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아침

책 소개

1997년 봄 {창작과비평}으로 시단에 나온 정철훈 시인의 첫시집이 간행되었다. 데뷔작에서 정철훈 시인은 “모스끄바에 와서야 어둠은 비로소 밝혀지고 있었다”(「백야」)고 말하고 있지만 데뷔한 지 3년 동안 세상은 믿지 못할 만큼 변했다. 그럼에도 정철훈 시인은 오히려 그 이전의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본질적인 문제를 놓지 않고 있다. 그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모든 헤어진 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누워 두런두런 옛 얘기를 나눌 아름다운 혁명은 이뿐인가?” 새벽녘에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시인의 괴로움,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강박과 사명으로 시인은 자유롭지가 않다. 동년배의 젊은 시인들이 시적 화두를 지나치게 사소한 문제에 두어 공허함을 일부 드러내고 있을 때 정철훈 시인은 좀 더 큰 문제를 붙들고 씨름해 왔다.

실제로 정철훈 시인은 우리나라 분단사를 대표할 만한 비극적인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 이 가족사는 버릴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며 모순되고 불가피한 자신의 존재 이유다. 한 신인의 각혈과 같은 이 고백의 시편들은 아마도 분단사를 토로하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시집이 될지도 모른다. 모두 대긍정의 범속한 길로 나아갈 때 그는 유별나게 부정정신을 견지하면서 우리 시에서 최근 사라진 듯한 절규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절규는 망각과 무감각, 무관심에 비수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시인이 꿈꾸는 ‘아름다운 혁명’

이란 문학의 정신과 목표에 어긋나지 않기에 정철훈 시인의 시는 힘차고 직선적이며 아름답다.

「옷걸이가 닮았네」에서 요절복통을 느끼지만 곧 이어 그는 우리에게 “역사가 없다”고 절망한다. 따라서 그는 “배내옷에서부터” 역사가 다시 씌어지기를 바란다. 아마도 이러한 불만과 욕구 자체는 러시아를 방랑하면서 역사학을 공부한 그의 역사관이자 문학관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눈 내린 아침」과 「살고 싶은 아침」을 대비하였다. 자신의 내부를 향해 아버지에게 투정을 해보는 해학은 분노와 슬픔의 절정이며 스물아홉의 순이가 아침을 마련하는 광경은 피곤을 이기며 달려온 사람의 각별한 의욕이자 눈부신 완성이다.

목차

제1부
새벽길
대설주의보
황사에 대하여
황홀한 直射
옷걸이가 닮았네
역사가 없네
눈 내리는 아침
묵은 지를 찢으며
감춰진 눈물
사나운 잠
상봉

제2부
여름산
모른 척 하세요
선운사에 가서
고향
겨울밤
전라선
살고 싶은 아침
저물녘 논두렁
구례를 찾아서
봄비
곰치를 지나며
말할 수 없는 그리움
대청 건너 하숙방
객지의 밤
세수

제3부

위대한 잠
금남로에서
극락강
오래된 핏줄
조치원 근방
두만강
산책
용대미 가는 길
피마(避馬)ㅅ골
해남에서
알 수 없는 슬픔
異說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제4부
백야
곱창집에서
고산족
돔 텔레그라피
선거에 대하여
그날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야간열차
호아저씨 거리
치르치끄 강가에서
붉은 화살
지평을 바라보며
북에서 온 사진

발문/김이구
시인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정철훈

    1959년 광주 출생. 전 국민일보 문학전문기자·논설위원. 시집 『살고 싶은 아침』 『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 『빛나는 단도』 『만주만리』,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모든 복은 소년에게』 등이 있음.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