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헨따 2

책 소개

돈 끼호떼이후 최고의 스페인 소설

혼탁한 사회상을 해부하는 치밀한 묘사

 

19세기 스페인 문학의 정점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의 대표작 『레헨따』(전2권)가 창비세계문학 56, 57번으로 발간되었다. ‘『돈 끼호떼』 이후 최고의 스페인 소설’로 꼽히는 『레헨따』는 스페인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타락한 사회가 벼랑으로 내몬 한 여성의 삶을 통해 19세기 말의 혼탁한 사회상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귀족 사회와 성직자 사회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1884년 초판 출간 당시에는 종교계의 격렬한 분노를 자아냈으나, 최근에는 플로베르, 졸라 등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과의 비교연구 및 페미니즘적 비평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새로운 해석과 색채를 얻고 있다. 인간의 복합적인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춘 생생한 인물 묘사가 돋보이며, 스페인에서는 현재도 끊임없이 영화, TV드라마, 뮤지컬로 제작되며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원서 초판본에 사용된 후안 이모나(Juan Llimona)의 삽화 일부를 함께 실어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그녀는 혼자였다. 완벽하게 혼자였다.

타락한 사회가 벼랑으로 내몬 한 여인의 삶

 

1870년대 이후 왕정복고기 스페인의 가상 도시 베뚜스따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아나 오소레스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다른 두 남자에게서 사랑과 구원을 찾는다. 이 작품은 진정한 삶을 추구하던 한 여인이 불륜의 덫에 빠지게 되는 통속적인 줄거리를 통해 귀족과 성직자 계급의 저속한 모습들을 파헤친다.

500여명에 달하는 등장인물과 1300면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작품에서 줄곧 외톨이로 그려지는 아나는 오로지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 따라 인물의 성격이 부여되고 운명이 결정된다. 귀족 사회에서 전직 판사의 부인인 아나는 표면적으로는 사람들이 선망하고 동경하는 대상이지만, 지조 높은 이상적 여인상이라기보다는 참고할 만한 규범 없이 성(聖)과 속(俗)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다 파멸하는 비운의 여인이다. 고아로 자란 유년시절 아버지를 찾아나섰다가 밤사이 집에 돌아오지 못한 사건 이후 아나는 무고하게도 성적으로 타락한 계집아이로 규정되어 신부에게 죄의식을 주입받고, 고모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전직 판사에게 시집보내진다. 결혼생활에서 기대할 수 없는 영혼의 구원을 고해신부 페르민에게 구하지만 그녀의 고해성사는 신부의 성욕과 지식욕을 은밀히 채워줄 뿐이다. 유부녀인 아나를 공들여 유혹한 바람둥이 독신자 돈 알바로 역시 모두가 선망하기 때문에 아나를 정복하고 싶어했을 뿐 그녀가 원한 사랑까지는 줄 생각이 없었다.

작가가 대부분의 생애를 보낸 스페인 북부 도시 오비에도를 본떠 설정한 도시인 베뚜스따를 묘사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높이 솟아 지역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대성당 종탑은 소설의 시작과 결말을 장식한다. 베뚜스따는 종교가 큰 권위를 갖는 도시이지만 그곳 사람들이 진정으로 숭배하는 종교는 돈과 권력이며, 성당과 교구는 권력의 싸움터다. 도입부에서 페르민 신부는 위압적인 모습의 대성당 종탑에 올라 도시 구석구석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야욕을 다진다. 그가 내려다본 도시는 명문대가의 저택과 하층민의 오두막집, 공장, 수녀원이 뒤섞인 모습으로, 갈등 가득한 사회를 예고해준다. 교구 전역을 자신이 “독식하게 될 먹잇감”(1권 24면)으로 생각하는 페르민은 고해신부라는 위치를 이용해 아나를 더욱 고립시켜, 결국 성당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힌다.

추천사
  • 『레헨따』는 타락한 종교를 상징하는 페르민 신부와 비겁한 연인 돈 알바로 사이에서 진정한 신념과 사랑을 꿈꾸다 좌절하는 아나 부인을 통해 스페인 귀족 사회와 성직자 사회의 저속하고 타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작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서술하고자 인물의 내면 묘사를 강화했다. 이 작품은 살아 있는 캐릭터를 지닌 등장인물들 덕분에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해석과 색채를 가미할 수 있는 명작으로 거듭나고 있다. ―권미선 (경희대 스페인어과 교수)

목차

차례

레헨따 2

작품해설 / 위선의 사회에 맞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

작가연보

발간사

수상정보
저자 소개
  • 레오뽈도 알라스(끌라린)

    스페인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비평가. 베니또 뻬레스 갈도스, 에밀리아 빠르도 바산과 더불어 19세기 스페인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1852년 스페인의 사모라에서 주지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비에도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868년 ‘9월 혁명’의 영향 아래 자유주의 사상을 옹호하며 신문 『후안 루이스』를 발행했다. 혁명 이후 사회변혁을 사상적으로 주도한 크라우제 철학에 매료되었고, 이는 저작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

  • 권미선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문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황금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장르에 관한 연구」 「『돈 키호테』에 나타난 소설의 개념과 소설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납치 일기』 『파울라』 『아리아드네의 실』 『외로운 독재자』 『운명의 딸』 『영혼의 집』 『외면』 등이 있다.

“고매한 베뚜스따 사람들은 비탄에 잠긴 위선적인 얼굴로 은밀한 기쁨을 서로 감췄다. 그들에게는 소설 같은 엄청난 스캔들이었고 슬픈 도시의 영원한 지루함을 깨는 무엇이었다. 하지만 그 일을 드러내놓고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캔들이라니! 발각된 불륜! 결투!”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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