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전차

책 소개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손택수 시인의 신작 시집 『목련 전차』가 출간되었다.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기량과 빼어난 서정성으로 시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첫 시집 『호랑이 발자국』 이후 3년 만에 출간되는 시집으로,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한 표제작 「목련 전차」 외 60여편의 시를 가려뽑았다. 첫 시집의 ‘호랑이’라는 강한 동물성의 표제에 대비하여 강한 식물성을 표방하고자 했던 손택수의 이번 시집은 민중적 삶과 대지적 삶의 살뜰한 조화를 꿈꾸는 시인의 의지가 구술성 가득한 시어 속에 유감없이 발휘된 시편들이 묶여 있다. 곡진한 정감과 가락이 살아 있어 틀림없는 운문이지만 시와 시 사이, 부와 부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야기 얼개는 한 편의 설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눈앞에 그려 보이는 듯하다.

 

해설을 쓴 홍용희의 표현대로 손택수의 시세계는 “재래적인 대지적 삶의 문법으로부터 발현되고 수렴”된다. 설화적이고 구술적인 어법엔 담긴 시정은 다분히 민중적이고 재래적이다. 허락없이 처마에 집을 진 제비를 보고, “스윽, 제비 한 마리가,/집을 관통”해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放心」)해진다. 그 제비는 “허름한 적산가옥에 세를 들러 온 두 내외”(「제비에게 세를 주다」)로, 염치없고 관리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집주인에게 제비는 하얗고 서늘한 바람을 주고, 방세 대신 꼬박꼬박 새울음소리를 챙겨준다. 자신도 ‘적산가옥’에 살지만 나눌 것이 있고 함께할 수 있으니 충일하고 풍요로운 삶이라고 노래한다. 술에 곯아떨어진 주인 없이도 “저물녘 염소들이 들판에서 돌아오”는 풍경을 그린 「염소 일가」에서는 가진 것 없고, 줄 것도 없이 “윗대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쇠방울”뿐인 염소의 “신트림 같은 외로움”을 함께한다.

 

물질적으로는 궁핍하지만 충일해진 영혼은 시적 대상과 하나가 되어 육화된 몸성을 노래하기에 이른다. 부러 무심한 척 바라보다가 물 위로 떠오르는 “청둥오리떼 파다닥 멀어지기 직전, 오오 바로 그 직전 나는 잠시 청둥오리 몸속에 있”고 “청둥오리 몸속 가장 깊은 곳에 닿았다 떨어진다.”(「청둥오리떼 파다닥 멀어지기 직전」) 달과 토성이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땅심이 제일 좋은 날 할머니가 뿌린 씨들은 “할머니의 몸속에, 씨앗 속에, 할머니의 주름을 닮을 밭고랑 속”(「달과 토성의 파종법」)에서 발아한다.

 

민중적인 정서와 삶에 철저히 응해주되, 한편으로는 「거꾸로 박힌 비늘 하나」처럼 “유영의 반대쪽을 향하여 날을 세우는” 일에는 몸을 사리는 법이 없다.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면서 추석 때도 손님을 맞아야 하는 신세와 어디로도 귀향하지 못한 철새들을 노래한 「추석달」은 코끝을 찡하게 할 만한 시정을 담은 수작이다. 주도면밀한 강간범처럼 총구에 콘돔을 씌운 미군의 무도한 만행을 풍자한 「콘돔 전쟁」에서는 시인의 충혈된 눈만큼이나 독자들의 콧날을 시큰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더욱 튼실해진 민중적 시정과 곡진한 가락의 절창으로 묶인 손택수의 『목련 전차』는 우리 시단의 지평을 넓혀주리라는 기대에 한 치의 어김도 없는 시집이다.

목차

제1부

강이 날아오른다
집장구
청둥오리떼 파다닥 멀어지기 직전
放心
제비에게 세를 주다
메주佛
별빛보호지구
화엄 일박
달과 토성의 파종법
구름의 가계
내 목구멍 속에 걸린 영산강
가새각시 이야기
혼쥐 이야기
홍어
명태
오줌 뉘는 소리
자음

제2부

추석달
풀벌레 울음소리
살가죽구두
길바닥에 손바닥을 부딪쳐
옥수수 무덤
과수원에서
벚나무 실업률
앙큼한 꽃
자기라는 말에 종신보험을 들다
나무 빨래판
매제의 구두
닭발
대보름, 환하게 기운 쪽
구두 밑에서 말발굽소리가 난다
자전거의 연애학
단풍나무 빤스
청도산 무우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목도장

제3부

첫 몽정•별똥별•감나무

뿔잠
비 새는 집―1979
목련 전차
하늘 우물
강철나비
털신
염소 일가
술 취한 백일홍
연못 에밀레
심호흡
가시잎은 시들지 않는다
習作
콘돔 전쟁
부산에 눈이 내리면
여근곡에서

제4부

자전거의 해안선
장생포 우체국
가덕도 숭어잡이
어부림
海松
자갈치
거꾸로 박힌 비늘 하나
오징어 먹물에 붓을 찍다
꽃낙지
뻘설게잡이 막대기
聖 젓갈
먹점 해안
미조항

해설│홍용희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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