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최전선과 세계문학

책 소개

한국문학에 바치는 성찰의 비평들

 

 

1997년 제4회 창비신인평론상으로 등단한 이래 한국문학과 외국문학, 시와 소설을 아우르면서 성실히 비평활동을 해온 유희석의 두번째 평론집 『한국문학의 최전선과 세계문학』이 출간되었다. 『근대 극복의 이정표들』(2007)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이번 평론집은 ‘민족문학’의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남과 북, 동아시아와 세계문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평 속에서 한국문학의 성취와 과제를 가늠하는 치열한 비평의 분투를 보여주는 노작이다.

평론집 첫머리에 실린 서장 「민족문학, 한국문학, 87년체제」는 우리 시대 한국문학을 둘러싼 여러 조건들을 성찰하는 가운데 한국문학의 도약을 위한 화두를 궁구하는 글로서, 평론집 전체를 아우르는 저자의 비평적 조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시 평론을 모은 1부에서는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제기된 시의 현실참여 문제를 주로 다룬다.

「참여시 재론」은 2009년 6•9작가선언을 계기로 지난 시대의 참여시 논의를 다시 환기하면서 ‘각성한 노동자의 눈’이라는 소수정예적 관점 대신 ‘깨어 있는 시민들의 생활’의 관점에서 예전 박영근, 박노해의 시와 최근 송경 동 임성용 이장욱의 시를 읽는다.

「‘용산’을 시로 쓰는 일」은 용산참사를 증언하거나 이에 대한 시민적 양심을 작품으로 표현한 이영광 송경동 신해욱의 시를 집중적으로 살피는데, 이를 통해 정치적 발언에 성공한 경우라도 시는 생활에 의해 단련되고 시로서의 제 모습을 갖추는 것이 관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오늘의 ‘분단시’에 관한 단상들」은 평단의 ‘시와 정치’ 논의를 짚어보고 그 과정에서 미진했던 작품읽기를 수행한다. 특히 ‘시와 정치’ 논의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소위 ‘분단시’를 되돌아보며 이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하종오의 시, 탈북시인 장진성의 시를 거론한다. 「랑시에르 미학의 도전」은 시와 정치 논의에서 즐겨 거론된 자끄 랑시에르의 입론을 자세히 살피면서 이와 관련한 진은영과 심보선의 입론에 비평적 주석을 단다.

 

「공통감각과 시」는 ‘미래파’로 분류된 김민정 유형진 장석원 황병승의 시를 읽으며 그들의 시가 과거 이상(李箱)과 김수영 등 선배 세대의 시에 비해 어떤 의미에서 새로우며 그 새로움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마흔아홉의 나이에 사망한 박영근 시인을 추모하면서 쓴 「박영근에 관한 기억」은 80년대와 9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내면서 시적 정진을 멈추지 않았던 박영근의 시가 노동시의 장르를 넘어 만인에게 다가갔음을 섬세한 시 읽기로 보여준다.

2부에서는 소설 평론들을 모았다. 「장르의 경계와 오늘의 한국문학」은 장르문학의 장르적 특성을 현실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읽어내는 비평의 중요성을 설파한 글로, 커트 보네거트와 박민규의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장르문학의 파편화를 극복할 가능성, 장르서사의 창의적인 활용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장르서사가 진화한 현장들」은 SF적 모티프를 활용한 윤이형과 배명훈, 마니아적 감각을 발휘한 김중혁, 추리소설적 기법을 활용한 최제훈, 칙릿의 자기진화를 보여주는 정이현 등의 작품을 살피며, 장르서사가 서사의 지평을 넓히며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 역사해석, 그리고 역사소설」은 신경숙의 『리진』과 김혜성의 『군바바』, 김훈과 김연수의 역사소설을 분석하면서 우리 시대 역사소설에 드러난 역사인식에 대해 살피고, 「한국소설의 고투, 마중물로서의 비평」은 한국 장편소설의 가능성을 둘러싼 여러 논제에 대한 비평적 의견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작품 분석으로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의 성취와 한계를 꼼꼼히 짚어본다.

「‘엄마’의 시대적 진실을 찾아서」는 신경숙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를 섬세하게 읽으면서 강유정 고봉준 류보선 등이 보여준 편향적인 비판과 상찬에 논박을 가하고, 가족서사로서 『엄마를 부탁해』의 성취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김소진과 1990년대」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요절한 김소진의 작품세계를 다룬다. 후일담이나 포스트담론에 섭슬리지 않고 시장판의 흥취와 민중적 생명력을 작품 곳곳에서 살려낸 김소진이 민중을 이념형으로 설정하지 않으면서 먹고사는 문제들을 두고 벌어지는 삶의 온갖 음영들을 잡아냈음을 밝힌다.

 

한국문학의 안팎을 아우르는 품 넓은 비평

‘세계문학’ 논의를 펼치는 3부는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장점이 잘 드러난 글들을 모았다. 「‘세계문학’의 개념들」은 서구 중심의 정전주의 및 정전주의 비판의 한계를 짚으면서 세계문학 창출을 위한 주요 변수로 주변부 문학의 미학적 도전을 꼽은 빠스깔 까자노바의 이론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남과 북의 이질적인 근대를 포괄하는 한반도적 시각을 통해 세계문학을 창출하고 축적할 가능성을 엿본다.

「동아시아의 식민지근대와 지역문학의 가능성」은 김흥규와 황종연 사이에 벌어진 민족 및 근대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면서 근대와 식민지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근대적 소설 개념과 관련하여 이광수의 『무정』이 이룬 성과와 한계, 그 한계를 극복한 채만식의 『태평천하』의 성취를 짚는다. 그러면서 식민지근대를 경험한 동아시아가 ‘세계문학’ 대열에서 벗어난 후진적 지역이 아님을 피력한다.

「세계체제의 (반)주변부와 근대소설」은 브라질의 비평가 호베르뚜 슈바르스가 주변성을 돌파한 사례로 거론한 19세기 알렝까르의 『씨뇨라』 및 마샤두의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을 읽고 염상섭의 『삼대』와 비교하면서 식민성의 문제를 근대소설이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알아본다. 「세계문학의 역사적 조건에 관하여」는 19세기 미국문학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호손, 멜빌, 휘트먼의 글을 읽으며 그들이 이룬 보편적 성취를 짚고 아울러 ‘위대한 미국 건설’이라는 일국적 한계에 갇힌 모습도 살펴본다.

이렇듯 유희석은 전방위에 걸친 성실한 비평으로 비평의 지평을 넓힐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에 관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둔다. 구체적인 삶의 실감에 바탕을 둔 성실한 작품 읽기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안과 밖을 고루 살피며 한국문학의 갈 길을 모색하는 비평적 자세는 우리 시대 비평의 소명과 관련해서도 모범적인 사례로 삼을 만하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
민족문학, 한국문학, 87년체제―단장(斷章)들

 

제1부 시와 정치, 그리고 시 읽기
참여시 재론
‘용산’을 시로 쓰는 일
오늘의 ‘분단시’에 관한 단상들
랑시에르 미학의 도전―시론의 새로운 모색들
공통감각과 시―‘미래파’ 이후
박영근에 관한 기억

 

제2부 역주행의 시대, 한국소설의 분투
장르의 경계와 오늘의 한국문학
장르서사가 진화한 현장들―장르의 경계와 오늘의 한국문학 2
역사, 역사해석, 그리고 역사소설―200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소설의 고투, 마중물로서의 비평
‘엄마’의 시대적 진실을 찾아서―『엄마를 부탁해』론
김소진과 1990년대

 

제3부 세계문학과 한반도
‘세계문학’의 개념들―한반도적 시각의 확보를 위하여
동아시아의 식민지근대와 지역문학의 가능성
세계체제의 (반)주변부와 근대소설―(식민지)근대와 소설의 대응
세계문학의 역사적 조건에 관하여―19세기 미국문학의 ‘르네상스’

발표지면
찾아보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유희석

    문학평론가, 전남대 영어교육과 교수,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와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7년 「보들레르와 근대」로 등단했으며, 저서 『근대 극복의 이정표들』 『한국문학의 최전선과 세계문학』, 역서 『지식의 불확실성』 『한 여인의 초상』(공역) 등이 있다. 2001년 「이상과 식민지근대」로 제6회 고석규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0 reviews

댓글은 닫혔습니다.

wat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