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우수상
생명의 슬픔
서울 서이초등학교 5학년 박준서
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만약 그 누군가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라면 그 죽음은 더 슬픈 일일 것이다. 그런 슬픔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 『빼떼기』이다.
빼떼기의 생명은 아슬아슬, 촉박했다. 불에 타서 사그라들 것 같은 몸을 가누면서 거의 없어진 부리로 모이를 고생스럽게 주워 먹는다. 인간이었다면 삶을 포기하거나 절망할 수도 있었겠지만 작은 병아리는 고비를 넘기고 희망을 보여 주며 살아남았다. 빼떼기에게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숨이 턱 막히고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은 시기가 반복해서 찾아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어찌 살아 내는 것을 보니 빼떼기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빼떼기는 자신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순진이네 엄마는 빼떼기를 위해 따뜻한 옷을 입혀 줬고, 밤에는 냄비로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 속에서 인간과 공존했다. 그 힘으로 빼떼기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실처럼 힘겹지만 끈질기게 견뎠고, 어둠 속에서도 햇빛을 찾아갔다. 나도 생명을 키워 본 적이 있다. 꽃도 키워 봤고, 소라집게도 키워 봤고, 햄스터도 키워 봤다. 생명을 키울 때, 가장 공들여야 하는 부분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보살핌이 흐트러지면 결국 죽게 된다. 아마 빼떼기도 순진이네 가족의 관심이 없었다면 불에 타서 다친 그 시점에 이미 생명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공존의 빛을 만드는 것 같다.
『빼떼기』에서는 슬픔의 감정이 가장 많이 느껴졌다. 특히 빼떼기 진짜 엄마가 빼떼기를 못 알아보는 장면부터 너무 슬펐다. 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피난을 가야 하는 순진이네 집에서 빼떼기를 죽이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내 마음에도 폭풍우가 불었다. 앞이 캄캄했다. 책을 덮으면서 먹먹한 마음만이 남았다. 고요한 검정색이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그 검정색 속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검정색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 봐도 똑같을 것 같았다. 빼떼기의 삶이 슬픔으로 가득한 검정인 것 같았다. 소름이 끼쳤다.
『빼떼기』를 읽으면서 ‘나는 생명이 뭘까, 살아가는 것이 뭘까’ 생각했다. 빼떼기에게 생명은 고통이었다. 그렇지만 순진이네 가족이 있어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삶은 서로서로 함께하는 것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겪고 죽음을 맞이하고, 이별할 수밖에 없다. 생명은 안쓰럽고 슬프다. 그래서 더욱 이 삶을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창비어린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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