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의 시간

책 소개

분단시대를 지식인으로 살아온

평화통일 민족주의 역사학자의 자기 기록

 

『역사가의 시간』은 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어온 저자가 정확한 기억이 아니면 아니라고 밝히고 더 기억이 희미한 경우에는 아예 쓰지 않는 방법으로 엄격한 자기검열하에 쓴 자서전이다. 자서전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한 역사학자가 경험한 또 하나의 한국현대사 기록인 동시에 한 역사학자가 서술한 또 하나의 동시대 역사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을 역사에, 역사를 자신에게 비추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기술한 우리 현대사이기도 하다. 한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진보적 지식인의 삶의 기록인 동시에, 한국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역사학자의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문헌적 의미도 지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야기체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시대의 쟁점에 대해 논쟁적으로 구성된 이 책에은 역사학은 현실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또한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부록으로 제시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는 저자가 노무현정부 시절 2년간 친일진상규명위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전개되어온 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생생한 현장보고서다. 그밖에 ‘강만길 연보’와 ‘저서목록 및 상훈경력’을 덧붙여 강만길 개인의 역사를 되짚어보고자 하는 이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목차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1장 일제강점기의 끝자락을 산 이야기

1940년에 ‘심상소학교’에 입학하다

국민학생으로 겪은 우리말 수난

황민화정책 때문에 당한 ‘창씨개명’

국민학생으로서 겪은 ‘대동아전쟁’

“너는 조선사람이다. 아느냐?”

 

2장 초등학교 6학년 때 해방을 맞은 이야기

‘느닷없이’ 닥친 민족해방이라니

‘코끼리’ 선생님에 대한 기억

‘해방공간’의 중학교육

몸서리치게 극심했던 좌우대립

‘찬탁’ ‘반탁’은 사생결단 그것이었다

왜 한사코 ‘찬탁’이었고 또 ‘반탁’이었을까

‘백두산 호랑이’의 포효에 놀라기도 하고

 

3장 중학교 5학년 때 6・ 25전쟁을 당한 이야기

일요일에 들은 ‘남북전쟁’ 발발 소식

별 수 없이 학도의용군이 되다

‘부산교두보’ 시기의 부산에 가다

운 좋게도 ‘우연히’ 대학생이 되다

자원입대해서 ‘실제 군인’이 되다

 

4장 대학원생으로 4・19와 5・16을 겪은 이야기

기어이 ‘올챙이 학자’가 되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4・19‘혁명’을 겪다

4・19는 ‘혁명’이 아닌 혁명 그것이어야 했다

예상 못한 5・16군사쿠데타를 당하다

5・16쿠데타와 연관있는 이야기 한 토막

한국사학회와 『사학연구』 이야기

자본주의 맹아론 연구의 의미에 대하여

 

5장 박정희 ‘유신’독재 아래 산 이야기

고려대학교 전임교원이 되다

‘유신’ 바람에 학문적 ‘외도’를 하게 되다

‘창비’와의 인연으로 ‘분단시대’가 태어나다

한국사연구회 창립에 동참한 이야기

박사학위논문과 그 주변 이야기

남산의 중앙정보부 취조실 구경

미국의 패전과 베트남의 통일을 보고

박정희정권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6장 박정희살해사건 후 ‘서울의 봄’을 산 이야기

일본 와세다대학에 파견교수로 가다

‘10・26박정희살해사건’ 후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북경찰서 유치장에서 한 달을 살다

군사정권 뒷자리에 또 군사정권이 서다니

 

7장 전두환정권에 의해 해직교수가 된 이야기

교단에서 강제로 쫓겨나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기도 하고

‘독립운동의 성지’ 서대문형무소에도 가보고

30년 군사정권 뒤 민주화가 되긴 했지만

 

8장 복직 후 학문 방향이 바뀐 이야기

중세사 전공에서 근현대사 전공으로

일제시기 사회주의운동을 민족해방운동의 일환으로

좌우익 통일전선운동의 역사에 주목하고

역사학의 현재성과 대중성 확립을 위하여

‘사회주의 조국’이 무너지는 ‘역사’도 겪고

 

9장 6・15남북공동선언에 동참한 이야기

정년퇴임, 그리고 ‘경실련’과의 인연

북녘 학자와의 첫 만남과 첫 평양행의 실패

남녘 대통령이 무장한 인민군을 사열하다니

6월 14일 밤, 평양 만찬장에서의 감격

평화통일의 ‘전도사’가 되고 싶어서……

역사는 결코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10장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야기

『통일시론』에서 『민족21』로

일제침략을 규탄한 남북 역사학자 학술회의

불발된 을사조약 100주년 기념사업

북녘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과의 인연

완전통일 전에도 『우리 민족의 현대사』 같은 책이 있었으면

평화통일을 이루어가는 21세기 역사의 방향은?

 

11장 6・15선언 5주년 기념행사 이야기

6・15선언 5주년행사가 있기까지의 뒷이야기

통일문제에 가시가 있는 글과 없는 글

인상적이었던 6・15선언 5주년 기념행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오찬자리

6・15공동선언 후 통일은 많이 추진되었다

 

12장 상지대학교 총장 시절의 이야기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하기까지

상지대학교 분규의 내력

교정 곳곳에 이상한 푯말이 꽂힌 대학

국내 ‘최고’의 ‘민주대학’ 상지대학교

우리나라의 대학경영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들

 

13장 그밖에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 1

쿄오또제국대학의 두 조선인 교수 이야기

자칭 자유주의자 오기영씨가 월북한 이야기

‘대일본제국’ 외무대신 박무덕 이야기

군사독재의 ‘독니’에 물린 지식인 이야기・하나

군사독재의 ‘독니’에 물린 지식인 이야기・둘

비전향장기수들과의 인연 이야기

 

14장 그밖에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 2

이상룡 ‘임정’ 국무령의 『석주유고』 이야기

대학교수의 학점 주는 ‘신성한’ 권한에 관한 이야기

평생 모은 장서를 북녘에 기증한 이야기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이야기

 

글쓰기를 마치면서

 

부록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지

해제 | 신용옥

강만길 연보

저서목록 및 상훈경력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강만길

    193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소년시절에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정국을 경험하며 역사공부에 뜻을 두게 되어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다 1967년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1972년 ‘유신’ 후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각종 논설문을 쓰면서 서서히 현실비판적 지식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광주항쟁 직후 항의집회 성명서 작성과 김대중으로부터의 학생선동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구금되었다가 고려대에서 해직되었다. 1984년 4년 만에 […]

그럴 만한 조건이 되는가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제자들의 준비와 출판사의 호의로 저작집이란 것을 간행하게 되었다. 잘했건 못했건 평생을 바친 학문생활의 결과를 한데 모아두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한 인간의 평생 삶의 방향이 언제 정해지는가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면 나의 경우는 아마도 세는 나이로 다섯 살 때 천자문을 제법 의욕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쩌면 학문의 길이 정해져버린 게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요즈음 이름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은 민족해방과 6년제 중학교 5학년 때 겪은 6・25전쟁이 역사 공부, 그것도 우리 근현대사 공부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 3학년 때 과제물로 제출한 글이 활자화됨으로써 학문생활에 대한 의욕이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이후 학사・석사・박사 논문은 모두 조선왕조시대의 상공업사 연구였으며, 특히 박사논문은 조선왕조 후기 자본주의 맹아론 연구였다. 문호개방 이전 조선사회가 여전히 고대사회와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고 주장한 일본인 연구자들의 연구에 대항한 것이었다고 하겠다. 역사학계 일부로부터 박정희정권하의 자본주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라는 모함을 받기도 했지만……
자본주의 맹아론 연구 이후에는 학문적 관심이 분단문제로 옮겨지게 되었다. 대학 강의 과목이 주로 중세후기사와 근현대사였기 때문에 학문적 관심이 근현대사에 집중되었고 식민지시대와 분단시대를 연구하고 강의하게 된 것이다.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을 통해 ‘분단시대’라는 용어가 정착되어가기도 했지만, ‘분단시대’의 극복을 위해 통일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연구논문보다 논설문을 많이 쓰게 되었다. 그래서 저작집도 논문집보다 시대사류와 논설문집이 더 많게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제시대의 민족해방운동사가 남녘은 우익 중심 운동사로, 북녘은 좌익 중심 운동사로 된 것을 극복하고 늦게나마 좌우합작 민족해방운동사였음을 밝힌 연구서를 생산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자윗거리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민족해방운동에는 좌익전선도 있고 우익전선도 있었지만, 해방과 함께 분단시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족해방운동의 좌우익전선은 해방이 전망되면 될수록 합작하게 된 것이다.
『고쳐 쓴 한국현대사』는 ‘한국’의 현대사니까 비록 부족하지만 남녘의 현대사만을 다루었다 해도 『20세기 우리 역사』에서도 남녘 역사만을 쓰게 되었는데, 해제 필자가 그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음을 봤다. 아무 거리낌 없이 공정하게 남북의 역사를 모두 포함한 ‘20세기 우리 역사’를 쓸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길 바란다.
 
2018년 11월 강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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