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들

책 바구니 담기 내 서재 담기

책 소개

시의 미래를 예감하는 열정의 비평

 

 

주목받는 2000년대 젊은 평론가 그룹의 대표주자로서 왕성한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는 함돈균의 평론집 『예외들』이 출간되었다. 3년 만에 펴내는 두번째 평론집에서 저자는 문학의 정치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한층 진전시키는 동시에 현시기의 미학적 전위를 명민하게 포착하여 2010년대 시에 대한 전망을 아우르는 야심찬 비평적 기획을 보여준다.

 

 

‘책머리에’에서 저자는 니체의 아포리즘에서부터 급진적인 윤리적•정치적 함의를 읽어내며 자신의 비평이 선 자리를 확인한다. 즉, 말과 사물의 질서, 법과 동일성의 바깥에 있는 ‘예외들’의 존재야말로 기존 질서의 한계와 불가능성을 폭로하는 급진적 해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동시에 문학적인 것이 도래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그로써 그의 비평은 문학이 예감하는 그 잠재적인 가능성을 텍스트 해석을 통해 열어 보임으로써 미적 전위와 정치적 전위를 매개하는 이론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바쳐진다. 이는 첫번째 평론집으로부터 이어지는 저자의 비평관의 중핵이자 ‘문학과 정치’ 논의와 관련하여 더욱 진전된 입장으로 드러나는 비평적 화두라 할 수 있다. 그를 뒷받침하는, 젊은 시인들의 언어에 대한 민감하고도 애정 어린 독해는 그의 비평을 더욱 미덥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1부의 「잉여와 초과로 도래하는 시들」 「마이너스 공간의 시들: 법 또는 치안에 포위된 ‘인간’이라는 변증법」은 이영광 이장욱 송경동 정재학 허수경 김사인 등의 시에서 인간이라는 이념 자체가 파열되어가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읽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곧 근대 국민국가의 주권권력과 법체계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사태라 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그 보편적 질서에서 배제되고 억압된 것들이 작금의 시를 통해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그 억압된 것들, 또는 미지의 잉여, 또는 삶의 초과를 지향하는 시적 윤리를 경유함으로써 시와 정치가 직접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한편「부조리를 상연하는 시들」과 「최소-인간: 모멘트의 탄생」에서 저자는 이제니 오은 황성희 김승일 강성은 김상혁 심지아 이이체 황인찬 등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를 중점적으로 살피며 이들의 시적 무의식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희망 없는 세계에 대한 인식에 바탕해 이를 세계의 부조리성을 스스로 상연하는 형식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그러한 방식은 이전과는 달리 보다 모호하고 유희적인 에너지로 표현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최근 신인들의 시에 대한 면밀한 독해를 통해 이를 2000년대와도 구분되는 2010년대의 새로운 시적 흐름으로 호명한다. 즉 최근의 젊은 시들은 일견 과격해 보이던 2000년대의 젊은 시들과는 달리 극도로 최소화된 정념만을 드러내며 ‘지금 이 순간’만을 유일한 현실로 직시한다는 것. 그리하여 저자가 이들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선언이나 행동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다만 더 작고 단단하게 저항하는 새로운 윤리의 기미이다.

 

그밖에 서정을 둘러싼 2000년대의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민구 안웅선 유계영 이우성 등 최근 출현한 신인들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서정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2000년대 ‘서정’의 한 행방」 역시 시 창작 현장의 새로운 경향을 포착하는 저자의 명민한 감수성을 보여주며, 정영문 김태용의 소설 서사를 해석학적으로 분석한 「인간이 지워지는 자리에서 솟아나는 소설들」은 이들의 소설을 주체를 폐기하고 근원적 언어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일종의 시적 사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2부 역시 저자의 비평적 관심의 일단을 드러내는 글들이다. 「말과 사물」 「표상과 시적 재현」은 김희업 송승환 김기택 조용미 나희덕 이수명 신용목의 시들을 통해 사물과 언어의 존재론적 조건, 표상과 시적 재현의 문제를 다루며, 「70년생의 두 알레고리」는 시의 정치성과 관련해 새로운 알레고리적 형식을 모색하고 있는 김행숙 진은영의 최근 도정을 살핀다. 「‘현실’을 ‘사는’ 세가지 방식」은 현실에 대응하는 김혜순 이영광 김현 각각의 시인들의 시선의 방식에 주목한다.

 

3부와 4부는 개별 시인들의 시세계에 주목하는 글들이다. 정진규 김명인 최동호부터 윤의섭 이기성 황병승 이장욱 최정례까지 폭넓은 시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시세계가 변모해온 과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평문들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함돈균의 비평이 “현대적이기에 정치적이고, 정치적이기에 현대적”이라고 평한다. 결코 쉽지 않은 그 두 극점이 그에게서 온전히 합치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날카로운 직관과 높은 열정을 겸비한 비평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예외들』에서 보이는 그의 비평적 기획의 진일보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 예외들 또는 좁은 문

 

제1부
잉여와 초과로 도래하는 시들―이영광•이장욱•이원의 시
마이너스 공간의 시들: 법 또는 치안에 포위된 ‘인간’이라는 변증법―송경동•정재학•허수경•김사인의 시
부조리를 상연하는 시들―이제니•오은•황성희•김승일•강성은의 시
최소-인간: 모멘트의 탄생―김상혁•심지아•안웅선•이이체•황인찬•유계영•김승일•박성준의 시
2000년대 ‘서정’의 한 행방―민구•안웅선•유계영•이우성의 시
인간이 지워지는 자리에서 솟아나는 소설들―정영문•김태용의 소설

 

제2부
말과 사물―김희업•송승환•김기택•조용미의 시
소년들―박성준•김상혁•김승일의 시
70년생의 두 알레고리―김행숙•진은영의 시
표상과 시적 재현―나희덕•이수명•신용목의 시
‘현실’을 ‘사는’ 세가지 방식―김혜순•이영광•김현의 시
시인이라는 시간―장승리•김중일•이장욱의 시

 

제3부
사물의 시간과 육체의 시간―윤의섭의 시
표면의 몰락, 반(反)풍경의 현대시―이기성의 시
길 잃은 시민, 고독한 어린 왕―황병승의 시
세계의 끝과 사물의 생일―이장욱의 시
이제 그의 시계는 오른쪽으로 돈다―최정례의 시

 

제4부
시인은 왜 발아래 허공을 두는가―정진규의 시
이지러진 풍경 속에 선 상징의 언어―김명인의 시
사의(寫意)로서의 풍경―최동호의 시
가시 같은 말을 삼키는 검은 새―최서림의 시
유디트의 연애―안현미의 시
날짜를 배당받지 못한 생일날의 일기장―신해욱의 시
둘이라는 혀를 앓는 누이에게―박성준의 시

 

찾아보기

수상정보
저자 소개
  • 함돈균

    2006년 『문예중앙』에 평론 「아이들, 가족 삼각형의 비밀을 폭로하다」를 발표하며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얼굴 없는 노래』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 『예외들』 『사물의 철학』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젊은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이며, 실천적 창의인문학교 시민행성 운영위원이다.

0 reviews
리뷰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