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책 소개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한국사회의 심연을 밝혀온 유가족의 목소리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이들에게 무엇을 묻고 무엇을 들을 것인가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5년이 되는 날이다지난 3월 18일엔 세월호 투쟁의 상징이었던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와 천막이 철거되었다팽목항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부터 수년간 이어졌던 유가족의 단식삭발도보행진집회탄핵을 촉구하는 촛불광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결정그리고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지난 5년은 격변의 시간이었고 사건 해결의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기도 했다『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이 시간 속에서 참사를 겪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어떠한 궤적을 그렸는지 추적하는 곡진한 기록이다유가족이 겪은 지난 5년의 경험과 감정을 생생히 기록한 절절한 증언집이자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면서 기억과 고통권력의 작동 문제를 파헤친다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이자 국가폭력의 희생자인 세월호 가족이 그날의 진실을 냉철하게 질문하고 한국사회의 깊은 균열과 부정의를 직시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기록문학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이 책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말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란 과연 무엇이었는지그 사건은 과연 종결된 것인지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우리는 과연 그들의 고통과 무관한지 같은 물음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줄 것이다그동안 『금요일엔 돌아오렴』(2015) 『다시 봄이 올 거예요』(2016)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학생의 육성을 기록하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이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과 공감을 확산해온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세번째 책.

타인의 고통은 제각기 다르다: 정형화된 유가족 프레임을 넘어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2018년 여름부터 416가족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을 만나기 시작했다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5명의 기록자가 57명을 인터뷰했으며단원고 희생학생 가족뿐 아니라 생존학생 가족희생교사 가족이 이 인터뷰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었다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기존의 세월호 관련도서들이 희생학생들의 부모와 형제자매친구들의 압도적인 슬픔상실감에 주로 주목하고 있었다면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피해자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가족이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이 다양화되어가는 모습을 담담한 언어로 세밀하게 그린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들은 저마다 달라진 삶의 지형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고통의 시차도 제각각 다르다유가족의 특징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그들의 차이를 더듬어 살피는 것그 일로부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하는 사회가 가능해질 것이다유가족의 고통을 단순화하고 부각하는 행위는 그 고통을 소비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으며고통의 강도에 집중할수록 슬픔과 연민의 늪에 빠지고 세월호 참사라는 정치적 문제는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하지만 모든 정치적 문제는 구체적인 것이다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이 처한 지형을 섬세하게 식별할 때 우리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열어젖힐 토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이 책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사회적 참사는 어떻게 개인의 일상을 부수어놓는가

1장 고통의 단어 사전에는 머리카락(41), 문고리(44), 밥통(49), 에어컨(61)처럼 여느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어들이 등장한다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일상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물건과 행동과 사건의 의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진솔한 언어로 풀어내 무너진 일상의 결을 하나씩 살핌으로써 세월호라는 사회적 참사가 개인에게 남긴 고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장 세월호의 지도는 팽목항(92), 단원고(108), 동거차도(114), 광화문(126), 생명안전공원(132등 세월호의 공간에 새겨진 기억에 대해 말한다팽목항에서 아이의 시신을 확인할 때단원고에서 기억교실을 이전할 때광화문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설 때 등 이 공간들에 대한 유가족의 기억은 대체로 참담하다세월호의 지도가 그리는 공간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들에게 자행된 사회적 부정의를 증언한다.

4장 가족의 재구성은 재난이 가족을 어떻게 뒤흔들고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되묻게 한다상실을 안은 가족 구성원들은 기존의 가족 이데올로기관습적인 역할규범과 충돌하면서 가족과 부모됨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재구성해간다상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존재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유를 끌어내는 모습이 먹먹한 울림을 준다

 

슬픔과 고통은 어떻게 연대와 투쟁이 되는가 

3장 ‘416가족의 탄생은 지난 5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운동을 견인해온 ‘416 가족협의회가 어떤 변화의 과정을 밟았는지 담았다평범한 시민이었던 부모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에 나서야 했을 때 맞닥뜨린 어려움의 장면들이 선연하게 펼쳐진다보상금과 기억교실 등을 둘러싼 갈등투쟁에 나선 가족과 그러지 못한 가족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간의 서로 다른 입장 등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와중에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건 416가족뿐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과정이 뭉클하다.

5장 다시 만난 세계는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이야기다일베 등의 보수세력뿐 아니라 가까운 이웃과 친지로부터도 외면을 경험한 유가족들이 곁에 서준 시민들의 힘 덕분에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싸워나가야 할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518, 천안함 사건대구지하철 참사 등 한국사회의 참혹한 사건에 대해 새롭게 눈뜨고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게 되면서 정치적 주체로 각성하는 장면에서 고통 속에서도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 유가족들의 용기를 배우게 된다

6장 시간의 숨결은 세월호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망각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약할 수 없는 긴 싸움을 해나가는 세월호 가족의 마음을 담았다불안과 기대로 진동하는 유가족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즉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고 애도가 가능할 사회적인 조건이 아직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유가족들의 곁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한국사회의 심연과 균열을 목도한 유가족,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 책에는 세월호 가족의 증언뿐 아니라 인권활동가 박래군사회학자 엄기호가 각각 세월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움직임을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사회적 참사에서 유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철학적으로 해석한 글을 덧붙였다. 416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래군은 지난 5년 동안 누구보다 세월호 가족 가까이에서 투쟁에 함께해왔다가끔 유가족들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라며 투쟁의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지만박래군은 그간 세월호가 한국사회에 불러일으킨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조목조목 짚어줌으로써 희망의 가능성을 전망한다

엄기호는 비단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등을 호명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유가족이 이 사회의 깊은 심연봉합 불가능한 균열”(381)을 폭로한 존재였음을 밝힌다이러한 맥락에서 엄기호는 우리가 유가족의 말을 통해 들어야 하는 진상은 그 순간에 대한 유가족의 고통이나 견해입장이 아니라참사 이후 이들이 동시대인으로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387)라는 것을 역설한다이러한 질문은 이 책의 독자들이 세월호 가족의 목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중요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목차

여는 글_봄은 어떻게 다시 오는가

세월호의 시간

 

1장 고통의 단어 사전_홍은전

 

2장 세월호의 지도_유해정

팽목 / 안산 / 단원고 / 동거차도 / 목포 / 광화문과 청운동 / 생명안전공원

 

3장 416가족의 탄생_미류

모르는 사람들 / 개척의 시간 / 조직의 무게 / 공통분모 위에서 / 천직의 기로 / 프로가 얻는 것 / 싸움, 소중한 / 목숨값 / 지속 가능한 싸움을 위해 / 가족, 되기보다 하기

 

* 세월호 참사 이후 5년, 가능성을 만들어온 시간_박래군

 

4장 가족의 재구성_박희정

이름의 뒤편 / 부서진 자리 / 다시, 부모가 된다는 것 / 친족 관계에 관한 소고 / 살아가야만 하는 날들

 

5장 다시 만난 세계_이호연

낯선 두려움 / 조각난 믿음 / 타자의 얼굴 / 시선의 무게 / 다가온 손길 / 고군분투 / 응답의 몸짓 / 깨달음 / 세상 물정 아는 어른 / 이끌린 질문 / 길에 서다

 

6장 시간의 숨결_유해정

기억의 수명 / 장소의 온도 / 짧지만, 모두, 영원한 / 원하는 진실과 진실을 원하는 것의 차이 / 죽음의 가치, 고통의 등급 / 시간을 견디는 법 / 보통의 행복

 

* 우린, 아직 동시대인이 아니다_엄기호

수상정보
저자 소개
  • 416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한명의 인간으로서 세월호참사를 어떻게 겪어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있다. 글로써 참사의 증거를 남기고 흩어지는 고통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세월호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했으며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함께 썼다.

봄은 어떻게 다시 오는가

그날 이후 다섯번째 봄입니다. 우리는 봄이 희망의 상징이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봄은 아직 절망의 상징 또한 아닙니다.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416운동’을 견인해온 세월호 유가족들입니다. 재난 유가족이 이렇게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 일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세월호 유가족에게 지난 5년은 어떠한 시간으로 남아 있을까요.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요. 나보다 소중한 어린 자식을 잃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형제자매를 잃었기 때문이라고요. 애도하고 싶은데 죽음의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는 국가와 사회의 부정의함 때문이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것만이 이유일까요. 같은 상처가 있어도 그 상처를 안고 가는 길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은 억울하기에 분노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억울하므로 주저앉기도 합니다. 우리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상처란 것의 속성과 그것을 이용하는 자들의 잔혹함 때문입니다. 각자가 놓인 삶의 조건 또한 모두 다르기에 한 사람의 선택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싸우는 유가족’을 보며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그들이 펼치는 싸움의 빛깔에 관해서입니다. 그들은 그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정의와 싸우기로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지만, 뒤흔들려야 할 것은 세상임을 깨달았습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너와 같은 모두를 살리는 마음으로 넓히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날 이후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구성하며 살아왔습니다.
그사이 세월호의 타임라인을 훑어보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16년 9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로 종료되었고, 그해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광장이 펼쳐졌고 시민의 힘으로 2017년 3월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거짓말처럼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해 5월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었고, 가을에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말,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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