부 나는 쓰러진 적 있네

내 마음의 몬순

천국의 계단

하와이

힐링 캠프

느릅나무를 숨 쉬다

아스피린

그림 전시장에서

꽃이 지면 날개만 남는다

시계는 낙타 울음소리로 운다

채밀꾼

아침놀 속을 걷다

누란행 지하철을 타고

먼 누란은 포구에 있다

달맞이꽃 핀 2

그리운 서귀포 4

내 안의 저녁 풍경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노향림

    1970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 등이 있다. 박두진문학상 등을 받았다.

낯선 풍물과 사람들에게서 설레며 시를 찾다보면 늘 시는 새로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낯설게 느껴지도록 시는 새로움만 요구한다. 그렇게 낯설고 살아 있는 시를, 과연 나는 몇편이나 썼을까 새삼 질문을 던져본다.

푸른, 푸름이란 얼마나 무한대인가. 한겨울 깊은 땅속에 파묻힌 씨앗이 봄에 움튼다. 누가 그랬던가, 시의 씨앗을 사람들 마음 안에 다 틔워주는 일이 시인의 사명이라고.

시간 속에서 잊혀가고 소외된 시의 본적지로 나는 오늘밤도 푸른 편지를 쓰리.

2019년 6월
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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