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봉

책 소개

어떠한 부와 명예, 지위도 바라지 않고

역사와 민중을 위해 온몸을 바친 한 혁명적 인간의 초상

 

최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역사 왜곡 논쟁을 불러일으킨 『전두환 회고록』에서 ‘북한에 이용된다’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거짓 구호를 외쳤던 인물로 지목된 윤한봉. 그 합수 윤한봉의 치열했던 삶을 담은 평전『윤한봉』이 출간되었다. 윤한봉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기획된 이 책은 유신부터 5·18까지 1970년대 학생운동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자, 망명객 신분으로 미국 내 한인운동의 기반을 만들고 이를 국제연대로까지 발전시킨 세계적인 활동가로서의 진면목이 그대로 담긴 윤한봉의 첫 공식 평전이다.

윤한봉의 엄청난 활동경력에 비해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한 탓에 잊히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윤한봉, 그의 이름을 모른다면 나이가 아주 어린 사람이거나 인생을 너무 쉽게 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4·19와 5·18, 6월 혁명을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그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 또한 잊혀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윤한봉』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집필은 『파업』, 『황금이삭』, 『경성 트로이카』 등 역사 기록을 엄밀하게 해석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소설가 안재성이 맡았다. 그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 같은 평전이 탄생했다. 현장감을 극대화시킨 생생한 묘사와 캐릭터를 잘 살린 대사 등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평전 읽기에 흥미를 더했다. 윤한봉의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엇갈리게 배치하여 궁금증이 꼬리를 물도록 한 부분은 특기할 만하다.

『윤한봉』은 인간 윤한봉에 대한 가장 완전한 기록이다. 이 책을 기획한 (사)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는 매회 20~30명씩, 연인원 25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담회를 개최하고 시애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50여 명의 관련자를 인터뷰했다. 덕분에 1996년 출간된 윤한봉의 회고록에는 빠져 있던 이후의 행적들이나 당시에는 미처 정리되지 못한 자료들까지 충실히 반영됐다.

이 책에는 윤한봉을 망명길로 내몬 5·18민주화운동은 물론이고, 그를 광주·전남 학생운동의 구심점으로 발돋움시킨 민청학련사건, 그의 운동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던 국제평화대행진까지, 윤한봉의 인생을 뒤흔든 굵직한 사건들도 빠짐없이 서술되었다. 덕분에 그의 인생 역정을 가만히 따라가기만 해도 한국 민주화운동의 과정과 실상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6월 항쟁 30주년과 함께 한국 민주주의의 재도약을 앞둔 지금, 역사와 민중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 ‘혁명적 인간’의 삶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을 떠올리게 하며, 진실로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귀중한 시사를 안겨줄 것이다.

한편 (사)합수윤한봉기념사업회는 최근 윤한봉에 대한 『전두환 회고록』의 왜곡 서술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추천사
  • 25년 전, 윤한봉이 긴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마침내 귀국하게 되었을 때 세월은 무심하여 그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윤한봉, 그의 이름을 모른다면 나이가 아주 어린 사람이거나 인생을 너무 쉽게 산 사람이다.” 일제강점기에 백범이 있었다면 군사독재 시절엔 윤한봉이 있었다.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 그립고 또 그립다. 가진 것이라곤 운동화 한 켤레와 낡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던 그의 청빈과 겸손이, 드넓은 미국 땅을 그물 같은 조직으로 촘촘히 엮어냈던 실행력이, 온갖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그의 예술적 감성이. 나는 여태 한국의 민중운동가 가운데 그 모두를 이토록 탁월하게 합치시킨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이를 합수(合水)라고 부른다.
    문규현(신부)

  • 윤한봉, 그 이름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광주 시절 그는 내 문화운동의 정치위원이었고 해외 망명 시기에는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식구들은 그를 삼촌이라고 불렀고 나는 그를 합수라고 불렀다. 거름의 토박이말인 합수는 그의 별명이기도 했다. 그는 살아서 광주는 물론 분단된 조국의 거름이 되겠노라 했으며 죽어서는 5·18 광주 아우들의 틈으로 돌아가 묻혔다. 지혜롭고 강인하고 부지런했던 합수는 원칙의 사내였고 그 때문에 모두가 불편해하였다. 오늘 나는 그가 곁에 있어 나를 여전히 불편하게 해주기를 소망한다.
    황석영(소설가)

목차

책머리에 | 스스로 거름이 된 사람

 

1 담배 피우는 남자 | 1981 시애틀

2 빛고을의 5월 | 1980 광주

3 망명 | 1981 태평양

4 천사들의 도시 | 1982 로스앤젤레스

5 고립 | 1983 로스앤젤레스

6 돌쇠와 곰바우들 | 1984 로스앤젤레스

7 따뜻한 밥 | 1978 광주

8 해조음 | 1948~69 칠량, 광주

9 사해동포주의 | 1986~89 미국

10 국제평화대행진 | 1989 미국

11 700원짜리 선거 | 1971~73 전남대

12 민청학련 | 1974 전남대

13 아버지 | 1974 전남대

14 합수 | 1975 광주

15 조직의 명령이오! | 1976 광주

16 아름답고 슬픈 결혼식 | 1978 광주

17 신노선 | 1991 미국

18 자살 연습 | 1979 광주

19 대동정신 | 1993~2006 광주

 

발문 | 홍희담

연보

참고자료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안재성

    196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경성 트로이카』『황금이삭』 『연안행』 등이 있으며, 『이현상 평전』『박헌영 평전』 『이관술』 『윤한봉』 외에 이재유, 이태준, 이일재 등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을 그린 다수의 평전이 있다.

스스로 거름이 된 사람
참으로 이상한 인연이다. 윤한봉(尹漢琫), 나는 살아생전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름을 알게 된 것도 1990년대 말이다. 미국에 이민 갔다가 돌아와 고향 충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후배 작가 최용탁을 통해서였다.
5・18광주민중항쟁 직후 미국에 망명해 청년운동을 하다가 12년 만에 귀국했다는 정도가 최용탁을 통해 전해 듣고 기억하는 윤한봉에 관한 전부였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최용탁이 미국에서 윤한봉과 함께 활동했던 조직이 한청련인지 한총련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어느 해인가 광주에 다녀온 최용탁이 “한봉이 형이 폐기종으로 위독하다”며 한없이 우는 것을 보고서야 내 일처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용탁의 됨됨이를 알기 때문이었다. 가족 부양이라는 굴레만 없다면 이 나라 제일의 고승이 되었을지도 모를 최용탁이 그토록 존경하는 이라면 믿음이 갔다. 윤한봉은 어느새 나에게도 ‘한봉이 형’이 되어버렸다.
관심을 갖고 보니 최용탁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윤한봉과 함께 활동하다 귀국한 이들은 하나같이 술만 마시면 눈물에 젖어 불치병에 시달리는 그를 애달파하는 것이었다.
“한봉이 형은 살아 있는 예수야.”
“한국의 간디, 한국의 호찌민이지요.”
“동학의 창시자 최시형 같은 분이지.”
이 무슨 황당한 찬사란 말인가? 나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보내며 훌륭한 인물들을 만났지만 그런 칭송을 듣는 이는 없었다.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토록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 왜 운동권 중심부나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하지 않았던 것일까?
조금씩 궁금증이 쌓이고 있을 때 그는 끝내 운명하고 말았다. 2007년 초여름이었다. 광주로 가는 내내 최용탁이 울었고, 영안실에 조문객이 너무 많아 앉지도 못하고 나온 기억이 난다. 몇 년 후 최용탁을 통해 윤한봉 평전이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문득 내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존경과 사랑을 받는지 탐구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광주 출신의 교수들에게 집필을 맡긴다고 하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동시대의 인물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험난하고 골치 아픈지 알기 때문에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도록 평전은 나오지 않았다. 윤한봉 평전은 많은 관련자 인터뷰와 미국 취재를 바탕으로 집필해야 하는 일인데 대학 교수들은 그럴 여건이 못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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