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호수

책 소개

『그림자 호수』는 올해로 시작 20년을 맞는 최영철(崔泳喆)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활동하는 최영철 시인은 『일광욕하는 가구』 『야성은 빛나다』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등의 시집에서 핍진한 삶의 고통 끝에 얻은 빛나는 통찰과 소외된 자들의 내면을 보듬는 따뜻한 눈길을 선보여왔다. .

 

신간 시집 『그림자 호수』에서 최영철 시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보여주준다. 당당하게 모순의 근원을 향해 그들의 부정(不淨)을 풍자하고 생태학적 운명을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늘진 곳에 소외된 자들과 그 소외를 만들어내는 대상의 대척점을 찾아 자신의 시적 주제를 그 대척점의 꼭대기에 두고자 하는 시와 삶의 진지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산을 근거로 활동하면서 언제나 주변 시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최영철 시인은 가난하지만 ‘남들보다 더 가지기’를 거부한다. 그는 최근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좀더 조용한 곳으로 나가려고 오래 준비해온 일이라고 한다. 더 조용한 곳으로 물러난다는 것은 세상을 더 예리하게 보기를 희망한다는 말과 같다. 최영철 시인이 큰소리치는 것을 본 사람은 드물다. 언제나 입을 다물고 한쪽에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와 말을 붙인다. 그런 그가 이번 시집에서 보이는 치열함은 다소 놀랍다.

 

「돼지들」 「무정란」 등에서 보이는 불안감의 소회, 「아래층 여자 그 아래층 남자」에서 우리가 사는 구조물에 대한 불쾌감에 가까운 신랄한 풍자, 「날아가는 메기」 「먹이사슬」 등의 예측이 불안한 생의 전도는 이전에 없던 최영철 시인의 새로운 시풍이다.

 

그런가 하면 제2부의 「봄날」에서 100원짜리 동전이 “댕그랑댕” 떨어지는 소리에 빌딩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귀와, “찬란한 햇살에 내보인 크고 작은 흠집이/다 너희를 키운 자리”(「구멍들」)로 보는 시인의 눈은 도시와 자연의 치열한 대결을 시적 수사 속에 병치한다. 또한 「전파들」의 첫 행 “전동차 안에서 뭔가가 자꾸 나를 찌르고 갔다”는 불안한 삶에 대한 인식이자 외침이다. 이러한 대결의 수사와 외침이 이번 시집이 갖는 특장이다.

 

그러나 초기의 따뜻함을 간직한 시편도 적지 않다. 시인은 “청소부가 한나절 쓸어놓고 간/지상의 길이/마음에 차지 않”는지 가로수를 통하여 이렇게 노래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에 채이고 밟히면서/(…)/지상의 길을/(…)/닦고 또 닦아주었다”(「길」).

 

시인 고운기는 「해설」에서 최영철의 시가 “현실의 문제에 아직껏 눈감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데” 놀랐다면서 “지난 시기 우리 시의 치열한 현실추구가 한발짝 더 나서서 걸어가자 소망했던 부분”을 보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시인 강은교는 시인이 “소리에서 일찍이 이규보가 말한 신의(新意)를 끄집어낸다”면서 새롭고 독창적인 시인의 상상력에 귀를 열어볼 것을 권유한다. 지난 20년간 “떠도는 나를 다시 불러앉혔던 이 땅의 자연과 사물과 이웃들이 새삼 고맙다”(「시인의 말」)는 시인이 펼쳐 보이는 세계에 우리의 기대가 부푼다.

목차

제1부

매향리
돼지들
아래층 여자 그 아래층 남자
네모난 집
푸줏간 이야기
무정란 잡초
날아가는 메기
먹이사슬
더블유더블유더블유점
성탄전야

010101, 압권? 엽기?
해와 별의 비밀
노숙 공원
유유자적
DMZ의 두루미
야경

저격수 김상사
행진

제2부

봄날
구멍들
전파들
거미
철판구이
월내역
862원
임종
검은 봉지
지진
비의 행로
꿀꺽꿀꺽
폐가
세탁소에 맡긴 내 不剌
깨진 항아리
고목을 지나며
랄라 룰루

질주
달에게

제3부

질투
팽나무 이야기
풀밭에서
소나무 잣나무 같은 것이었을 때
5월
금낭화 아래
그 자장면집
서해까지
다대포 일몰
지품에서
벚꽃제
그림자 호수
산초나무가 호랑나비애벌레에게
화엄 정진
새벽 우포에서
우짜노
인간, 아, 인간

총알택시 타고
밤에
가시

해설│고운기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최영철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1984년 무크지 『지평』『현실시각』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일광욕하는 가구』『야성은 빛나다』『홀로 가는 맹인 악사』『가족 사진』『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등이 있다. 제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계간 『관점21. 게릴라』 편집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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