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책 소개

31의 함성에 촛불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만세’ 이후 100년의 기억과 현실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정부주도의 100주년 기념사업 및 각종 단체의 학술대회가 작년(2018)부터 성대하게 준비되면서 전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발굴해야 할 3․1운동의 정신보다는 100주년이라는 가시적인 기념성 혹은 정치적 의도가 부각되는 방식으로 3‧1운동이 기념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각계의 학자들이 모여 3‧1운동의 실체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그것이 100년 후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치열하게 토론하며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로 엮어냈다. 촛불혁명을 이루어내고 한반도가 대전환의 국면에 접어든 오늘날, 3․1운동은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100년 전 한반도를 가득 메운 만세의 함성은 촛불혁명 당시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과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촛불혁명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과 3·1운동의 ‘내가 대표다’라는 선언 사이에는 100년의 차이가 있지만, 3·1운동은 공화와 주체의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시초이고, 촛불은 그 정치원리의 구현이자 정점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는 역사학뿐만 아니라 문학, 종교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31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모색한 학문적 시도의 일환이며, 31운동을 둘러싼 논쟁적인 이슈들을 균형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3‧1운동 100주년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 3‧1운동과 촛불의 마주보기

3‧1운동과 관련된 최근의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3‧1혁명론’이다. 학계뿐만 아니라 정부의 주요인사들도 3‧1운동이 아니라 3‧1혁명으로 명칭을 바꿀 것을 제안하며 3‧1운동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책의 좌담 「31운동 100주년이 말하는 것들」에서는 31혁명론을 둘러싼 학술적 맥락과 정치적 함의 등을 두루 살피며 각 연구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치열한 토론이 펼쳐진다. 혁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에서부터 ‘미완의 혁명’ ‘현재진행 중인 혁명’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까지 폭넓은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역사를 당대의 맥락 속에서 파악할 것인가 혹은 그것의 현재적‧지속적 의미를 적극 발견할 것인가’라는 역사학의 오래된 과제이자 본질적인 쟁점을 3‧1혁명 논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교과서적 서술에서 3‧1운동은 ‘거족적 항일투쟁’으로 평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3‧1운동을 ‘대한독립만세’, 즉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었던 민족적 항일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3‧1운동은 그 결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민족운동만이 아니라 공화정을 추구한 민주주의운동이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기훈은 「31운동과 깃발」을 통해 만세시위 당시 민중들의 움직임에서 어떻게 공화의 정신이 싹텄는지 탐색한다. 특히 당시 시위 현장에서 사용되었던 깃발과 격문, 선언서 등의 구체적인 매체(미디어)를 통해 당대인의 의식 속에서 국가, 민족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자리잡았고 자신들의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실증적으로 살핀다. 또한 ‘만세’라는 축하의 행위가 고종의 국장 당시 수행되었다는 점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이러한 수행이 어떻게 군주정의 종식, 공화정의 탄생과 연결되는지 분석한다. 당시 깃발과 격문에서 자주 발견되는 ‘내가 대표다’라는 언술은 민중 스스로 인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한국근대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31운동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탐색은 비단 오늘뿐만 아니라 한국현대사에서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시도되었다. 오제연의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31운동 기억」은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31운동의 기억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전유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민주화운동 세력과 각 정권이 주요 정치국면에 따라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3‧1운동을 전유하고 경합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러한 논의는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주의의 질적 도약을 고민하는 한국사회가 100년 전 3‧1운동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에 대한 학문적 모색의 일환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민중의 기억을 복원하다

: 3․1운동과 촛불의 헤테로토피아적 외침

3‧1운동과 촛불혁명의 연관성을 파악할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운동의 현장에 다양한 주체들의 염원, 새로운 시대에 대한 지향이나 욕망이 있었다는 점이다. 촛불혁명 이후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등장, 미투 운동 등이 이어진 것처럼 촛불이 지핀 변혁의 움직임은 이 사회에서 억압받아온 목소리들이 터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장영은은 「3·1운동과 감옥에 갇힌 여성 지식인들」에서 3·1운동에 직접 참여한 당대의 여성 지식인이 그 경험을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로 구축해나가려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장영은은 31운동이 교육받은 여성이 조직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첫번째 경험으로 평가하며, 이들에게는 31운동이 독립운동의 의미를 넘어 역사의 지분을 확보하고자 했던 권리투쟁이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언론인이자 여성운동가였던 최은희의 역사서술 작업을 통해 식민지와 해방, 국민국가의 설립 등 정치적 격랑 속에서 여성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공적 역사로 만들어가는 일련의 투쟁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살핀다.

김진호는 「31절과 태극기 집회」에서 다양한 민중의 목소리, 억압받은 자의 목소리를 헤테로토피아적 외침으로 규정하며 31운동의 기억투쟁 과정에서 헤테로토피아적 외침이 억압당해온 이유를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 신앙에서 탐색한다. 3·1운동의 공적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한국 개신교에서 근본주의 신앙이 압도하게 된 배경, 3·1운동의 재기억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기억투쟁에서 반공주의가 승리한 이유, 근본주의와 반공주의가 결합한 이데올로기가 한국현대사에 미친 영향력 등을 검토한다. 이러한 역사인식은 여전히 열정적으로 진행 중인 태극기 집회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맥락을 제공한다.

3·1운동은 민족해방에 이르지 못했지만 한국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결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획기가 되었고, 이는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문학운동’이 근대문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한편, 대다수의 문인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친일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경석은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과 3·1운동」에서 민족문학을 거론할 때 피해갈 수 없는 예민한 퍼즐인 친일문학을 미당 서정주의 작품을 경유해 검토한다. 미당 서정주의 ‘좋은’ 작품들과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한 평가라는 이중의 과제가 섬세하고 신중한 독법을 통해 그 교착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목차

기획의 말

 

0. [좌담] 31운동 100주년이 말하는 것들

3‧1운동과 촛불의 마주보기 / 3‧1운동인가, 3‧1혁명인가 / 임시정부 100주년의 정치성 / 3·1운동은 남과 북의 공유자원이 될 수 있을까 / 3·1운동의 세계사적 의미에 대하여 / 민족자결과 공화의 정신 / 3·1운동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1. 31운동과 깃발: 만세시위의 미디어 이기훈
3·1운동 풍경의 역사적 의미 / 선언서 네트워크와 깃발/격문 네트워크 / 만세시위의 양상과 미디어의 유형 / 운동자들과 정체성의 구현: 깃발의 선언성 / 3·1운동과 미디어

 

2.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3·1운동 기억: 4·19혁명에서 6월항쟁까지 오제연
기억을 통한 3‧1운동의 현재화 / 4·19혁명과 ‘3·1운동 기억’ / 5·16쿠데타 이후 ‘3·1운동 기억’의 경합 / 1980년대 ‘3·1운동 기억’의 연속과 단절 / 촛불혁명 후 ‘3·1운동 기억’의 재구성을 위하여

 

3. 3·1운동과 감옥에 갇힌 여성 지식인들: 최은희의 자기서사와 여성사 쓰기 장영은
여성의 몫과 글쓰기 / 여성이 여성의 투쟁사를 수집 / 여성은 전진하고 있는가

 

4. 3·1절과 태극기 집회: 잃어버린 민중의 기억 김진호
극우 개신교, 2018년 3·1절 광장예배를 준비하다 / 망각의 역사와 근본주의 신앙 / ‘3·1절’의 재기억화와 반공주의 / 광장예배 실패, 그 이후: 공적 기억의 쇠락과 ‘잃어버린 민중의 기억’ 소환

 

5. 민족문학의 정전 형성3·1운동: 미당 퍼즐 강경석
새로운 주인공 / 3·1운동과 점진혁명 / 문학의 ‘자율성’과 ‘자치’의 역설 / 다시, 미당 근처 / 미당 바깥

 

6. 3·1운동의 한세기: 20세기의 비전과 한반도 평화 김학재
3·1운동의 국제적 맥락 / 지구적 순간들과 지정학적 배경 / 세계사와 민족사의 결정적 조우 / 미완의 과제 3·1운동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강경석
    강경석

    문학평론가. 최근 평론으로 「리얼리티 재장전: 다른 민중, 새로운 현실 그리고 ‘한국문학’」 「단지 조금 다르게: 김현의 근작들과 시대전환」 등이 있음.

  •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백교회 담임목사,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 계간 『당대비평』 편집주간 등을 지냈다. 제도권 신학 바깥에서 민중신학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리부팅 바울』 『예수의 독설』 『반신학의 미소』 『당신들의 신국』(공저)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공저) 『우리 안의 파시즘』(공저) 『사회적 영성』(공저) 등이 있다.

  • 김학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 프리드리히 마이네케 연구소에서 지구사 연구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일했다. 주요 저서로 『판문점 체제의 기원』 『전장과 사람들』(공저) 『전쟁 속의 또 다른 전쟁』(공저), 주요 논문으로 「한국전쟁기 대통령 긴급명령과 예외상태의 법제화」 등이 있다.

  • 백영서

    1953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이자 국학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계간 『창작과비평』 주간으로 있다. 현대중국학회와 중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계간 『香港中國近代史學報』 『台灣社會硏究』 등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 『중국현대대학문화연구』 『동아시아의 귀환』 『동아시아의 지역질서』(공저) 『동아시아인의 ‘동양’ 인식』(공편) 『대만을 보는 눈』(공편) 『핵심현장에서 동아시아를 다시 묻다』 『思想東亞: 韓半島視角的歷史與實踐』, 역서로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공역) […]

  • 오제연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공저), 주요 논문으로 「전인적 지도자 양성에서 고급 기술인력 양성으로」 「4월혁명의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들」 등이 있다.

  • 이기훈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부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청년아 청년아 우리 청년아』 『일제하 광주・전남의 민족운동』 『식민지 공공성』(공저)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1920년대 『어린이』지 독자공동체의 형성과 변화」 「집회와 깃발: 저항 주체 형성의 문화사를 위하여」 「강기문 씨 따라가기: 식민지 한 행상의 삶과 길」 등이 있다.

  • 장영은

    성균관대학교 한국학연계전공 초빙교수.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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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세기를 위한 100년의 대화
‘만세’ 이후 100년의 기억과 현실

 
3·1운동 100주년이다. 세계가 지금보다 딱 100살 젊었을 때 이 대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전민족적 항쟁”이라는 교과서적 서술에 그치는 일이 아니었다. ‘만세’의 경험은 한국인들의 국가 구성과 사회 운영의 기본원리를 바꿔놓았다. 만세 이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민족주의는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규정하는 일상적 원리로 부상했다. 이 원리들은 촛불과 미투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진행 중인 고민의 대상이기도 하다.
2018년 1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각 분야 연구자들이 그 현재적 의미를 새롭게 살펴보자는 기획이 제시되었다. 세교연구소가 연구모임을 만들고 출판사 창비가 그 결과를 단행본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책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의 출발점이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수많은 학술대회가 열리고 책들이 쏟아져나오리라 예상되는 와중에, 한국근대사 연구자로서 이 연구모임과 단행본 출간의 총괄기획을 맡게 된 필자는 그 역사적 의미를 현재와의 ‘대화’라는 측면에서 다루고자 했다. 몇차례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고 원고가 어느정도 완성되었을 때, 좀더 공개적인 학술대회에서 논의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마침 한국사회사학회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대회 ‘3·1운동 100년, 한국 사회전환의 시공간 지평’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책의 글들은 이 학술대회에서 먼저 발표되고, 그 이후 관련 학술지에 실은 글을 다듬은 것이다.
과거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억’을 추적하고 비교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중 3·1운동 시기인 한국근대사를 전공한 사람은 기획자인 필자뿐이며, 다른 저자들은 문학, 현대사, 종교학, 사회학 등 각 방면의 연구자들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운동의 실제 준비와 실행 과정 그리고 3·1운동을 기억하는 과정을 다양한 매체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이 활동들이 어떻게 특정 민족관념과 정치의식으로 전환하는지 살폈다.
필자의 「3·1운동과 깃발: 만세시위의 미디어」는 태극기를 포함한 깃발을 민족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미디어로 이해하고, 시위 과정에서 깃발의 확산이 어떤 정치적·문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해석하려 했다.
오제연의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3·1운동 기억’: 4·19혁명에서 6월항쟁까지」는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3·1운동의 기억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전유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3·1정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적·이념적 대립은 기억과 기념의 정치사라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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