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아래 잠들다

책 소개

3년간 강원도 문막에서 생활해온 김선우(金宣佑) 시인이 두번째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를 상재했다. 도시생활에서 지치고 남루해진 몸을 한동안 고적한 곳에 둠으로 해서 그는 다시 한번 색다른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간 강원도의 강을 보고 바다를 보며 지낸 일들을 두고 스스로 ‘자연에 대한 지복함을 누렸다’고 말하는 그는 강심에서 뜨고 지는 달을 통하여 색다른 여성-몸의 비의(秘意)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대지를 향해 엎드려 흙과 입맞춤하고 원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행위를 통해 가두어놓았던 스스로를 풀어냄으로써 충만해지는 자신의 몸을 노래하게 되었다. 그가 마주친 것은 자신만의 몸이 아니라 그의 내부에 와 있는 수많은 자아이며, 그 자아‘들’과의 대화에서 그는 감히 ‘길의 몸’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지난 여정으로, 우리 자신이 여성성을 통해 생을 얻으며 또한 몸을 잃는 길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선우가 보여주는 ‘몸의 길’은 우리 시단에 새로운 영토가 확장되는 풍경이라 하겠다.

 

 

 

김선우는 시집 전체를 통해 여성의 몸에서 세상만물의 객관적인 인과를 보는데, 표제작 「도화 아래 잠들다」에서는 고달픈 생고(生苦)를 받는 낙화(落花) 이전의 여성의 내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그것은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며 길을 잃고 싶어하는” 화자의 과수원에 핀 도화에 대한 추억에서 고조된다. 하여 그는 “몇낱 도화 아래/묘혈을 파고” 눕는 자신을 보면서 죄를 무릅쓰고서라도 그대와 살고 싶은 색(色)을 탐하겠다고 노래한다. 이것이 사랑과 생멸이 존속하는 근원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 허물과 당위로 ‘몸의 길’을 가는 환상(環狀)적인 기표의 춤이 김선우의 시라고 말한 김승희(金勝熙) 시인의 말은 타당하다. 구체적인 생산의 방이요 욕망의 방인 「69-삼신할미가 노는 방」은 가히 우주적 에로티시즘이라 할 파장을 일으키면서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시편들에서 우리는 김선우 시인의 내밀한 미소를 보게 된다.

 

 

 

이 시집에는 전체적으로 여타 여성주의 시들에서 보이는 억압적인 내면과 몸에 대한 피해의 기억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이며 쾌활한 시적 수사가 우주적 열락을 자극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 몸의 생동성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곳에 생멸의 기쁨 또한 있을 것이다. 아버지-근대-로고스 중심의 세계를 배제시킴으로써 그의 시에서는 ‘남성적인 것’에서 자유로워진 여성의 힘찬 활기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은 김선우 시인의 두번째의 시적 모험이기도 하다.

목차

제1부

민둥산
단단한 고요
어느날 석양이
나생이
신(神)의 방
빌려줄 몸 한채
완경(完經)

탁란
어리고 푸른 어미꽃
능소화
고요한 필담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너의 똥이 내 물고기다
소 발자국을 보다
매발톱
자작나무 봉분
개부처손

제2부

물로 빚어진 사람
흰소가 길게 누워
무서운 식사
백설기
감자 먹는 사람들
도화 아래 잠들다
불경한 팬지
철로변의 봄
우리 동네엔 산부인과가 다섯 개나 있다
내가 죽어지지 않는 꿈
범람
요실금
절벽을 건너는 붉은 꽃
맑은 울음주머니를 가진 밤
다래사리

제3부

오후만 있던 일요일
태실(胎室)
거꾸로 가는 생
69-삼신할미가 노는 방
늙지 않는 집
짜디짠 잠
유령 난초
소낙비
연못을 들고 오신,
피어라, 석유!
별의 여자들
포도밭으로 오는 저녁
수타(手打)
화전에서 소금을 캐다
오, 고양이!
봄에 죽은 노랑부리멧새를 위한 시비(詩碑)
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설단비(立雪斷臂)

해설│김수이
시인의 말
저자 약력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선우

    1970년 강원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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