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책 소개

4·3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문학사의 뛰어난 성장소설!
지금 나에게는 오늘의 밝은 태양보다 망각된 과거가 더 중요하다

 

현대문학사에 빛나는 현기영의 기념비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다. 1999년 출간 이후 20여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일곱살 때 4·3을 목도한 작가가 기억을 되살려 쓴 자전적 작품으로, 유년 시절부터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이야기를 제주의 대자연 위에 펼쳐놓는다.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 4·3의 뼈아픈 면모와 역설적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제주섬의 자연풍광이 치밀하고 아름답게 엮인 이 작품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 문학사의 뛰어난 성장소설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4·3 문학의 거장이 된 소설가 현기영의 문학적 원천이 무엇인지 그 비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사례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눈부신 생명력을 품은 한 사람의 다채로운 성장기

 

어린 시절 당해낼 수 없는 외로움 때문에 벌레를 가지고 놀던 아이 똥깅이. 그리고 유년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 웬깅이와 주넹이 누렁코 등, 친구들의 익살스러운 별명만큼이나 정겨운 풍경이 아름다운 제주섬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거대한 사건 4·3과 6·25에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이 소설은 당시의 기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단순한 개인적 과거가 아닌 인류 공동체 역사의 자리로 옮겨놓는다.

아름다운 제주섬의 그늘 속에 4·3의 슬픔이 짙게 배어 있듯, 작가의 삶에도 4·3의 그늘은 드리워져 좀처럼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은 결국 사라지지 않아 ‘4․3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이 삼촌」을 쓰게 했고, 오랫동안 금기시한 ‘4·3사건’의 진상을 최초로 세상에 알리게 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양민 학살에 다름없었던 토벌작전과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섬사람들의 기막힌 운명, 사나운 총격에 가족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피란민들이 어떤 고초를 겪으며 남은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어린아이의 무구한 시선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마치 4·3의 원혼을 달래는 무당처럼 그런 사연들을 기억하게 하고 그들의 죽음을 깊이 새긴다.

 

목차

지상에 숟가락 하나

작가의 말

수상정보
  • 1986년 신동엽문학상
  • 1990년 만해문학상
  • 1994년 오영수문학상
  • 1999년 한국일보문학상
저자 소개
  • 현기영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창작활동을 시작한 이래, 제주도 현대사의 비극과 자연 속 인간의 삶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소설집 『순이 삼촌』(1979) 『아스팔트』(1986) 『마지막 테우리』(1994),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1983) 『바람 타는 섬』(1989)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 『누란』(2009), 산문집 『바다와 술잔』(2002) 『젊은 대지를 위하여』(2004)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2016)가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

제 고향 제주도는 화산섬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경관의 배후, 그 그늘 속에 4·3의 슬픔이 짙게 배어 있죠. 그래서 저는 꽤 오랫동안 그 슬픔을 증언하기 위해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까지 슬픔을 강조하기 위한 소도구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랫동안 4·3의 투망에 갇혀 있었던 셈인데, 그러다가 나중에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4·3의 금기 벽에 약간의 균열이 생기자, 나의 문학적 감수성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는 대참사 속의 인간 군상과 그것의 음산한 배경으로서의 자연 풍광이 아닌, 그 아름다움을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면서,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서 잔뼈를 굵히면서 성장을 꾀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의도에서 쓰인 것이 이 작품 『지상에 숟가락 하나』이죠. 4·3의 세계에서 벗어나 오직 한 아이의 성장 내력에만 골몰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럴듯한 성장소설 하나 만들어보자는 것이 애초의 의도였던 것이죠.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성장과정에는 4·3이 중요하게 끼어 있어서, 그 사건에 대한 발언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게다가 그 발언이 좀 열정적이었던 탓에 이 작품은 또 하나의4· 3소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소설에서 저는 4·3을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즉 언어절(言語節)의 참사’라고 썼습니다. 인간이 사용해온 언어로는 그 참사를 설명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어떤 악행도 그 악행에 필적할 수 없기에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역대 독재정권들은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혹은 잊히도록 하기 위해 서슬 푸른 공포정치를 구사했습니다. 흔히 그것을 망각의 정치라고 하죠. 그런데 그 망각의 정치의 세뇌효과는 대단하여, 어느정도 민주화된 지금에도 국민의 상당수가 4·3을 모르거나 알아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옳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 나쁜 것은 4·3의 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정치세력이죠. 그리고 모르면 알려고 해야 하는데, 알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아예 외면해버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4·3은 ‘불편한 진실’인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부정하고, 왜곡하고, 외면하려고 해도, 4·3은 엄연히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4·3은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죠. 4·3의 진실을 바로 알고 기억하는 일, 그래요,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이것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는 제주 4·3의 슬로건입니다.
 
2018년 4월, 신생의 봄빛 속에서
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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