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렁물렁 따끈따끈

책 소개

하늘을 나는 교실과 함께 머나먼 남극으로!

낯선 학교생활에 지친 저학년 어린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이야기

 

초등 교과서에 작품이 실린 중견 작가 김옥의 실험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신작 동화 『물렁물렁 따끈따끈』(신나는 책읽기 42)이 출간되었다. 현직 교사이기도 한 작가가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관찰한 오랜 경험을 살려 생동감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교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낯설면서도 신기한, 미묘한 흥분 상태를 포착한 점이 신선하며, 교실이 하늘을 날아 남극으로 떠난다는 설정은 일상에 갇힌 어린이들에게 탁 트인 시원함과 해방감을 안겨 준다. 어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을 돕고, ‘어린이다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결말은 독자에게 어린이로서의 자긍심을 선사하기도 한다.

 

 

물렁물렁? 따끈따끈!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눈에 비친 이상한 교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어린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으레 두렵기 마련이다. 유치원과는 다른 규율과 크고 작은 평가에 위축되기 쉽고, 겁부터 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가 어린이에게 두려움만을 안기는 공간인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낯선 만큼 새로운 공간에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이들에게는 학교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작가 김옥은 오랜 교직 경험을 살려 부모는 알 수 없는, 학교라는 특정한 공간 속에서 아이들이 드러내는 개성 있는 모습들을 실감 나게 보여 준다. 또한 어린 신입생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교실의 존재는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공간’이 어린이의 불안을 덜고 친근함을 안겨 준다는 점에서, 우리 동화에서 보기 드문 아주 특별한 사례다. 이러한 설정에는 학교라는 ‘사회’의 한 단계에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어린이를 응원하는 작가만의 남다른 애정 어린 진심이 담겨 있다.

 

학교에 다른 교실들은 아직도 많았어요. 이 많은 교실 중에 1학년 1반 교실만 사라져 버렸다니 슬펐어요./(…)/“하지만 난 일등 하려면 교실이랑 애들이 필요한데. 희재 너도 공부 시간이 없으면 쉬는 시간도 없는데 그래도 좋아?”/“쉬는 시간이 없다고?”/놀란 희재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습니다./“애들이 없으면 경찰과 도둑 놀이도 못 해.”/“경찰과 도둑 놀이도 못 한다고?”/경찰과 도둑 놀이는 희재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희재가 말했어요./“은보야, 당장 교실 찾으러 가자.”/(…)/둘이는 교실을 찾으러 다니기로 했어요. 교실은 분명히 학교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 같아요. 은보도 쉬는 시간에 숨바꼭질을 할 때면 학교 여기저기에 숨으니까요.(본문 26~28면)

 

시험에 지친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이야기

 

경쟁을 강요하는 입시와 성적 중심의 현행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다루어 온 동화가 그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청소년이나 초등 고학년만이 아니라 초등 1~2학년까지 평가에 시달리는 작품 속 교실의 모습은 새삼 우리 교육의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한다. 일 등 해서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장난꾸러기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기 일쑤인 은보나, 늘 꼴찌를 도맡아 하면서도 서울 대와 하버드 대를 가겠노라 큰소리치는 희재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면서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 『물렁물렁 따끈따끈』은 기존 동화들과 달리 이들을 단순히 안쓰럽게 바라보지 않고, 그보다는 주어진 일상 속에서 자신들만의 생명력을 잃지 않는 어린이의 생기와 활력을 부각한다. 이 작품은 아이들이 처한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데 치우치지 않고, 현실을 뛰어넘는 한바탕 모험담을 펼쳐 보인다. 교실이 둥실 떠올라 하늘을 날면서 구름 사이와 바다 위를 누비는 신나는 광경이 이어지고, 남극으로 무대를 옮겨 아이들은 황제펭귄의 특별 수업을 듣고 엉뚱한 자격시험을 통과하는 짜릿함까지 누린다. 눈밭에서 재미나게 뒹굴며 바닷가에선 돌고래를 만나고 푸른 눈의 바다 용까지 조우하는 장면에서 모험은 절정에 이른다. 받아쓰기 꼴찌에 지각 대장인 희재가 모험의 시작인 교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남극의 어린이 자격시험도 보란 듯이 통과하는 설정 또한 섬세한 독자라면 놓치지 않을 것이다.

물렁따끈본문56-57

 

 

제 힘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어른을 도울 줄 아는 건강한 어린이

 

은보는 ‘아이들을 엄청 사랑한다.’도 모르는 선생님이 너무 불쌍했어요. 이렇게 쉬운 문제도 모르다니./(…)/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답을 알려 주기로 했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을 엄청 사랑하니까요.(본문 61면)

 

『물렁물렁 따끈따끈』의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초등 저학년인 어린 주인공들이 제 힘으로 문제를 돌파하고, 심지어 어려움에 처한 어른들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것이다. 어른이 어린이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기존 동화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어른의 조력자로 어린이를 내세운 지점에서 어린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한결같이 미더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의 문제 해결 능력을 다름 아닌 ‘어린이다움’에서 찾은 것 역시 어른 독자에게는 신선한 발상의 전환을, 어린이 독자에게는 자긍과 자부심을 선사한다. 기발한 인물 설정과 흥미진진한 모험담, 전복적인 상상력은 작품을 읽게 될 현실 속 어린이들에게 잠시뿐인 위로가 아닌 진정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싶었던 작가의 굳은 의지로 읽힌다.

 

작품 줄거리

뭐든지 일 등 해서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이 은보와 만날 빵점만 받는 희재는 단짝이다. 은보는 언제나 똑똑한 척 나서길 좋아하지만, 희재의 엉뚱한 장난에 쉽게 휩쓸리고 만다. 그날도 학교 가는 길에 희재의 딴청에 휘말려 지각한 은보는 시험을 보다가 교실 바닥이 “물렁물렁, 따끈따끈”하게 변했다는 희재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다. 교실이 이상해졌다는 은보와 희재의 말을 선생님이 믿어 주지 않는 사이, 교실은 하늘을 날아 머나먼 남극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황제펭귄이 털어놓는 하늘을 나는 교실의 비밀은?

목차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옥

    196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습니다. 2000년 『한국기독공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습니다. 동화 『학교에 간 개돌이』 『축구 생각』 『불을 가진 아이』 『준비됐지?』 『보물 상자』 『달을 마셨어요』 『내 동생, 여우』 『물렁물렁 따끈따끈』 『일편단심 책만 보는 매미』 『그래도 즐겁다』 등을 냈습니다. Born in 1963, Kim Ok studied at Jeon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nd teaches at a primary school. […]

  • 김중석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공부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30대 후반에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 산문집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를 지었고,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고양, 서울, 광주, 원주, 제주 등의 지역에서 성인을 위한 그림책 만들기 수업 및 ‘드로잉 교실’을 열었다. 순천에서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순천 소녀시대’)과 함께 그림을 그린 이야기는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책으로 만들어져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고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지금은 그림책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텅 빈 교실.
교실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선생님, 하루만 휴가 좀 다녀오면 안 될까요?”
깜짝 놀란 나는 소리칩니다.
“내일 애들이 오면 어디서 공부하라고?”
“도서실에서 한 시간, 과학실에서 한 시간, 예절실에서 한 시간, 운동장에서 한 시간 하면 되잖아요.”
솔깃해진 내가 물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반 아이들도 함께 데리고 가는 건 어때?”
네모반듯하고 딱딱한 교실 안에서 구구단을 외워야 하고, 풀리지 않는 국어, 수학 문제 때문에 낑낑대는 우리 반 아이들이야말로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솜털이 보송보송한 볼이 발그레해지도록 문제를 풀고, 혀가 반쯤 쏙 빠져나온 것도 모르고 정성껏 글씨를 쓰다가 쉬는 시간이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복도를 달려가는 아이들이니까요. 그렇게 여행을 가도 좋다고 허락을 받은 교실은 당장 짐을 챙기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이튿날.
햇살 가득한 봄날이었습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여행을 떠난 교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의 모험을 들으며 아이들은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교실은 휴가를 마치고도 학교에 돌아올 수 없었답니다.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는 여행을 이어 가야 했으니까요.
이 동화는 그렇게 탄생하였답니다. 히힛!
부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우리 반 친구들처럼 이 이야기를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네모반듯한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날마다 더 행복해지고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2014년 가을
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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