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70년대

책 소개

대와 삶을 함께 읽는다!

동시대 삶과 문화의 깊이를 더한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삶의 향기를 품은 이야기로서의 역사, 『한국현대 생활문화사』(전4권)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현대사를 바라볼 새로운 렌즈를 제시한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년 단위 4권의 책으로 펴내는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시리즈는 정치적 격변과 세계사적 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온 우리들의 부모님, 삼촌·이모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적어도 1950년대부터 1980대까지의 당대를 직접 겪은 이들의 역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지금껏 한국현대사는 정치적 격변에만 주목해 서술되어왔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정치사를 포함해 동시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요인을 주목해 그 안에서의 삶의 양상들과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획부터 집필까지 총 3년의 시간 동안 영화·음악·스포츠·음식 문화 등 생활문화 분야부터 농업·전쟁·경제·북한·민중운동 등의 역사학계의 주류 분야까지 다양한 각 분야 32명의 필진이 참여해, 정치사 위주로 쓰여진 통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의 한국현대사 교양서를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역사가 창조되는 공간으로서의 생활문화 영역, 이 공간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인간들의 행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과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한국현대사를 풍성하게 재구성했다.

 

산업전사의 피땀부터 미디어스타의 웃음까지

잘살아보세비상사태의 경계를 살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1970년대』는 “잘살아보세”와 “비상사태”의 사이에서 ‘조국’과 ‘가족’을 위해 살아갔던 1970년대의 삶과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1970년대는 내내 거창한 구호가 지배했다. “잘살아보세”를 외치는 새마을운동에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분주했고, 중동 건설 붐과 강남 개발 붐에 온 국민이 들썩였다. 학생들은 밥은 혼·분식으로, 생활은 군대식으로 철저하게 국가의 관리를 받았다. 어른들도 다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길면 안 되고, 치마는 짧으면 안 되었으며, 이유 없이 결석·결근을 해서도 안 되었다. 또한 1970년대는 내내 ‘비상사태’였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향토예비군을 만들고, 학생군사훈련 강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유신체제를 반대하는 대학생, 월급을 받지 못해 시위를 벌인 배고픈 여공은 이유 막론하고 모두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미래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안 되는 것, 포기해야 했던 것도 많았던 시대인데 왜 어떤 사람들은 1970년대만을 그리워할까? ‘박정희 신화’만큼이나 중요한 ‘박정희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신화’를 읽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북한에서 음악이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북한 여성들은 어떤 삶을 꾸려갔는지 등 지금껏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목차

기획의 말: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나간다

 

크게 본 1970년대: 불신의 시대, 일상의 저항에서 희망을 일구다 _허은

 

유신시대 학교와 학생의 일상사 _허은

여고생들의 집단농성 에피소드? | 새로운 국민상을 강요하다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학교 | 검열받는 학교, 동원되는 학생 | 학생들의 소리, 그들의 지향 | 민주화의 진전과 군사동원 체제의 해체

 

산업전사에서 민주투사까지, 도시로 간 여공의 삶 _김경일

앵두나무 처녀와 영자의 전성시대 | 수출전사와 산업전사, 일하면서 싸운다 | 생존을 위한 투쟁과 소외 | ‘공순이’의 소비와 문화, 일상생활 |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을 향한 움직임

 

새마을운동과 농촌 탈출 _황병주

구조조정에 내몰린 농민, 난민이 되다 | 국가 하사품 시멘트로 시작된 운동 | 청와대와 마을회관의 직통 연결 | 정신일도 하사불성, ‘정신혁명’과 새마을 교육 | 농민, 민족의 아바타가 되다 | 농민의 살림살이는 정말 나아졌을까? | 농민에서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문화계, 획일주의에 맞선 저항의 우회로 _이상록

‘민족문화’의 창조와 문화적 획일주의 | 퇴폐와 불온을 불허한다 | ‘관변언론’이 될 자유 | 통기타와 고고춤, 장발과 미니스커트

 

고도성장기 서민의 체감경제 _이상록

성장의 시대, 불황을 외치는 대기업 | 석유파동과 서민 생활의 고통 | 15원 만원버스에 목숨 건 서울살이 | 강남 개발과 부동산 열풍 | 소비사회의 도래와 욕망의 정치

 

안방극장과 대중의 문화생활 _임종수

가정의 근대화, 안방극장의 탄생 | 가족 여가의 공유와 차이 | 텔레비전 공화국, 무엇을 보고 즐겼는가? | 텔레비전 시대 그후 30년, 디지털TV의 도전

 

사랑방 좌담회와 바람몰이, 그리고 지역 대결 _홍석률

대의민주주의 도입과 박정희 정권의 선거 | 부정선거의 ‘근대화’ | 기울어진 경기장, 뒤집힐 수도 있는 경기장 | 강력한 여당에 맞서는 야당의 바람몰이 | 여당의 조용한 선거와 사랑방 좌담회 | 고개 드는 지역 대결 정치구도

 

북한의 대중운동과 음악정치 _천현식

‘「피바다」 근위대’ 대장 리춘섭 | ‘「피바다」 근위대’와 ‘「꽃파는 처녀」 근위대’ | 극장과 작업장의 경계 상실 | 뮤지킹과 감정 훈련 | 김정일부터 김정은까지의 음악정치

 

강반석과 김정숙을 본받아 _박영자

“헌신적 노력으로 수령의 위업을 받들어” | 북한 여성, 이중역할의 의미와 배경 | 혁신적 노동자 길확실로부터 강반석으로 | 혁명적 어머니, 강반석과 김정숙 | 양성평등 정책의 굴절과 변형

 

그때 동아시아는? _강진아

일본: 고도성장을 넘어 선진국으로

중국: 마오쩌둥 시대의 종언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경일

    金炅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거쳐 동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뉴욕주립대(Binghamton)와 프랑스 빠리 인간과학연구소(Maison des Sciences de L’Homme)에서 후기박사과정을 마쳤다. 덕성여대 교수, 일본 토오꾜오대학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미국 버클리대학, 워싱턴대학 교류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있다. 한국사회사와 사회사상, 역사사회학, 동아시아론 등이 주요 관심사이며 주요 저서로 『일제하 노동운동사』(창비 1992), 『이재유 연구』(창비 1993), 『지역연구의 역사와 이론』(문화과학사 1998), […]

  • 김성보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남북한 경제구조의 기원과 전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주요 논문으로 「남북국가 수립기 인민과 국민 개념의 분화」 「1960년대 남북한 정부의 ‘인간개조’ 경쟁」 등이 있다.

  • 김종엽

    金鍾曄 1963년 경남 김해 출생. 현재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문화평론가. 계간『창작과비평』 편집위원. 저서로 『웃음의 해석학』(1994)와『연대와 열광』(창작과비평사 1998), 역서로『토템과 터부』(1995), 편서로 『87년체제론』(2009)이 있음. Born in 1963 in Gimhae, South Gyeongsang Province, Kim Jong-yup studied sociology (BA and MA)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Currently a professor at Hanshin University and a cultural critic, he has authored […]

  • 이혜령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교수.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한국 근대소설과 섹슈얼리티의 서사학』 『검열의 제국』(공저), 주요 논문으로 「해방(기): 총 든 청년의 나날들」 「친일파인 자의 이름」 등이 있다.

  • 허은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유신시대 학생, 모의 수류탄을 던지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총력안보체제 구축과 학교의 역할」 「동아시아 냉전의 연쇄와 박정희정부의 ‘대공새마을’ 건설」 등이 있다.

  • 홍석률

    1965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사를 공부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냉전학회 연구이사, 한국사연구회 연구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북관계사, 한미관계사 등 한반도 냉전사가 주된 연구 분야이다. 4월혁명, 5·16쿠데타, 푸에블로호 사건, 판문점 도끼 살해 사건 등을 연구하고, 대학에서 ‘사건으로 읽는 한국사’ ‘역사로 읽는 현실’ 등 교양과목을 맡아 강의하면서 사건사 서술에 관심을 갖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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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인간이 만들어나간다

극단의 세기라 불리는 지난 세기 동안 한반도만큼 그 극단을 격렬하게 체험한 지역도 드물다. 20세기가 파시즘, 자본주의, 공산주의 이념이 경합한 시대였다고 한다면 한반도는 20세기에 이 모든 것을 경험했다. 20세기 전반기를 채운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조선인들은 일제 파시즘의 지배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후반기인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치며 고착된 체제 대립을 받아들여야 했으며, 내적으로는 파시즘적 정권의 독재를 장기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시대가 남긴 분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를 총력전의 시대라 부른다면 한반도는 전쟁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또한 강도 높게 경험한 대표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가 양차 세계대전의 전쟁터가 되는 것은 다행히 모면했다 하더라도, 수많은 청년과 여성들이 강제로 징병·징용되어 전쟁터로 내몰렸다. 해방 이후 3년간의 잔혹한 전쟁, 여기에 베트남전 참전까지 더한다면 대한민국 수립 이후 한국현대사는 ‘전쟁을 끌어안은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극단의 20세기 한반도에 거주한 사람들이 마을 주민에서 대도시민까지 다양한 층위의 지역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농민·노동자·자본가 같은 계급적 존재로서, 가정주부·학생·회사원·군인 같은 사회적 직분의 존재로서, 그리고 국민국가의 국민으로서 삶을 영위하며 각각의 정체성을 형성해간 결과물이다. 제국과 국가, 거대 자본이 강요하는 인간형과 이를 위한 제도와 장치, 담론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한국인들은 순응, 일탈, 저항 등을 거듭하며 국민, 노동자, 여성, 학생 등 다양한 주체에 새로운 정체성을 불어넣었다. 이는 좀더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수많은 희망과 선택 그리고 다양한 이해와 욕망이 맞물리는 과정이었다. 역사는 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전개되었고, 그 과정에서 거듭되는 광기와 퇴행을 목도하면서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나간다는 자명한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사회는 냉전·분단시대가 남긴 굴레를 끊어버리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냉전, 전쟁, 분단 그리고 불평등과 부정 속에서 희망을 일구어간 지난 세기 역사에 대한 성찰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을 찾는 작업이다. 여전히 구시대가 남긴 분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활문화에 적극 개입해 대중의 행위와 의식을 철저히 통제한 유신체제가 신화화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에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구가 더욱 큰 것인지도 모른다. 변화가 어느 순간에 어떠한 방식으로 또 올지는 예견할 수 없으나 구시대의 유제를 털어버리기 위한 정치투쟁을 일상의 영역에서부터 벌이며 조그마한 변화를 만들어갈 때 거대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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