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쓴 글씨

책 소개

『손바닥에 쓴 글씨』는 표제작 「손바닥에 쓴 글씨」부터 만만치 않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80년대 초 광주에서 교편을 잡은 바 있는 저자의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체험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잘 조절되어 흠잡을 데 없는 중편동화로 탄생한 것이다. 광주 민주화 항쟁 때 많은 사람들이 큰 이념이나 민주화를 향한 불타는 사명감으로 두려움 없이 죽기도 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그저 겁에 질린 채, 억울하게 죽어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이 동화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이 엄청나게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통해 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과 더 나아가 억울하게 고통당해온 많은 사람들에 대해 애정을 갖게 하는 동화이다. 쌍둥이 오빠가 동생의 은반지를 사다주기 위해 광주 시내로 나갔다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뒤, 평생 그 아들을 기다리다 한이 맺힌 채 죽은 엄마와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온 동생의 이야기에는 겨우 20여년 전의 그 피나는 역사에 무지한 오늘날의 아이들이 자기네 역사, 엄마아빠 세대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그대로 들어 있다. 제대로 된 ‘광주’ 동화가 한편도 없는 실정에서 이 동화의 탄생은 매우 뜻 깊다 할 것이다.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미움과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공평하고 의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은 다른 동화들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나무 십자가」는 중국집 주방장으로 일하는 절름발이 아저씨가 거지 할아버지에게 정성껏 만든 우동 한 그릇을 대접하면서 맺게 된 인연이 과거 자신의 아버지와 동네 망나니로 소문난 심막돌 사이의 갈등으로 거슬러올라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6•25전쟁 당시 인민재판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 상황을 어린 나이에 직면하면서, 고향을 등지고 마을사람들을 미워하며 살아온 아저씨의 불행한 사연을 통해, 결국엔 모든 사람을 용서하며 살게 된 절름발이 아저씨의 선행으로 거지 할아버지 역시 고향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난으로 자식을 해외로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와 자기가 가야 할 자리에 동생을 내몰아 결국 동생이 파양당하고 이국 땅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슬픔이 담겨 있는「순이 고모」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밖에 아빠와 이혼을 한 엄마와 나, 그리고 남동생 셋이서 반지하 연립주택에서 두더지 가족처럼 살면서 가난 때문에 각박해질 수밖에 없는 엄마와 그로 인해 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자식간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두더지 가족」, 도시내기가 시골 외할머니네서 마주한 순박한 시골 인심과 우정을 그린 「그림 속 풍경」 등 모두 다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자칫 지루하고 무거운 내용이 될 수도 있는 소재와 주제가 작가의 탄탄한 문체와 구성력에 힘입어 생동감 있게 그려진 이번 동화집은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의미있는 책읽기가 될 것이다.

목차
수상정보
저자 소개
  • 김옥

    196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습니다. 2000년 『한국기독공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습니다. 동화 『학교에 간 개돌이』 『축구 생각』 『불을 가진 아이』 『준비됐지?』 『보물 상자』 『달을 마셨어요』 『내 동생, 여우』 『물렁물렁 따끈따끈』 『일편단심 책만 보는 매미』 『그래도 즐겁다』 등을 냈습니다. Born in 1963, Kim Ok studied at Jeon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nd teaches at a primary school. […]

  • 이은천

    1969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손바닥에 쓴 글씨』『까치 우는 아침』 『울지 마, 울산바위야』 등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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