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 2호 표지

문학3 2017년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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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다시 새로운 삶을 상상하는 시간

 

지난 세 계절, 광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맞아 기획되어 2017년 1월 출범한 문학플랫폼 [문학3]의 문학지 『문학3』 2017년 2호(통권 2호)가 출간되었다. 출범 이후로 문학웹, 문학몹 등의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독자를 만나온 [문학3]이 두번째 징검다리로 알찬 종이잡지 기획을 선보인다.

 

주목: ____은 광장에서 ____했다

 

2017년 2호는 지난 세 계절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던 광장에 주목했다. 마침 19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 1987년 민중항쟁 3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들이 환기되는 때다. 이번 광장에서 ‘촛불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속시킨 힘은 무엇이었는지를 신선한 필자들이 여성, 청소년, 깃발, 법, 스피커, 정치적 올바름, 스마트폰 등 일곱개의 키워드로 풀어냈다. 손쉽게 광장을 예찬하거나 그 한계를 규정짓는 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상상해야 하는 시점에서 광장이 우리에게 던져준 것이 무엇인지 따져본다.
소설가 임현은 「아무도 싸우지 않는 광장」에서 광장의 ‘이상한 평화로움’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이번 촛불집회는 유례없는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스마트폰 등 광장을 긍정적으로 형성해왔다고 여겨져온 도구들은 오히려 촛불 반대집단의 무기로 활용되었다. 어쩌면 더 교묘하고 어려운 싸움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정치적 올바름, 광장을 다스리다?」를 제목으로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문화를 다룬다.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규범 만들기와 지키기에 급급한 운동은 사실 사회변혁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주목할 만하다. 출판편집자 김영선은 광장과 여성을 연결했다. ‘시민 되기’의 전략으로서의 페미니즘이 광장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페미니즘의 목표는 기존 ‘시민’ 개념이 포괄하지 못하는 약자들과 연대함으로써만 실현 가능함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우리는 광장에서 ‘미래’의 인물일까」는 청소년으로서 광장에 선 전서윤의 글이다. 광장에서조차 연소자를 온전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나이주의’의 문제를 당사자의 관점에서 지적한다. ‘스피커’와 ‘깃발’은 오랜 기간 광장의 목소리였다. 이번 광장에서도 그랬을까? 각각의 키워드를 다룬 두 연구자의 평가가 교차한다. 신현아는 광장의 스피커가 담아내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에 주목한다. ‘쏙고 아줌마’로만 알려진 김경덕씨의 실로 작지 않은 투쟁의 사연, 거대 광장에서 쫓겨나 건물 위로 올라가야 했던 고공투쟁자들의 이야기 등 구체적이고 중요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고태경은 「깃발은 광장에서 두개의 이름으로 나부꼈다」에서 ‘장수풍뎅이연구회’ 등 이번 광장에 새롭게 등장한 깃발의 향연을 진지하게 고찰한다. 전 세계적 시야를 확보하면서 촛불집회의 깃발을 ‘부유하는 기표’로, 태극기를 ‘포퓰리즘’으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박수빈은 법의 관점에서 이번 광장을 바라본다. 법원의 결정으로 청와대 인근까지 집회가 가능했던 일을 촛불집회의 분기점으로 주목하며, 예외적으로 법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맥락이 무엇이었는지 되짚는다.

 

함께 읽고 쓰는 문학의 현장

 

시, 소설 창작란에는 김명수 김사이 박상순 전문영(이상 시), 김수 김연수 유채림 최정화(이상 소설), 그리고 일반 원고모집을 통해 처음 인사드리는 김다연(시), 정고요(소설)의 작품을 게재했다. [문학3]은 이번 문학지 2호부터 등단 여부에 관계없이 시, 소설란의 지면을 열어두었다. 2017년 1호 출간 직후 시작한 원고모집에는 시와 소설 통틀어 150여명이 작품을 보내왔다. 이중에서 검토를 거쳐 두 작품이 게재되었다. 앞으로도 [문학3]은 매호 원고모집을 통해 작품을 게재할 예정이다. 함께 읽고 써나가는 과정에서 ‘모두의 말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의 문학이 체험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중계란에는 뮤지션 이랑, 시인 임승유, 교사 유호정, 독자 김정택(이상 시),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소설가 정용준, 다큐 제작자 지민, 문학 연구자 정재현이 참여했다. 독자들이 직접 꾸리는 시·소설 중계 좌담뿐 아니라 이번호 게재 작품들이 문학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현장란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수식하는 ‘세계평화’라는 말이 기만적·이율배반적으로 기능해버린 강원도 가리왕산의 비극(윤상훈),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용산 성매매집결지 여성의 일상과 삶(김애령), 식민지-냉전의 한복판에서 이용되고 버려진 조선일 일본군 포로와 그 유족의 외로운 싸움(심아정)을 다룬다. 심층적으로 문제를 진단, 비판하는 윤상훈의 글뿐 아니라, 우정과 연대의 듣고-쓰기를 암시한 김애령, 심아정의 글들은 ‘누가 쓰는가’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특별한 자극과 영감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시선란에 선보이는 용산미군기지 연구모임 Gate22의 사진작품 용산기지탐색사(事), 앙꼬 만화 「영준이의 하루」도 우리 삶을 보는 특별한 감각을 던져준다. 세월호참사 3주년을 맞아 그간 세월호와 관련해 회자된 여러 말들을 정리하는 특별란도 준비했다.

목차

김미정 / 다시 일상의 정치, 상상력의 과제

 

주목  ____는 광장에서 ____했다

임현 / 아무도 싸우지 않는 광장
후지이 다케시 / 정치적 올바름, 광장을 다스리다?
김영선 / 여성은 광장에서 시민일 수 있을까
전서윤 / 우리는 광장에서 ‘미래’의 인물일까
신현아 / 스피커는 광장에서 촛불이 꺼지고 나서 들려온다
고태경 / 깃발은 광장에서 두개의 이름으로 나부꼈다
박수빈 / 법은 광장을 열고 길을 보여주었다

 


김다연 // 다른 나라에서 / 시네마가 끝나고 시네마가 다시 시작되는 계절
김명수 // 여음(餘音) /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
김사이 // 내 죄는 무엇일까 / 예감
박상순 //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귀여운, 씩씩한, 통통 튀는, 그렇지만 무서운
전문영 // 연기 / 구명

 

중계 / 모두에게 조금씩은 있다
김정택 유호정 이랑 임승유

 

소설
김수 / 조이
김연수 /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
유채림 / 영희의 경우
정고요 / 반점
최정화 / 실험군

중계 / 소설만이 할 수 있는 것
정서경 정용준 정재현 지민

 

현장
김애령 /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이야기
윤상훈 / 가리왕산 무덤 위에 세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심아정 / 냉전의 인질로 붙들린 사람들의 이야기: 시베리아 조선인 일본군 포로와 유족에 관한 들:음 아카이빙

 

시선
gate22 / 사진_용산기지탐색사(事)
앙꼬 / 만화_영준이의 하루
세월호 이후 3년간의 말들

수상정보
저자 소개

다시 일상의 정치, 상상력의 과제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2016년 가을 처음 점화된 촛불은, 기어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탄핵국면 및 촛불 네트워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리의 상상력은 헬조선, 수저론 등의 자조담론 속에서 공회전하고 있었다. 촛불의 힘이 조기 정권교체까지 이루어내리라고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촛불 네트워크 속에서 몇 계절을 보내는 동안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고, 우리는 시스템 안에서 변화의 주체가 되었다.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때 광장이 탄핵, 정권교체를 향한 단일한 목소리의 장소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장은, 삶의 다양한 의제와 감수성들이 발해지고 공유될 수 있던/공유되어야 했던 장소였다. 그럼에도 광장에서조차 시민일 수 있거나 시민일 수 없는 사람들이 구분되곤 했다. 분명히 존재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워지는 일도 있었다. 또한 평화나 준법의 가치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광장을 지배하기도 했다.

한편, 광장이라는 표상이 한국사회의 중앙중심주의적 심상지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즉, 촛불과 광장의 성취와는 별도로, 일상정치의 장에서 다루어야 할 의제나 감수성에 우리는 자주 직면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
한국사회 전체가 다시 다른 삶과 세계를 상상하고 그 조건을 만들어가는 시간에 문학지 두번째 책을 내보내는 것이 두렵고 한편으로는 설렌다. 현실정치의 조건은 달라졌으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이 모든 변화를 둘러싸고 있는 더 큰 시스템, 이데올로기와 이제 다시 정면대결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일상 속 여성, 소수자 혐오는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총파업이나 폭력시위에 결코 광장을 내어주면 안 된다는 목소리,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반대한다는 목소리 등은, 이제부터 다시 우리가 넘어야 할 문턱들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오랜 세월 우리는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계속 내부의 타자와 적을 만들고, 서로에게 ‘억압이양’ 하는 감수성의 회로에 공모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회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얼굴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조건들을 따져보아야 한다. 구체적 타인과의 관계들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안전하게만 상상되는 타자의 이미지는 ‘나’의 도플갱어일 뿐이다. 위험하고 불온한 이미지의 타자와 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이 멈춘 곳에 혐오와 배제의 악무한이 있다. 이것은 공감과 이해의 문제이기 이전에 상상력의 문제이다. 광장의 정치에서 일상의 정치로 돌아오는 지금, 이 상상력은 너무도 소중하다.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시간 속에서 타인, 관계, 우정, 사랑에 대한 상상력이 작동·활성화하는 데 〔문학3〕이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문학3 기획위원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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