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발자국

책 소개

손택수 시인의 첫 시집 ꡔ호랑이 발자국ꡕ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민중적 서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중심으로 내성(內省)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한편, 주변 삶을 관찰하는 눈도 신예답다. 낡고 지친 것들을 새롭게 눈뜨게 하여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는 신예를 만나는 기쁨은 언제나 큰 것이니, 손택수 시인이 바로 그러한 신인이다.

 

늘 새로운 것, 빠르고 거대한 것이 눈에 잘 띄고, 낯선 것이 새로운 것 같지만 우리는 이제, 그와 같은 속도와 관념적 담론에서 자유로우면서 오랜 세상과 지친 삶을 신성하게 감싸안으며 노래해주는 한 젊은 시인을 통하여 위로받는다. 손택수 시인의 ꡔ호랑이 발자국ꡕ은 오래된 것이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고, 작은 것들이 거대한 것보다 더 깊고 아프며, 지치고 숨은 것들이 역시 우리를 깨우치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손택수 시인은 철저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시인이며 동시에 사회적 발언보다는 가족사적인 것에 천착하는 시인이다. 강정리의 외할머니의 말씀을 그린 「놋물고기 뱃속」과 작고한 아버지의 추억을 되살린 「송장뼈 이야기」는 보기드물게 뛰어난 작품이다. 또 아버지를 통하여 자신을 투영한 「아버지와 느티나무」 「아버지의 등을 밀며」 등은 고단하고 가난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길과 삶을 오롯이 껴안는 점에서 시인의 진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런가 하면 「옻닭」에서 보이는 아버지와의 갈등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문득 봄날에도 혼자 꽃나무를 보고 있다가 “벚꽃나무 아래 들어/귀가 얼얼하도록 매를 맞는다”(「폭포」)고 한다. 그것은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또 그는 먼곳을 떠돌다가도 집에 돌아와 보면 장(腸)이 편해짐을 느끼고 아직도 “신기하게 설사가 멎는다”(「장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인이다. ‘호랑이 발자국’이라는 풍문을 우리 현실에 던지는 섬세하면서도 담력 있는 시인이다. 그리고 어느샌가 훌쩍 바닷가로 나가서 「방어진 해녀」라는 기막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시인이기도 하다. 이 시는 방어진 몽돌밭에 앉은 해녀가 바다에 대고 “멍기 있나, 멍기–” 하는 말을 던진 조금 뒤, 한 젊은 해녀가 물위로 나오는 광경을 노래한 수작이다. 고향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자신의 안팎을 두루두루 성찰할 줄 아는 손택수 시인은 이천년대 한국시의 시야를 넓혀줄 신예로 주목된다. 이 새로운 시인의 탄생으로 우리 시단은 싱싱한 활력을 얻었다.

목차

제1부
화살나무
돌종
모기禪에 빠지다
옻닭
지렁이
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강철나무
꽃그늘
오동나무 지팡이
붉은 거미
骨窟寺
그해 여름의 방
나의 팔만대장경
소가죽북
지장
아버지의 등을 밀며
아버지와 느티나무

제2부
놋물고기 뱃속
서쪽, 낡은 자전거가 있는 바다
墨竹
저문 들판이 새들을 불러모은다
버려진 집 속에 거울조각이 있다
강이 휘어진다
외딴 산 등불 하나
斷指
감꽃
쌍계사 되새떼
빙어가 오를 때

제3부


물푸레나무 코뚜레
청도의 봄 혹은 소싸움
외할머니의 숟가락
쇠똥구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감나무 낚시에 관하여
대추나무 신랑
할아버지의 송곳니
닭과 어머니와 나
송장뼈 이야기
은행나무 사리알
腸으로 생각한다
호랑이 발자국
다람쥐야, 쳇바퀴를 돌려라
장욱진
당나귀는 시를 쓴다
李聖善

제4부
방어진 해녀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바다를 질주하는 폐타이어
서해는 사막을 기른다
새들은 모래주머니를 품고 난다
폭포
술통
범일동 블루스
곡비
버드나무 강변에서의 악수
삼월
十月, 내 몸속엔 열 개의 달이 뜬다
페치카 공사
통도사 빗소리
월내역

해설
시인의 말

수상정보
  • 2003년 제9회 현대시동인상
  • 2004년 제22회 신동엽문학상
저자 소개
  •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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