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진보

책 소개

 

문학성의 극진한 드러남이 최고의 정치성 그 자체로 되는 그런 문학이야말로

다른 평화 또는 다른 세상을 여는 운하가 될지도 모릅니다.

 

다른 세상을 여는 우리 문학과 진보의 새길을 찾아서

비평이력 46년, 여전히 뜨거운 쟁점과 예리한 통찰을 던진다!

 

평생을 한국문학과 발맞춰온 최원식 평론가의 새 평론집 『문학과 진보』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1972년 평론을 시작해 민중문학과 동아시아 담론을 꾸준히 연구하며 오랜 시간 계간 『창작과비평』의 편집위원과 주간으로, 최근까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으로 일했다.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비평의 한 축을 이끌어온 그는 또 대학의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도 열정을 쏟았다. 『문학과 진보』는 2001년 출간된 평론집 『문학의 귀환』 이후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한 글을 모은 것으로, 이 책에는 1990년대를 통과한 한국문학의 얼굴과, 새로운 2000년대를 맞은 변화의 현장이 생생하다.

저자는 “읽을 것은 많고 시간은 많지 않다”며 『문학과 진보』를 마지막 평론집으로 내놓는다. “그동안 나의 허튼소리를 허용해준 모든 문인들께 최고의 경의”(책머리에)를 보낸다는 저자의 겸손과는 달리 오히려 그에게 한국문단이 진 빚이 적지 않다. 새 시대, 새로운 문학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한국과 한국문학의 과거가 담긴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에는 분명 다가올 미래를 예감하는 수많은 통찰이 스며 있다. 진보와 동아시아, 세계를 외면하지 않는 문학에 대한 이 책은 인문서로 역사서로 그리고 문학서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더 깊은 실감 속에 민족문학 없는 진보의 틈을 궁리한 앨쓴 길찾기가 여기 모은 글들의 면목일 것이다. 혹 적은 참고라도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마침 세상이 변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함께 부윰하다. 우리 앞에 놓인,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위에서 우리 문학은 또 어떤 몸을 지어갈지 벌써 궁금하다. 우리 문학의 한소식을 고대한다. ―‘책머리에’에서

 

한국 현대문학의 현장을 지켜온 비평가의 ‘사이’에 대한 기록

사회와 문학 사이,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미래를 발견하다

 

『문학과 진보』는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이론비평, 2부는 소설론, 3부는 시론, 4부는 동아시아문학론에 해당한다. 1부의 처음에 놓인 「문학과 진보」는 책의 제목으로 쓰인 만큼 평론집 전체를 포괄한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한국작가회의로 되태어난 일로부터 시작된 이 글은 민족문학이 진보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족문학이 걸어온 길과 그 의미를 집약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과연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견지해온 변혁의 과제를 한국작가회의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새로운 시대의 진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글 「우리 시대 비평의 몫?」은 2015년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불거졌을 때 쓰였다. 당시 문단에서는 표절 사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저자는 논란의 대상이 된 신경숙과 미시마 유끼오의 작품을 비교 분석하는 한편 한국의 비평문화가 약해진 점을 안타까워하며 비평이 그 위치를 새로이 새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찾아온 토론의 시대」는 2006년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비판하며 출간되어 보수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비평한다. 저자는 책에 실린 다양한 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를 대표하는 편자들의 단선적인 시각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으며 그들이 해당 책에 대해 과도한 대표성을 행사했음을 비판한다. ‘친일’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다룬 「친일문제에 접근하는 다른 길―용서를 위하여」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험받지 않은 몸으로 식민지시대를 통과한 누더기 몸들을 판단한다는 실존적 감각을 끊임없이 일깨”(61면)워야 한다고 간곡히 제안함으로써, 그저 친일을 적발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과거사 정리가 미래로 나아갈 마땅한 자리와 힘을 찾는 “고통의 축제”(57면)여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친일문학이라고 이름 지어진 개별 작가와 작품도 그들이 처했던 상황에 맞게 세밀히 들여다볼 필요를 역설하며 ‘온건친일파’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1부의 마지막 글 「민(民)의 자치」는 지방자치시대 20년을 기해 현 지방자치의 한계를 짚고, 이를 넘어 진정한 민주주의와 진보의 길로 가기 위해 생활이 곧 자치요 정치라는 이념형으로서의 ‘민의 자치’를 내세운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열쇳말들

문학과 진보

우리 시대 비평의 몫?

다시 찾아온 토론의 시대—『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읽고

친일문제에 접근하는 다른 길—용서를 위하여

민(民)의 자치

 

제2부/ 한국소설의 지평

민족문학과 디아스포라—해외동포들의 작품을 읽고

민주적 사회주의자의 길—『김학철 전집』 발간에 부쳐

남과 북의 새로운 역사감각들—김영하의 『검은 꽃』과 홍석중의 『황진이』

초원민주주의와 유목제국주의—김형수의 『조드—가난한 성자들』

도시를 구할 묘약(妙藥)은?

노동문학의 오늘—이인휘의 『폐허를 보다』

리얼리즘의 임계점—『아들의 아버지—아버지의 시대, 아들의 유년』과 『밤의 눈』

우리 시대 한국문학의 두 촉—한강과 권여선

수상정보
  • 2001년 제9회 대산문학상
  • 2010년 제2회 임화문학예술상
저자 소개
  • 최원식

    1949년 인천에서 출생.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주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로 있다. 평론집 『민족문학의 논리』 『생산적 대화를 위하여』 『문학의 귀환』 『문학과 진보』, 연구서 『한국근대소설사론』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한국계몽주의문학사론』 『문학』 등이 있다. Born in 1949 in Incheon, Choi Won-sik studied Korean literature (BA and MA) at Seoul […]

민족문학은 분단시대 우리 문학의 변혁적 계기를 한몸에 집약한 대문자다. 소련의 해체와 문민정부의 출범이라는 나라 안팎의 변화 속에서 한국문학의 유구한 ‘정치성’이 시나브로 빠져나가는 추세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거니와, 그럼에도 막상 민족문학의 결석은 솔직히 내게 당혹이었다. 기왕에 회통론이니 동아시아론이니 하는 의론들이 매양 이 하강기를 견디려는 궁여지책에서 간신히 제출된 것이매,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더 깊은 실감 속에 민족문학 없는 진보의 틈을 궁리한 앨쓴 길찾기가 여기 모은 글들의 면목일 것이다. 혹 적은 참고라도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문학과 진보』는 나의 마지막 평론집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문학사 작업에 유관한 데만 전념해야 할 듯싶다. 읽을 것은 많고 시간은 많지 않다. 역시 비평은 젊어야 한다. 마침 세상이 변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함께 부윰하다. 우리 앞에 놓인,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위에서 우리 문학은 또 어떤 몸을 지어갈지 벌써 궁금하다. 우리 문학의 한소식을 고대한다. 그동안 나의 허튼소리를 허용해준 모든 문인들께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2018년 8월
동이서옥에서 저자 삼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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