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 우짖는 새(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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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중후한 문체로 제주 4•3항쟁을 비롯해 잊혀진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활동을 해온 소설가 현기영의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1981년부터 이듬해까지 월간지에 연재되어 1983년 출간된 이 작품은 구한말 제주도에서 연이어 발생한 방성칠란(1898)과 이재수란(1901)을 다룬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뿌리 깊은 학정에 시달려온 제주 민중의 수난과 저항을 치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역작이다.

출간 당시 “명실상부하게 80년대 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우람하게 열어놓았다”(소설가 이호철)는 평을 얻으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1987년에는 동명의 연극으로, 1999년에는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각색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개정판은 옛 표기를 현행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새로운 감각에 맞게 장정을 바꾸어 작품이 지닌 묵직한 감동을 새롭게 전한다.

 

 

수난과 저항의 역사, 면면히 이어져온 민중의 강인한 혼

 

『변방에 우짖는 새』는 구한말 제주도 전 도민이 봉기한 최대 민란이었던 방성칠란과 이재수란의 전 과정을 당시 제주도에 유배되어 있던 구한말의 정치가 김윤식의 기록을 기본 사료로 하고 천주교 측의 자료 등과 민간 취재를 더해 생생한 모습으로 복원해낸다.

소설은 을미사변의 연좌로 김윤식이 제주도로 귀양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해 중앙 정부와 토호들의 수탈에 시달려온 제주도의 수난의 역사를 그려 보인다. 제주 목사 이병휘의 가혹한 징세가 극에 달하자 방성칠을 장두(狀頭)로 한 대정읍의 화전민들이 제주성으로 몰려가 조세의 폐단을 성토하는 소장을 올리는 일이 일어난다.

이에 이병휘가 은밀히 주모자들을 잡아들일 계획을 세우자 그 사실을 안 화전민들이 각 마을에 통문을 돌려 만명 가까운 민당(民黨)을 모아 제주성으로 진군하여 목사 이병휘를 비롯한 탐관들을 붙잡고 징세 문서와 호적을 불태운다. 제주성을 점령한 민당 지도부는 남학당(南學黨)을 중심으로 진열을 정비하고 제주도에 유배된 적객(謫客) 최형순과 김낙영을 끌어들여 제주도 삼읍 수령을 혁파하고 환곡 부담을 반으로 줄인다는 방을 써붙이며 정감록에 근거한 역성혁명을 기도한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토착 양반들과 김윤식 일행을 비롯한 적객들이 대항군을 조직하고 최형순•김낙영과 내통하여 계략을 내어 방성칠을 비롯한 지도부를 붙잡으면서 민란은 진압되고 만다.

그러나 방성칠란이 수습된 뒤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새로 부임한 제주 목사 이상규와 왕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봉세관(封稅官)으로 온 강봉헌의 가혹한 수탈이 이어진데다, 이 무렵 전래된 천주교가 교세를 확장하면서 프랑스 신부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일부 교인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특히 천주교인들이 봉세관의 마름으로 고용되면서 세금과 천주교로 인한 폐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나아가 반(反)기독교 격문을 내건 유생이 천주교 교인들에게 폭행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위기를 느낀 유생들은 대정 군구 채구석의 후원하에 상무사(商務社)라는 결사를 조직한다. 때마침 상무사의 우두머리인 오대현을 능멸한 교인을 치죄한 데 반발해 교인들이 관가에 보복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상무사는 오대현을 장두로 하여 민란을 주모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봉기는 애초에는 프랑스의 개입을 우려해 봉세관의 수탈에 항의하는 차원에 그치고자 했으나, 천주교 측이 협상을 가장해 민당을 기습, 지도부를 생포하고 사상자가 발생하자 사태는 민당과 천주교 측의 전면적인 충돌로 치닫게 된다.

관노 출신인 이재수가 강우백과 더불어 새 장두로 자원해 나서면서 민당은 진열을 정비해 교인들이 피신해 점거하고 있는 제주성으로 진격한다. 성 안의 교인들과 성을 포위한 민당이 대치하는 가운데 교인들의 발포로 민당 측의 사망자가 늘어나자 민당 측도 성 밖의 교인들을 색출해 처형하기 시작한다.

열흘이 넘는 격렬한 대치 중에 성 안에서도 무녀와 퇴기(退妓) 등이 주축이 된 여성들이 개문(開門) 투쟁을 벌여 마침내 성문이 열리고, 제주성에 입성한 이재수의 주도로 숨어 있던 교인들 수백명이 색출당해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벌어진다. 그러나 입성 후 유생들이 지도하는 강우백의 동진(東陳)과 민중들이 주도하는 이재수의 서진(西陳) 간의 분열이 불거지고, 프랑스 군함의 무력시위와 관군의 개입으로 이재수를 비롯한 장두들이 체포되면서 민란은 종식된다.

작가 현기영은 거납(拒納)운동에서 시작된 민란이 민중에 의한 천주교인 박해로 이어지게 된 국내외의 복합적인 시대적 요인을 사료에 근거해 치밀하게 파헤침으로써 두 민란의 역사적 성격을 구명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그럼으로써 『변방에 우짖는 새』는 그 중요성에 비해 역사적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두 민란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연구라 할 만한 성과로서 완성되었다.

 

 

 

거납운동으로 시작된 이 민란에서 어째서 수많은 천주교인이 희생당해야 했는가? 관에 의한 천주교 박해가 막을 내린 지 어언간 이십여년이 지난 세월에 어째서 관이 아닌 민에 의해서 그러한 불상사가 저질러졌는가? 그것이 과연 천주교 측이 주장하듯이 ‘박해’인가, 아니면 마을 촌로들이 말하듯이 ‘의거’인가? 교난(敎難)이냐, 교란(敎亂)이냐? (…) 전(全) 도민이 봉기했던 이 두 민란은 그 규모로 보나, 그 쟁점의 심각성으로 보나 역사의 정당한 조명을 받아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실상이다. (…) 민란은 결코 평지돌출 현상이 아니다. 화산의 분출은 그것의 지질학적 까닭이 있고, 종기가 곪아 터짐은 그것의 병리학적 연유가 있게 마련이다. 민란이 있게 한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병리현상을 찾아내고 그것을 국사의 문맥에서 파악해보려는 것이 이 소설이 지닌 최대의 의의일 것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그러나 『변방에 우짖는 새』에는 단순히 역사적 기록의 복원에만 한정되지 않는 커다란 문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소설 틈틈이 민란에 다소 회의적이었던 적객 김윤식의 목소리와 비교적 민중적 입장에 가까웠던 그의 문객(門客) 나인영의 목소리가 개입하는 가운데, 이름 없는 민중들의 목소리가 대목마다 생생하게 펼쳐지고 여기에 이 모두를 조망하는 작가적 시선이 더해짐으로써 소설은 역사를 구성하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겹겹의 진실을 각각의 역사적 주체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민란의 발단과 전개과정에서 작동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동학(動學)을 문학으로써 포착하는 데는 그 이상의 길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입체적인 시각을 통해 『변방에 우짖는 새』는 중앙과 변방의 위계를 전복하고 더 나아가 제주 안의 위계들마저 예리하게 해부함으로써 “가해와 피해의 경계가 교착하는 제주의 속내를 핍진하게 드러낸다.”(문학평론가 최원식) 더불어 당시 제주도의 풍속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제주어의 보고라고 할 만한 풍부한 어휘들이 소설의 서사와 긴밀하게 어울려 자아내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변방에 우짖는 새』가 보여주는 수난과 저항의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민중의 억센 혼을 발견하는 일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빼어난 문학적 성취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큰 선물일 것이다.

목차

변방에 우짖는 새

초판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수상정보
저자 소개
  • 현기영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창작활동을 시작한 이래, 제주도 현대사의 비극과 자연 속 인간의 삶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소설집 『순이 삼촌』(1979) 『아스팔트』(1986) 『마지막 테우리』(1994),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1983) 『바람 타는 섬』(1989)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 『누란』(2009), 산문집 『바다와 술잔』(2002) 『젊은 대지를 위하여』(2004)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2016)가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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