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민

책 소개

 “우리, 멋진 곳으로 가자.”

국경과 인종, 경계를 넘어 함께 부르는 치유와 희망의 노래!

 

표명희 장편소설 『어느 날 난민』이 창비청소년문학 83번으로 출간되었다. 인천 공항 근처 난민 캠프를 배경으로 버려진 한국 아이 ‘민’과 여러 난민들의 사연을 촘촘히 펼쳐 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소설이다. 전작 『오프로드 다이어리』 『하우스 메이트』 등을 통해 도시의 소외된 이들을 그려 온 표명희 작가는 『어느 날 난민』에서 ‘먼 데서 온 낯선 이웃’인 난민에게로 관심의 테두리를 확장한다. 실제 난민들을 만나고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리한 리얼리즘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해 한국의 난민 문제를 깊숙이 파고든다. 특히 난민 캠프에 모인 이들이 서로 조금씩 비밀을 드러내고 이해하게 되는 구성을 택해 세계의 어둡고 아픈 현실을 비추면서도 새싹 같은 희망의 기운을 전한다. 난민이라는 사회적 주제를 토대로 이 시대 우리가 견지해야 할 인권과 존중의 가치를 가슴 시리게 그려 내 청소년과 성인 모두가 인상 깊게 읽을 수 있는 수작이다.

 

 

가난, 테러, 명예 살인……

목숨을 걸고 한국에 온 이들은 무사히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소설은 공항 근처 섬에 위치한 신도시에서 시작한다. 새 아파트만 즐비하고 입주자는 보이지 않아 ‘유령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이곳에 ‘해나’와 어린아이 ‘민’이 떠돌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이 두 사람의 정처 없는 일상에서 어느덧 인천 공항으로 향한다. 입국하지 못한 자들이 머무는 곳이자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지 못해 ‘유령 공간’이라 불리는 인천 공항 내 송환 대기실. 목숨을 걸고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온 뚜앙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 가고 있다. 작가는 이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어도 머물 곳이 없는 해나와 민, 그리고 집을 찾아 한국에 왔지만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없는 난민들의 처지를 절묘하게 교차하며 독자의 관심을 고조시킨다.

 

―난민이 뭐야?

아이가 차창에서 눈을 돌려 해나를 쳐다보았다.

―글쎄, 일단 어디 먼 데서 온 사람이겠지?

해나는 자신의 대답이 충분치 않음을 아이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낯선 곳에 와서는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도는…….

해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우리도 난민이야?

아이 목소리가 너무도 진지해 해나는 주춤했다

(본문 29면)

 

한편 개소 준비를 마친 공항 근처 난민 캠프에는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지닌 난민들이 하나둘 입소를 시작한다.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 카슈미르 출신의 찬드라는 가문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아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뻔했다. 송환 대기실에서 긴 기다림을 끝내고 난민 캠프로 옮겨 온 뚜앙은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 위에서 나고 자란 보트피플이다. 무국적자로 떠돌던 뚜앙은 베트남 파병 군인이었던 아버지 나라의 국적을 얻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샤샤네 가족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쫓겨 왔고, 아프리카 어느 부족장의 딸인 웅가는 백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아 도망친 처지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다. 불안한 기다림을 지속하고 있는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관용이 있을까. 작가는 난민들의 깊은 사연을 들려주면서 자못 궁금증을 자아낸다.

추천사
  • 저마다의 사연으로 국경을 넘어온 이들. 그들은 소설을 읽고 난 뒤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놓아주기는커녕 계속해서 황량한 신도시에 버려진 듯 서 있는 난민 캠프로 나를 이끌었다. 난민은 지중해 연안 유럽에만 있지 않다. 2017년에만 1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한국에 정착하길 희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들은 5%도 안 된다. 이 소설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난민의 존재를 깨닫고, 그들에게 문을 열어 줄 수 있게끔 힘을 보태면 좋겠다.
    – 김중미 소설가

  • 공항 근처 어느 섬, 그 변두리의 난민 캠프는 전 세계 문제들이 압축되어 있는 소행성이다. 그 주위를 맴도는 사람들, 이런저런 이유로 삶의 귀퉁이가 해진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 자기 나름의 고통을 짊어진 난민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불완전한 수만 가지 조각처럼 서로 덧대어 살아가야 할 운명 공동체가 곧 인류 아니던가. 사회학적 상상력의 씨줄과 문학적 장인성(匠人性)의 날줄이 엮어 낸 한 편의 여운 짙은 태피스트리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교수

목차

깃발을 꽂다

정거장에서

알라후 아크바르

난데없는 난민센터

유령 도시, 미래 도시

명예 살인

지구 꼭대기에 올라선 기분

영어 캠프가 끝나고

그들도 우리처럼

어린 시위꾼

내 아버지는……

엄마와 누나 사이

1호 난민

침묵하는 가족

별난 동거

흑인 여자, 백인 남자

슬픈 표정에도 등급이 있다면

한글 첫걸음 수업

고향의 맛

포커페이스

말을 잃고 쓰다

제발 그만 좀 해!

꿈은 이루어진다

맹그로브 숲에서

선물

나머지 공부

재회

진짜 난민이 될 거야

파티, 베일을 벗다

천국행 티켓

혹독한 퍼포먼스

이정표를 따라 걷다

외출

난민 인정 1호

딴 데 가지 마

셰에라자드

자리다툼

뚜앙의 바위

지중해

다시 개펄에서

수상정보
저자 소개
  • 표명희

    2001년 제4회 창비신인문학상에 소설 「야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3번 출구』 『하우스메이트』 『내 이웃의 안녕』, 장편소설 『오프로드 다이어리』 『황금광 시대』 등이 있다.

난민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추방당한 사람(refugee)’이라는 뜻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뿌리 내리지 못한 사람(displaced person)’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한다. 사회학적 개념을 따질 능력은 내게 없지만 그 말이 이전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음은 알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곳이 나에게 문을 쉽게 열어 주지 않을 때, 또는 그 속에 뿌리 내렸다고 생각했건만 어느새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나 혹은 당신은 난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난민은 더 이상 ‘그들’이 아니고, 지중해나 시리아나 아프리카 어느 지역 같은 먼 곳의 문제만도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나 혹은 당신은 ‘그들’과 다르지 않은 처지의 난민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기차가 정차하는 걸 보니 국경을 넘어가는 지점인가 보다. 곧 경찰과 역무원이 노크를 할 것이다. 아무리 내가 합법적 체류자이며 한 국가가 보증하는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도 제복을 입은 이들이 여권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표를 확인하겠다고 하면 긴장하게 된다. 같은 칸 좌석에서 바로 무릎을 맞대고 앉은 탑승객이어도 나만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를 갖고 있으면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상한 것은 한 번이라도 눈이 마주치고 미소가 오가고 나면 처음의 경계는 잦아들고 이웃 같은 친근감이 생긴다는 거다. 우리가 지구라는 더 큰 열차에 올라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인류임을 서로 확인하게 되는 건, 사실 아주 간단하다.
내 마지막 원고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동안에도 기차는 쉬지 않고 어둠을 뚫고 달려가고 있다.

2018년 3월
부다페스트로 가는 열차 안에서
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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