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안부

책 소개

경북 영천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는 이중기 시인은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농촌시인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시를 쓰는 시인들이 있지만 그들의 시에는 농촌현실을 외면하고 다른 꿈을 찾아 떠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을 가상공간의 시대라고까지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어제는 전통적 농경사회였으며 그 기반 위에서 우리는 자랐고 경제도 기반을 잡았다. 그런데 이중기 시인이 분노하는 것은 무엇인가. 30년 넘는 세월 동안의 이농 및 농촌붕괴 현상을 그는 서정적인 시로 노래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최근에 와서 농민들의 불만은 예측할 수 없는 농경정책과 불확실한 경제지수의 변화에서 기인하고 있다. 시인은 다국적기업 자본들이 세계적 경제침탈 논리인 비교우위론을 외국에서 배워와 이 땅의 농업개방을 관철시킨 자들을 비꼬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파산으로 치닫는 농촌사회의 위험을 경고하는 그의 시는 지금 이 땅에서 가장 소외된 자의 노래이다. 모두가 가장 중요한 일을 앞세워 경쟁하듯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그들의 뒤쪽에 남아 있는 농촌과 농민들은 소외되어 있는 계급이다. 하지만 아무도 저 농민들을 얕잡아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 땅에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모순이 이중기 시인을 괴롭히는 문제일 것이다. 자칫 사치스러울 수 있는 ‘시의 화장’을 접어두고 스스로 “더 가파른 경계에 서야 되리라”(‘시인의 말’에서)고 다짐하며 이 시대에 왼새끼를 꼬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풍자적이기도 하려니와 숙연한 현실임을 간과할 수가 없게 만든다.

“아버지가 날 낳아 금줄 치실 때,/일품으로 꼬아 나가셨을/왼새끼의 맵시처럼 단아하게/참 일품으로/어기차게 왼세월을 틀어올려/산지사방으로 늠름하게 뻗어나간/등불꽃 환한” 나무를 부르는 시인의 농업은 이 땅에서 너무나 소외되어 있다. 진정한 삶의 거처며 살기좋은 전원이며 휴식처이며 돌아갈 곳으로서의 낙원이 되어야 할 농촌이 피폐해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노래하는 시집이 남자를 떼어낸 애절양 같은『밥상 위의 안부』이다.

목차

제1부

나의 갈등
늙은 집
저 농부에게 바치다
그런 사람 이 땅에 수타 있다
참 환한 세상
저 노인에게 바치다
도망자의 오지
너무 짧은 생
저 잔잔한 평화
짚은기미에서 만나 보라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죽음의 기별이 닿는 마을
정뿌뜰 평전
젊은 죽음은 외설이다

제2부

저 푸른 문장
그렇다, 덮어주는 법이다
지게를 진 노인
풀잎에게 듣는다
아이엠에프, 이 객승이 놀러 왔네
고로쇠나무
아름다운 폐허
통쾌한 꿈
밑닦이에 대한 유감
청사리
반가사유상 걸어가다
쇠비름풀
한국농업 略史
조상이 나를 아프게 한다
까닭
농사꾼은 빈 몸으로 들에 나가지 않는다

제3부

밥상 위의 안부
장엄한 하루
비교우위론에 대한 나의 견해
도망의 나라
묻는다
꽁치 과메기
고사리에 대한 생각
완장에 대하여
옛날 영화를 생각한다
이정표를 세우다
앞캐 잡은 셈 치다
사람의 죄
파젯날 울다
시린 풍경

제4부

독상을 받다
늙은 내외
비교우위론자를 비꼬다
과부는 홀아비를 그리워하네
가장의 연말
단천령의 달
비교우위론에 대한 경고
왼새끼를 꼬다
장한율
당숙께 듣는다
가슴에 새기다
집회 현장에서 듣는다
풋것이 돈이 된다
上口/下口
돌구멍절에서

발문/고재종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이중기

    1957년 경북 영천 출생. 시집 『식민지 농민(1992)』을 간행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숨어서 피는 꽃』(1995) 『밥상 위의 안부』(2001)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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