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기

책 소개

숙명적인 방랑자, 지옥 같은 허기

궁핍과 열망의 기록 하야시 후미꼬의 대표작

 

일본 쇼오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하야시 후미꼬(林芙美子)의 대표작 『방랑기』(창비세계문학41)가 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제국주의 침략이 한창이던 1920년대 후반에 연재를 시작, 궁핍에 시달리던 평범한 사람들의 신산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대공황의 와중에도 60만부나 팔리는 기록적인 인기를 누렸다. 어릴 때부터 행상을 하는 부모를 따라 여러곳을 전전하고, 토오꾜오의 빈민가로 흘러들어 갖가지 잡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문학적 열망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어려운 시기를 견디던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일본 근현대사에서도 가장 혼란스럽던 시기에 의지가지없이 여자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덧문처럼” 불안정하지만, 가난에도 사회적 속박에도 굴하지 않고 “후지 산이여! 너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여자가 홀로 여기 서 있다”라고 외치며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추구해나간다. 방랑의 삶과 거리낌 없는 태도, 질긴 생활력, 그리고 억누를 길 없는 문학에 대한 욕망이 뒤섞이는 ‘나’의 모습은 하야시 후미꼬의 삶의 여정과 겹치며, 가차없는 현실 속에 방랑하던 도시 하층민들을 대변하고 위로해주었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일컬어 “쌀을 됫박으로밖에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소설”이라고 했는데, 고된 삶에 한끼 밥과도 같던 하야시 후미꼬의 작품들은 생전에도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사후에도 여러차례 영화, 연극, 드라마로 제작되며 사랑받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여하튼 떠나고 싶다

 

『방랑기』는 하야시 후미꼬가 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토오꾜오로 상경한 무렵부터 23세에 결혼하기까지 약 5년간의 기록을 추려 잡지에 연재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1930년에 출간되자마자 후미꼬를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후 1939년에 대폭 개고하여 구성을 정연하게 다듬고, 전쟁이 끝난 뒤 작가 스스로 검열을 의식해 삭제했던 내용을 ‘3부’로 추가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렇듯 오랜 기간 개정을 거듭하며 3부 구성이 되었지만, 내용상 같은 시기의 생활과 내면을 다루며 동질적인 텍스트를 이루고 있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작품해설 /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문학
작가연보
발간사

수상정보
저자 소개
  • 하야시 후미꼬

    일본 쇼오와 시기를 대표하는 소설가. 야마구찌 현 시모노세끼에서 출생했으며 어릴 때부터 행상을 하는 양부와 생모를 따라 여러 지역을 전전했다. 1916년 히로시마 현 오노미찌에 정착하여 휴일과 밤에 일을 하면서 고등여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 토오꾜오로 가서 목욕탕 잡일꾼, 여공, 사무원, 여급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1924년 시 동인지 『두사람』을 3호까지 간행했으며, 1928년 『여인예술』에 시 「수수밭」을 발표하고 이어서 […]

  • 이애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 토오꾜오 대학에서 일본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色彩から見た王朝文学』 『일본의 소설』(공저) 『王朝びとの生活誌』(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근현대 일본의 사상가들』(공역) 등이 있다.

나는 숙명적인 방랑자다. 내게는 고향이 없다”라고 시작되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가족이나 집에 결박되는 ‘나’를 거부한 채 오로지 예술에 의한 자아실현을 추구해나가는 삶은 한 여성 작가의 선 굵은 자기형성의 여정과 겹쳐진다. 여성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방랑의 삶과 파격적인 감성, 거리낌 없는 자유로운 창작, 절박하고 튼튼한 생활력. 여성을 ‘가족’과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존재로 여기던 1920년대의 사회를 향해 던지는 통렬한 자기주장이 『방랑기』다.
이 작품은 당시 일본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보고이기도 한데, 작가 자신이 전전하던 도시 하층민의 고단한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더불어 찢어지게 가난한 삶과 문학을 향한 왕성한 열정이 어우러지는 기이함 또한 느낄 수 있다. 배고픔은 잊을 수도 도리질할 수도 없는 가차없는 현실이었지만, 하야시 후미꼬다운 문학은 그러한 냉엄함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간 것이다.
 
이애숙(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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