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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냉장고 있는 사람?”“지금 사는 집이 자기 집인 사람?”“아버지가 대학 나온 사람?” 초등학교 때 일이다. 그 때는 학년 초마다 소위 가정환경조사라는 게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반 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손을 들어 대답을 해야 했다. 어린 마음에 단칸 셋방에 다섯 식구가 뒤엉켜 살아가고 있던 가난한 형편이 부끄러워 친구 한번 집에 잘 데려가보지 못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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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자유무역지대(FTA)는 궁극적으로 세계경제의 안정과 풍요를 보장할 것인가? 중국의 경제발전은 우리경제의 희망인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몇몇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방식에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날의 경험을 통하여 현재의 위치를 인식해볼 수는 있다. 이에 1차 세계대전의 영향(크게 보면 유럽의 조락(凋落)과 미국(달러)의 중심국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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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사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11월이었다. 온 국민의 염원이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드디어 문을 여는 날이었는데, 그 첫 진정인은 다름 아닌 의과대학 교수였다.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인권위가 ‘개시’하기만을 기다린 그의 손에 들린 진정서에는, 자신의 제자가 제천시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 행정기관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의 척도를 그대로 가늠하게 해주었던 사건. “장애인이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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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몽실 언니』를 일역한 재일 번역가이자 동화작가인 변기자씨의 고국 방문기를 싣습니다. 변기자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 국적을 가지고 그동안 고국 방문의 꿈을 이루지 못하다가, 얼마 전 ‘한일 아동문학 교류 쎄미나'(2002.9.28 출판문화회관)에 초청을 받아 60여년 만에 고향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아아, 정말로 꿈속에서도 그리워했던 내 나라, 어머니 품안에 안길 때가 왔구나! 비행기에서 이제부터 밟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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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서로 맞닿아 있다. 살아있는 인간이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일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예정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존재들은 얼마나 될까? 병마와 싸우며 죽음을 예감하는 축복받은 이들을 제외하곤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죽음은 그 자신의 생을 허망하게 마감하는 일인 동시에 주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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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분일까? 앉을 자리를 찾다가 낯익은 사람을 보았다. 『꽃 그늘 아래』 소설집 표지 속에서 본 소설가 이혜경씨. 여리고 애잔한 눈동자가 소설집을 다 읽는 동안 내내 떠오르게 하던 그 사람. 떨리는 눈인사를 조심스레 건네고 비어 있는 앞자리에 앉았다. 뒤편에서는 밝고 탄력적인 웃음과 얘기 소리가 쉴새없이 피어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보니 느낌대로 소설가 이혜경씨가 맞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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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헤게모니 쇠퇴’를 주제로 한 IROWS(Institute for Research on World-Systems) 학술회의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열렸다(2002년 5월 3, 4일). 나는 직접 가보지 못했다. 생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회의는 나의 인터넷 첫 페이지를 6개월 장식한 채 끝났다. 내가 품었던 질문이 옛날에도 있었다. “인간은 왜 생계 유지에 대한 책임을 걸머쥐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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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배한 진정한 승리자 – 선영옥 선생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을 통해 처음 뵙습니다. 처음부터 절실한 아픔 같은 느낌이 크게 다가오던 책. 조금씩 읽어가며 알게 됩니다, 대학자의 평생 공들인 학문의 바탕을…… 우선 ‘나’를 세우고 가엾은 백성의 삶을 돌아보며, 국가의 부국강병에 유익이 되게 하라고 주장하셨던 분. “힘써라, 애써라, 뜻을 다하여라, 그리고 초조하다.” 당신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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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국경을 넘는 것, 일찍이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땅으로 이어지는 국가들에 대한 상상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안과 밖을 쉬 넘나드는 것에 대한 개념의 부재. 미국과 접한 멕시코의 북쪽은 서로 다른 역사와 언어와 문화를 나누는 선이 분명할 터인데 과떼말라로 넘어가는 남쪽은 ‘국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넘어야 할 어떤 것이 보이지 않는다. 양 국가의 한쪽 귀퉁이에 초소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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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촛불로 불장난 하지 마라” “힘센 놈이 참아라”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지난번 ‘테러반대, 미국의 전쟁반대를 위한 거리평화행진’에서 간디학교가 만든 표어들이다. 간디학교에서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배우고 가르친다. 한 번은 교사와 학생이 싸웠다가 함께 식구총회에서 벌을 받은 적이 있고 얼마 전에도 남학생이 여학생을 한 대 때렸다가 일주일간 노동을 하면서 자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