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시대의 영문학

지구화시대의 영문학

책 소개

『지구화시대의 영문학』은 서울대 영문과에서 40년간 후학을 가르치고 지난 2003년 퇴임한 백낙청(白樂晴)교수의 제자들이 그의 정년을 기념하여 2년여의 기간에 걸쳐 기획·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영문학자로서뿐만 아니라 분단체제 극복을 추구하는 민족문학운동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진보적 지식인 백낙청의 학문적 작업들을 영문학과 관련하여 되새겨보는 작업이다.

 

지구화로 불리는 세계사적 변화에 대한 주체적 대응은 백낙청의 학문생애에서 일찍부터 큰 비중을 차지해왔는데, 그의 학문적 성과에 담긴 시야의 넓음과 천착의 깊이, 그리고 그 성과가 열어 보인 전망의 선도성은 한국사회 안에서는 물론이고 전지구적 기준으로 보아도 가히 독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은 이같은 두 가지 의미에서 ‘지구적’ 성격을 띠는 그의 작업을 영문학영역에서 되새기며 이어나가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삼십년 넘게 일관된 사유를 발전시켜온 그의 학문적 궤적을 문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좀더 친근하고 일상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단초를 제공한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영문학연구와 주체’ ‘과학성과 문학’ ‘문학과 근대성’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D. H. 로런스와 문학’ 등 다섯 핵심주제를 축으로 백낙청의 영문학연구와 관련된 작업의 전모를 살피는 동시에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논문들을 함께 묶었다. 특히 각 부의 첫번째 글들은 백낙청의 주저인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씨리즈와 『현대문학을 보는 시각』 등에서 보여준 그의 비평의 특성과 의의를 밝히고 이론적 변화와 발전상을 살펴보는 논문들이다.

 

「분단체제하에서 영문학하기」(윤지관)는 백낙청의 ‘주체적’ 영문학연구론의 의의를 되새기는 글이다. 외국문학을 우리 나름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한다는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이론적 토대를 세우고 작품해석을 통해 이를 뒷받침한 선두주자가 바로 백낙청이었다. 그는 1980년 「영문학연구에서의 주체성 문제」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명시적으로 ‘주체적인’ 영문학연구를 내세우고, 이후 시민문학론을 전개하면서 외국문학 전반, 즉 서구의 시민문학 전통을 ‘우리 입장에서’ 탐구하기를 주창한 ‘주체적 영문학연구’로 외국문학 연구에 있어서 선구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이 글에서는 백낙청 특유의 영문학 연구방법을 사회적 실천과 자기주체의 깨달음으로 정의하고, 분단체제에 대한 이론화 노력까지 포함하는 한국의 변혁운동과 깊이 연관된 현장성과 자기수련의 길을 동시에 밀고 나가는 이러한 연구방법이 기존의 학문연구 방법론과는 달리 본원적으로 ‘주체적’임을 분석한다. 아울러 주체적 영문학연구의 자세가 왜 단순한 주관적 결의가 아닌 객관적이고 설득력있는 문학론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지 규명한다. 백낙청의 과학과 예술 논의를 중심으로 그의 진리론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진리와 이중과제」(김영희)는 과학과 문학의 상호회통, 그리고 그의 독특한 ‘진리’개념에 대해 천착함으로써 백낙청의 전체 사유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또한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은 백낙청의 이론적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이중과제인데「시민문학론에서 근대극복론까지」(송승철)와 「리얼리즘, 인간해방과 진리구현의 역사적 싸움」(김명환)은 백낙청의 근대극복론의 형성과정과 그의 리얼리즘론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이밖에「백낙청과 로런스」(김성호)는 백낙청이 로런스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 이유와 그의 로런스론을 살펴봄으로써 로런스의 문학적 성취가 현단계 세계문학의 대립구도에서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전체 22개의 논문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앞의 글들이 백낙청과 그의 이론·비평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나머지 글들은 좀더 자유롭고 포괄적인 주제로 한국의 영문학을 논한다. 「교실에서 본 (신)역사주의의 득과 실」(이종숙)에서 필자는 문학에 대한 역사주의적 접근이라는 신역사주의의 연구경향에 맞서 이 땅에서 행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연구방법인 ‘문학의 귀환’에 대해 시원스레 논한다. 또한 「리틀 도릿과 근대의 진행」(장남수)은 찰스 디킨즈의 작품과 인물들의 세세한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의 근대 모습과 근대가 진행되어 탈근대가 운위되는 오늘날의 현상까지 예견한 작가의 예지와 비판적 안목을 포착함으로써 디킨즈의 현재성을 새롭게 인식시킨다. 「로런스의 미국문학론에 대한 체험적 고찰」(한기욱)에는 백낙청의 강연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로런스의 미국문학론과 백낙청과의 인연에 대한 필자의 진솔한 고백이 들어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문학 작품에 대한 꼼꼼한 새로 읽기와 아직은 영문학도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읽힐 가치가 있는 작품들에 대한 논의, 현대영문학의 가장 뛰어난 성과에 담긴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과 양성관계에 대한 탐구, 그리고 멀리 떨어진 남의 나라 문학인 영미문학을 이 땅에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에 대한 반성 등이 담겨 있다. ‘지구화’라는 단일한 체제가 세계사적 변화에 수동적·맹목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이 시대에, 특히나 더 그럴 수밖에 없는 학문 분야인 영문학에서 우리 나름의 다양한 시각과 주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연구자들이 독자들과 함께 지구화시대의 도전에 상응하는 응전력을 갖추어야 함을 독려한다.

 

오늘날 자칫 간과하기 쉬운 주체적인 학문연구의 필요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지구화시대의 영문학』은 백낙청이 말했듯이 ‘이 시대 최고의 고전을 생산할 문학적 이념과 실천은 세계문학과 민족문학의 변증법을 통해서만 가능’함을 그의 후학들이 각자의 연구영역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또다른 증거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영문학연구와 주체

분단체제하에서 영문학하기: 백낙청의 주체적 영문학연구론 / 윤지관
블레이크적 주체와 『무구와 경험의 노래?의 독자 / 유명숙
줄리엣과 연인 로미오의 슬픈 이야기:『로미오와 줄리엣』/ 서경희
중세의 고해성사와 주체의 구성: 마저리 켐프의 경우 / 신광현

제2부 과학성과 문학

진리와 이중과제: 백낙청의 과학과 예술 논의를 중심으로 / 김영희
과학성, 버추앨러티 그리고 삶 / 정남영
문학적 가치판단의 객관성 문제에 붙이는 주석 / 이현석
시의 드러남에 관하여: 워즈워스의 「황폐한 농가」/ 유희석
시와 비객관적 실재: 포우와 휘트먼을 고려한 시론 / 강필중

제3부 문학과 근대성

시민문학론에서 근대극복론까지: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 송승철
크레인의 예술적 성취와 한계: 『거리의 소녀 매기』의 서술기법을 중심으로 / 조철원
『리틀 도릿』과 근대의 진행: 헨리 가우언, 에돌림청, 머들을 중심으로 / 장남수
근대적 자아와 낭만적 자서전: 『틴턴 사원』 다시 읽기 / 박찬길

제4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리얼리즘, 인간해방과 진리구현의 역사적 싸움: 백낙청 리얼리즘론의 이해를 위하여 / 김명환
교실에서 본 (신)역사주의의 득과 실: 르네쌍스 읽기와 가르치기 / 이종숙
블레이크 시의 리얼리즘적 성취: 『예루살렘』의 경우 / 서강목
움직이는 그림: 디킨즈의 소설과 시각적 요소의 활용 / 성은애
오해된 모더니즘?: 울프, 조이스, 프루스뜨의 문학론을 중심으로 / 오길영

제5부 D. H. 로런스의 문학

백낙청과 로런스 / 김성호
스승의 교훈: 로런스가 본 하디의 형이상학과 예술의 갈등 / 유두선
로런스의 미국문학론에 대한 체험적 고찰 / 한기욱
로런스의 여성관에 대하여 / 강미숙
필자 소개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설준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한신대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지구화시대의 영문학』(공편) 등이, 역서로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햄릿』 『어둠 속의 희망』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공역) 등이 있다.

  •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저서로『지구화시대의 영문학』(공저)『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공저), 역서로『얼간이 윌슨』『문학이론입문』(공역)『죽음과 소녀』(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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