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책 소개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팥죽 할멈과 호랑이」가 현대를 무대로 살아났다!”

호박죽처럼 따끈하고 새알심처럼 쫀득한 이야기

『괭이부리말 아이들』 『엄마 사용법』 『기호 3번 안석뽕』 등 주옥같은 창작동화와 숱한 화제작들을 발굴해 온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19회 저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이 출간되었다.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아 온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독창적으로 되살린 이 작품은 남다른 활력과 해학으로 건강한 웃음을 전한다. 통쾌한 모험 속에 삶의 그늘까지 끌어안는 작가의 너른 품은 저학년동화로는 보기 드문 숙연함마저 갖추었다. 읽고 나면 호박죽처럼 달고 따끈한 포만감이 마음속 가득 퍼지는 동화.

 

옛이야기의 매력을 품은 속 깊은 모험담

 

「팥죽 할멈과 호랑이」는 할머니를 구하고자 욕심 많은 호랑이에 맞선 미약한 존재들의 활약을 담은 옛이야기다.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에서 이 이야기는 현대를 무대로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탈바꿈한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미라와 아라 자매는 아빠가 하룻밤 집을 비우면서 호박죽 할머니 댁에 맡겨진다. 할머니가 무서운 두 아이는 처음엔 이웃 소년 경모 뒤에 숨지만 멧돼지가 나타나자 용감하게 앞장서 멧돼지와 겨룬다.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은 멧돼지를 물리치는 모험담인 동시에, 부모와 외떨어진 어린이가 두려워하던 존재를 마주하고 제힘으로 이겨 내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옛이야기 속 밤톨, 맷돌, 지게, 멍석 등을 대신하여 독자 또래의 어린이를 등장시킨 변주는 긴장과 재미를 더한다. 돈 벌러 집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 자매와 몇 년째 소식 없는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목에는 우리 농촌의 현실이 녹아 있어 뭉클함이 느껴진다. 언뜻언뜻 내비치는 할머니와 아이들의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은 내세우지 않아 더욱 애틋하다. 모험으로 풀어낸 약자들의 연대는 이야기에 한결 풍성한 양감을 불어넣는다.

 

할머니의 손맛처럼 감칠맛 나는 웃음

 

“자, 이제 니 차례야.”/경모가 딱지를 바닥에 던져 주자 멧돼지는 혼자서 딱지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멧돼지가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들 도망쳐 버린 것입니다./“워메, 나는 멍청혀! 또 속았어. 이젠 안 속아!”(77-78면)

 

멧돼지로부터 도망치다 무릎과 허리가 아파 위기에 처한 할머니를 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다. 할머니를 구미호라며 무서워하던 세 아이는 더 큰 공포의 대상인 멧돼지 앞에서 더 이상 처음의 겁쟁이가 아니다. 아이들이 멧돼지를 물리치는 방식 또한 새로워서 흥미롭다.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딱지치기나 요요 같은 놀이로 멧돼지를 홀리는 재치와 용기는 모험에 동참하는 독자들까지 웃음이 터지게 한다. 힘이나 요령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유희로 멧돼지를 꾀는 장면은 독자를 유혹하는 ‘이야기’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시원한 웃음과 서정적인 문장이 할머니의 깊은 손맛처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섬세한 필치는 정겨운 시골집과 산골 마을의 정경뿐 아니라 인물의 속내까지도 세필(細筆)로 그린 듯 선히 펼쳐 보인다.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며 실력을 인정받은 박세영의 그림 또한 문장과 어우러져 한몫한다.

 

어린이를 사로잡는 이야기의 힘

 

경모가 딱지를 방바닥에 힘껏 내리칩니다. 천둥소리가 납니다. 모두들 놀랐습니다. 딱지를 내리친 경모까지도요. 아무래도 경모는 호박죽을 먹고 힘이 세진 것만 같습니다./아이들은 이제 멧돼지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와도 겁날 게 없으니까요.(67-68면)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을 통해 펼쳐지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는 새겨 둘 만하다. 현실의 그늘과 환상 속 모험을 넘나드는 서사는 이야기의 힘을 다룰 줄 아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 모험을 매듭짓고 모든 긴장이 해소되는 대단원에 이르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마저 허물어진다. 이러한 결말은 아직 환상의 세계에 친숙한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할머니와 아이들이 커다란 호박을 타고 별이 가득히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읽는 이에게 긴 설렘과 여운을 안긴다.

추천사
  •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은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패러디하여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스토리 진행이 탄탄하고 읽으면서 그려지는 장면들이 아주 선명하고 동화답다. 유머가 있고, 멋진 환상이 있고, 또 현실이 있다. 할머니의 캐릭터가 개성을 듬뿍 드러내고 아이들만의 활력도 돋보인다. 인물의 심리를 잘 포착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으며 문장이 안정적이면서 세련되고, 글의 흐름 역시 매끄럽다. 재미난 표현들 덕분에 군데군데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_심사평(배유안 선안나 김제곤 원종찬)

목차

구미호를 잡아라!

딱지가 통했을까?

착한 아이는 싫어

선글라스는 왜 써요?

귀가 번쩍 뜨이는 할머니 이야기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작가의 말

수상정보
  • 2015년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저자 소개
  • 김애란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태어났습니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집 『아빠와 숨바꼭질』, 동화 『일어나』 『엄마를 돌려줘』 등을 펴냈습니다.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으로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 박세영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그림책을 만들고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75인에 선정되었습니다. 『벼알 삼 형제』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밤, 어머니의 팔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는 호랑이가 어흥, 하며 말을 걸어오고, 도깨비가 빗자루로 둔갑하고, 똥이 구수한 된장으로 변하는 참 신나고 신기한 세상이었습니다.
그 신나고 신기한 세상이 아이를 키웠지요. 아이는 자라고 자라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그 옛날 어머니에게서 듣던 옛날이야기처럼 신나고 신기한 세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나 지어냈지요. 이 이야기가 한적한 밤, 누군가 아이를 품에 안고 들려줘도 좋을 옛날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참 신나고 신기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멧돼지가 쿵쿵 달려올 때, 아이들도 덩달아 쿵쿵 달려가고, 호박이 둥둥 날아갈 때, 아이들도 둥둥 날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복숭아꽃잎들이 우르르 몰려와 불러내 줄
봄날을 기다리며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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