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집 이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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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탁한 하늘의 별빛 같은 노래
기교 없이도 묵직하고 가슴 저릿한 대가의 시편들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곧은 ‘원로’로서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 석자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 서 있는 신경림 시인이 신작 시집 『사진관집 이층』을 펴냈다. 시인의 열한번째 신작 시집이자 『낙타』(창비 2008)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한평생 가난한 삶들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고졸하게 읊조리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건네는 “맑고 순수하고 단순한 시편들”(이경철 「발문」)을 선보이며, 지나온 한평생을 곱씹으며 낮고 편안한 서정적 어조로 삶의 지혜와 철학을 들려준다.

올해 팔순을 맞는 시인은 연륜 속에 스며든 삶에 대한 통찰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가슴 저릿한 전율과 감동을 자아낸다. 등단 59년차에 접어든 시력(詩歷)의 무게와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서러운 행복과 애잔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아름답고 아름다운 시집”(박성우, 추천사)이다.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하늘에 별이 보이니/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별」 전문)

 

 

한평생 시의 외길을 걸어온 시인은 이제 황혼의 고갯마루에 이르러 “지금도 꿈속에서 찾아가는, 어쩌다 그리워서 찾아가는”(「나의 마흔, 봄」) 지난날을 돌이키며 빛바랜 추억의 흑백사진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리운 얼굴들을 현재의 삶 속에 되살려낸다.

“서른해 동안 서울 살면서” 집에서 시장까지의 짧은 길만 오가며 사셨지만 “아름다운 것,/신기한 것 지천으로 보았을” 어머니(「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죽어서도 떠나지 못할” 산동네에서 살다 돌아가셨지만 시인의 마음속에는 그곳에서 “지금도 살고 계신” 아버지와 “아들도 몰라보고 어데서 온 누구냐고 시도 때도 없이 물어쌓”던 “망령 난” 할머니(「안양시 비산동 498의 43」), 그리고 “부엌이 따로 없는” 무허가촌 사글셋방에서의 가난한 삶 속에서 일찍이 사별한 아내. 그들은 이제 모두 떠나고 “세상은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뀌었”지만 시인은 여전히 꿈인 듯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아득한 그리움에 젖는다.

 

 

떠나온 지 마흔해가 넘었어도/나는 지금도 산비알 무허가촌에 산다/수돗물을 받으러 새벽 비탈길을 종종걸음 치는/가난한 아내와 함께 부엌이 따로 없는 사글셋방에 산다/(…)/전기도 없이 흐린 촛불 밑에서/동네 봉제공장에서 얻어온 옷가지에 단추를 다는/가난한 아내의 기침 소리 속에 산다/도시락을 싸며 가난한 자기보다 더 가난한 내가 불쌍해/눈에 그렁그렁 고인 아내의 눈물과 더불어 산다//세상은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뀌었는데도/어쩌면 꿈만 아니고 생시에도/번지가 없어 마을 사람들이 멋대로 붙인/서대문구 홍은동 산 일번지/떠나온 지 마흔해가 넘었어도/가난한 아내와 아내보다 더 가난한 나는/지금도 이 번지에 산다(「가난한 아내와 아내보다 더 가난한 나는」 부분)

 

추천사
  • “아름답고 아름다운 시집이다.”

    ― 박성우 시인

목차

제1부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불빛
나의 마흔, 봄
안양시 비산동 489의 43
가난한 아내와 아내보다 더 가난한 나는
봄비를 맞으며
찔레꽃은 피고
다시 느티나무가
세월청송로(歲月靑松老)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강마을이 안개에 덮여
설중행(雪中行)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신경림

    申庚林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 등이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농무』이래 민중의 생활에 밀착한 현실인식과 빼어난 서정성, 친숙한 가락을 결합한 시세계로 한국시의 물줄기를 바꾸며 새 경지를 열었다. 70년대 이후 문단의 자유실천운동·민주화운동에 부단히 참여하여 당대적 현실 속에 살아숨쉬는 시편들로 탁월한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시집으로 『농무』『새재』 『달 넘세』 『가난한 사랑노래』 […]

늙은 지금도 나는 젊은 때나 마찬가지로 많은 꿈을 꾼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에 대한 꿈도 꾸고 내가 사라지고 없을 세상에 대한 꿈도 꾼다. 때로는 그 꿈이 허황하게도 내 지난날에 대한 재구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꿈은 내게 큰 축복이다.
시도 내게 이와 같은 것일까.
 
2014년 1월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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